사극의 홍수 속에서 긴장과 아기자기함과 애틋함이 적당히 배합되어 재미를 이루어내는 주몽의 연출 솜씨는 마치 주제가 바뀐 듯 수나라 얘기에 몰두하는 연개소문에 비할 바(현재까지)가 아니다.
우선 ‘다물군’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 다물은 잃어버렸다가 다시 되찾은 옛 땅을 가리키는 고구려 말이다.(삼국사기) 주몽이 되찾고자 한 영토는 한나라에 빼앗긴 위만조선의 영토가 아니라 해부루 왕이 동명왕에게 빼앗긴 북부여의 옛 영토라고 김종서 박사는 주장 하신다.
여하간에 해모수가 주몽의 친부인가, 여기서부터 어긋난다. 해모수왕은 해부루 왕의 선조이며 북부여를 건국한 북부여의 시조, 해부루는 기원전 100년 경의 부여의 시조, 금와왕은 해부루의 아들로서 부여의 2대 왕이며 대소 등 7명의 왕자를 슬하에 두었다. 주몽은 추모왕으로 불리는 고구려의 시조, 북부여는 최소 기원전 221년 이전부터 존속해온 국가, 고구려는 주몽이 22세 되던 해인 기원전 37년에 건국 하였으니 박혁거세가 신라를 건국한지 21년이 되던 해였고, 한나라의 효원제 건소 2년 갑신년이었으니 184년의 차이가 난다.
그러나 삼국사기에는 “부여 왕 해부루가 늙도록 아들이 없었으니… 바위 밑에서 금색와형의 아이를 얻어 이름을 금와라 하였다…해부루가 돌아가고(사망) 금와가 왕위를 계승하였는데, 이 때 태백산 남쪽 우발수에서 한 여자를 만나 내력을 물으니’나는 하백의 딸로서 이름은 유화이며 어느 날 여러 아우들과 나와 놀고 있을 때 한 남자가 자칭 천제의 아들 해모수라며 나를 꾀어 사욕을 채우고 곧 가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우리 부모는 중매도 없이 남(남자)을 따랐다 하여 이곳 우발수로 나를 귀양 보낸 것입니다’ 금와는 이상타 여겨 방에 가두었는데 일영이 그녀를 따라 움직이며 비추었다…태기가 있어 알을 낳으니 닷 되들이 크기였다” 사기에 기록된 주몽의 태생 배경, 자칭 해모수라는 주몽의 아버지, 어머니 유화 부인, 금와왕 등의 주변을 간추린 내용이다.
180여년의 세월을 뛰어 넘는 해모수의 등장은 자칭 해모수라는 사람으로 비롯되는데 그는 증조할아버지 쯤 되는 선조의 고명을 도용했던 난봉꾼이었다는 기록도 있다.
추모왕 고주몽이 읍루(말갈)를 복속시키고, 북옥저를 복속시킴으로써 건국시기의 고구려 영토는 이미 만주지역의 광활한 지역을 차지하였고, 대무신왕(3대)이 평양지역의 낙랑국, 개마고원 지역의 개마국, 함경도지역의 동옥저, 길림성 동부, 흑룡강성 동부, 러시아 연해주를 영토로 한 동부여를 흡수 통합함으로써 서기전 37~서기 55년(92년 동안)의 고구려는 이미 만주 전 지역과 한반도 북부를 영토로 한 대제국이었다는 기록과 “한국을 영원히 식민지배하기 위해 일제가 말살, 축소, 왜곡해놓은 역사를 그대로 가르치는 나라 한국”, “조선총독부 조선사편수회에서 1932~1938년에 출판한 ‘조선사’에는 신시는 물론 고조선(단군조선), 북부여의 역사를 말살하고, 위만조선, 한사군이 한반도 북부를 식민 지배했고, 고구려와 백제의 전반기 역사는 말살하고 부정하여 약소국의 역사로 조작하고, 고구려, 백제, 신라가 4~5세기가 되어서야 겨우 고대국가로 진입하는 것으로 왜곡하였습니다”등의 기록에 접하며 이래서 우리가 우리의 역사를 하나로 묶어내기가 힘들었다는, 이래서 기자조선, 위만조선 등의 학설이 정립되지 않고 학자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 왔구나, 소름이 돋는다. 그랬구나.
평소 우리 역사의 포괄적 정리를 위해 우리의 사학자나 고고학자들이 발 벗고 나서주지 않는 것에 참담하달 정도의 실망을 느껴오던 차, 지인으로부터 참역사문화 연구회 소식에 접하고 역시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벌써 몇 년 째 외치고 있는 그들의 목소리는 듣지 못하고 한탄만 하고 있었으니 한마디로 부끄러울 뿐이다.
그들이 제시하는 근거는 방대하기 이를 데 없다. 왜냐하면 우리의 역사는 일부가 아닌 총체적 왜곡이라고 결론지었기 때문이며 그 연구 자료는 김종서 박사의 신시 단군조선사 연구, 단군조선 영토연구, 기자 위만조선 연구, 부여 고구려 백제사 연구, 한사군의 실제위치 연구 등 총 5권의 연구서에 수록되어 있다.
화자가 주문해놓고 있는 위의 서적들을 탐독하기 전에야 환웅천왕이 건국한 신시라던가 8천리 대제국 단군조선이 실상으로 다가오기보다 신화적인 이미지로만 떠오르는 관습적 개념을 떨쳐버릴 수가 없음이다. 끝이 없는 게 한 둘이 아니겠지만 공부란 참으로 끝을 볼 수가 없나보다.
이문형 <전 워싱턴 문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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