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불법복제혐의 기소 존 서ㆍ존 리 공동대표
“편파, 차별, 부실, 정치적 악용 수사”
신용카드 불법복제 혐의로 체포됐던 졸리엣 홀리데이인 한인 공동대표 존 서(CEO) 및 존 리 (CFO)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사건을 선거를 앞둔 셰리프 당국의 짜맞추기 수사 및 인종차별 행위로 규정했다.
호텔 자산만 6천만달러인데 내가 몇백달러짜리 범죄에 가담했다고요? 사실 확인차 방문한 기자에게 인터뷰 시작부터 서 대표는 분통을 터뜨렸다.
서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구멍가게’ 같은 동네 모텔 직원들이나 그럴 수 있을까, 홀리데이인 같은 대형 호텔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한 얘기라는 것. 그는 호텔 방침(policy)상 이중삼중의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면서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호텔 경영자인 내가 푼돈을 벌자고 그런 큰 위험을 감수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서 대표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 대해 홀리데이인 본부에서도 굉장히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셰리프 당국에 대해 의구심을 보내는 지역신문 헤럴드지의 보도와 함께, 지역담당 매니저의 보증으로 본부에서도 지원을 약속했다는 것.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고 있는 ‘홀리데이’의 이미지 손상에 대한 셰리프측의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그에 걸맞은 배상을 본사 차원에서 요구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뒤 커뮤니티내에서 갖가지 ‘억측’이 떠도는 것과 관련, 서 대표는 적극적으로 결백을 주장하기로 했다. 그는 기왕 언론에 나갈 바에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밝혀서 더이상 추측이나 음해로 인한 피해를 받지 않았으면 한다며 동포 언론에서 한인 커뮤니티에 진실을 얘기해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그가 전하는 사건의 개요다.
첫 발단은 이번 사건의 주모자 팀 헤커(37)가 크레딧 카드 없이 회사 카드로 지불하겠다며 인증 팩스를 보내온 것. 이에 호텔 데스크에서 이틀간 숙박을 허용했다. 하지만 팩스에 복사된 카드는 비자인데 마스터카드 번호(비자는 4, 마스터 카드는 5로 시작한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3)가 적혀 있었다. 이 대목에서 서 대표는 내가 평소 그것까지 확인하지는 않는다면서 그 때 발견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문제는 숙박비가 500달러 이상이 되면 다시 인증을 위한 사인과 팩스를 받아야 하는데 호텔 여성 종업원이 헤커에게 유혹돼 회사 방침을 어기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헤커는 서 대표가 퇴근한 뒤에야 데스크로 내려와 종업원들에게 신용카드로 저녁을 사거나 선물을 하는 등 환심을 샀다.
이중 낮에 우체부로 일하면서 밤에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S모 여성이 헤커의 희생양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헤커는 호텔에 머물던 2달 반 동안 그에게 결혼을 약속하며 4캐럿 짜리 가짜 다이아몬드 반지까지 선물했고, 남편은 마약사범으로서 감방에 가 있고 애는 넷인데 빚때문에 집이 넘어가게 된 상황에 처한 S 여인에게 헤커는 마치 백마 탄 기사처럼 보였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렇게 현혹된 S씨는 헤커가 비자 이후로 제시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 결제를 전화로 카드 번호만 받고 해줬다고. 서 대표는 나중에 카드 회사로부터 뭔가 잘못됐다는 통지를 받고 이상하게 여겼지만 S씨가 워낙 착실한 사람이었으니 그냥 믿고 환불해줬다고 말했다.
그 뒤 헤커는 다시 방값으로 500달러를 디스커버리 카드를 결제했는데 플로리다에 산다는 어느 할머니로부터 항의 전화가 왔다. 이에 서 대표는 할머니에게 500달러를 환불한 뒤 시설관리인에게 방문을 걸어 잠그고 아예 자물쇠에서 배터리까지 빼버리라고 했다. 카드만 바꾸면 S씨가 열어줄 것을 의심했기 때문. 아직도 서 대표는 당시만 생각하면 어이가 없다. 그는 저녁 8시 퇴근하고 집에 가 있는데 S가 전화를 걸어와 헤커 편을 들면서 항의를 하더라며 다 해결됐으니 빨리 방문을 열게 해달라고 하는데 사실 해결이 된 게 없었다. 그래서 ‘너는 종업원인데 회사 방침까지 어겨가면서 이에 뭐하는 짓이냐’고 했더니 마구 화를 내면서 미시간주에 있는 헤커의 보스한테 전화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전화를 걸어봤더니 서유럽계 액센트의 영어를 쓰는 사람이 받았는데 카드 번호도 정확하게 대고 해서 정말 믿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때 밀린 700달러를 승인하는 팩스를 보내라고 하니 ‘보스’라는 사람은 회사가 틴리 팍으로 이사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셋업이 안돼 있다며 다음날 7시까지 페덱스로 보낸다고 했다. 그래서 긴가민가 하다가 방문 다시 열어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음날 페덱스에서 온 것은 빈봉투였다. 그래서 문을 또 잠궜다. 수상해서 평소 알고 지내는 졸리엣 경찰에게 신분조회를 해보니 기존 발부된 영장만 2개인 것으로 드러났다. 상습범이었다. 다시 ‘보스’에게 전화했더니 ‘우리 직원이 실수한 것 같다’는 변명만 늘어놓았다. 이에 서 대표는 그럼 회사 대표전화를 불러달라고 요구, 번호를 받은 뒤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팀 헤커가 전화를 받았고 게다가 더욱 그를 어이없게 만든 것은 알고보니 그 번호가 직원 S씨의 셀폰이었다는 사실이다. 그 때부터 범인을 달래기 시작했다. 그는 아무래도 안되겠으니 승인 팩스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팩스를 보내오긴 했는데 내용도 부실하고 많이 엉성했다(이 대목에서 서 대표는 받았던 팩스를 들어보였다. 기자가 한눈에 보기에도 구체적 증거자료 없이 협조를 요청하는 문구 몇 마디에 사인만 해놓은 엉성한 팩스였으며 거기에 발신처는 문방구에서나 쓰일 법한 상호였다. 전화번호도 틴리 팍이 아닌 알 수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 데스크 직원들에게 경찰을 부르라고 지시한 뒤 다시 헤커에서 전화를 걸어 달랬다. 방을 줄 테니까 들어와라. 그래서 방에 불러놓고 15분간 쓸데없는 얘기하다가 마침내 경찰이 와서 잡아갔다고 말했다. 그때가 8월 7일이다. 그제서야 S씨는 상황을 파악하고 서 대표를 찾아와 자초지정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 대표는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다며 헤커가 자신에게 사기를 쳤다고 서류를 보여주는데 정말 기도 안찼다. S에게 집을 사주겠다고 하면서 JP모건에서 모기지 승인된 서류나 14만달러 계좌이체해주겠다는 deed서류까지 꾸며서 주었고 가짜 생명보험 서류도 S의 명의 앞으로 해놨더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렇듯 허술하기 짝이 없는 서류에 속아 넘어갈 수는 있는 것일까. 서 대표는 자기가 언제 집을 사봤어야 알지, 가난한 시골 미국애들은 순진해서 잘 모른다. 헤커 같은 전문 사기꾼을 만나면 나 같이 수십년 비지니스 해온 사람이 아니면 알아보기 힘들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그는 지난 6년이 넘게 같이 일하고 정말 성실했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렇게 헤커는 2달 반 동안 카드 사기로 1만달러를 편취한 뒤 감옥에 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달 후 헤커가 갑자기 다시 나타서 서 대표를 찾아왔다. 처음엔 ‘해꼬지하려는 게 아닌가’ 불안했지만 일단 만나보기로 했다. 헤커는 호텔 사무실에서 ‘우리 비즈니스가 잘 돼야 한다’, ‘도와달라’는 등 자기 어깨에 대고 혼자서 알 수 없는 얘기를 자꾸 했으며 이에 서 대표가 ‘너 무슨 소리 하는 것이냐’ 했더니 갑자기 1,000달러를 주겠다는 제의를 했다고. 서 대표는 나는 그걸로 소를 취하해달라는 얘긴가 했다. 아무튼 돈을 주겠다니 안받을 이유도 없지 않나. 그래서 가져와라 했더니 250달러를 줬다. 또 750달러도 가져온다고 하길래 그러려무나 했다. 그러더니 나가서 데스크 근처에서 한참을 서성댔다. 직원들에게 나 없을 때도 저러고 있으면 바로 경찰 부르라고 했다. 뭔가 미심쩍어서 졸리엣 경찰의 테리 경관에게 전화해 ‘어찌된 일이냐’, ‘감방에 있어야 할 인간이 왜 나와서 저러고 있냐’ 물었더니 자기도 모른다고 형사에게 알아보겠다고 했다. 이틀 후 퇴근해서 집에서 쉬고 있는데 호텔 데스크 직원인 제니스 얼롯에게 전화가 와서 헤커가 저녁 7시 반에 750달러를 가져와서 영수증을 해줬다고 했다. 이번에도 굉장히 오래 서성이다가 갔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헤커는 그 다음날에도 다시 찾아와 똑같이 ‘이상한’ 사업 얘기를 했다. 이에 서 대표가 ‘왜 이상한 사업 얘기를 하느냐’, ‘내가 너랑 무슨 사업을 하냐’, ‘돈이나 가져와라’고 했더니 심한 욕을 하면서 위협했다고. 서대표가 호응을 해주지 않으니 이번엔 재무책임자인 존 리 대표를 찾아가 예의 ‘사업 얘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 리 홀리데이인 CFO는 내게 자꾸 전화해서 ‘돈 가져오겠다’, ‘사업을 잘 해보자’ 엉뚱한 소리를 해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 대표는 이 사장은 연세 있으셔서 영어를 잘 못한다. 그러니까 헤커가 나중엔 이 사장 있을 때만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불안한 마음에 사무실 밖에서만 헤커를 만났으며 헤커는 돈 얘기는 안하고 혼자 숫자만 늘어놓다가 갑자기 이 대표에게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는 것. 그는 나는 갚을 돈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는 거라고 생각해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6,000(달러)이고 비자랑 마스터가 4,000(달러)이라고 했다. 이게 방송에서는 카드를 도합 1만장 카피했다고 나온 것이니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며 어이없어 했다.
10월 들어 헤커는 다시 500달러를 가지고 들어와 엉뚱한 사업 얘기를 계속했다. 서 대표는 알았으니 돈이나 주고 빨리 가라고 했다며 그 뒤에 내가 경영하는 다른 호텔에 가 있는데 세일즈 매니저에게 연락이 와서 빨리 오셔야겠다고 하더라. 무슨 일이냐 했더니 ‘말하기가 그런데 사장님이 꼭 와야 된다’고 했다. 얘기를 하라고 했더니 갑자기 셰리프가 받아서 ‘호텔 문을 닫았으니 빨리 오라’고 독촉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예전 노스 레익에서도 꼴통같은 시장이 아무 이유없이 시장 직권으로 호텔 영업을 정지하게 해 기부금을 내고 영업을 재개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그런건가 변호사에게 연락했더니 일단 가보라고 해서 갔더니 이 사장은 벌써 체포돼 스포트라이트를 있는대로 다 받은 뒤였다고 전했다. 셰리프는 서 대표를 체포한 뒤 조사실에 데려가 그에게 증거가 있으니 실토하라고 다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헤커가 와이어탭을 달고 다니면서 서 대표가 준 카드를 받은 증거가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서 대표는 그제서야 아 이제 뭘 하는지 알겠다 싶었다. 너무 화가 나서 ‘바보 같은 놈’이라고 대놓고 말했다. 생각해봐라, 비지니스 20년을 한 내가 그런 사기꾼과 사업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이건 모욕이다. 하지만 아무리 말해봤자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셰리프측에서 내놓은 증거자료도 부실한 것은 마찬가지. 헤커가 혼잣말을 하며 녹음한 테입 외에는 여기저기 찢어진 손바닥만한 메모지 한 장이 전부다. 더 답답한 것은 이 메모가 홀리데이인 호텔에서 나온 것도 아니라는 것. 서 대표는 인터뷰 도중 이런 것들이 경찰이라고 한심하다는 말을 계속 했다. 더욱 그를 분하게 만드는 것은 체포돼 조사실에 있던 다른 호텔 주인들이 모두 소수계였다는 사실이다. 10월 내내 해커가 졸리엣 일원의 호텔들을 돌아다니면서 똑같은 수법으로 호텔 주인들을 엮었는데 셰리프에 체포된 이들 중 백인계 업주는 하나도 없었다는 것. 홀리데이인 서-이 대표를 제외하면 모두 인도계로서 이들에게는 보석금도 불공평하게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소수계는 업주와 종업원을 막론하고 모두 일인당 50만달러의 보석금이 부과됐지만 백인 종업원은 10만달러에 그쳤다. 서 대표는 게다가 같은 지역 쏘즌 등 힘있는 백인계 호텔은 아예 건드리지도 않는 등 셰리프 당국이 엄청난 차별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홀리데이인 뿐 아니라 다른 호텔 업주들 역시 이번 사건을 선거를 앞둔 셰리프 당국의 인종차별적 홍보용 수사로 규정, 강력 대응을 천명했다. 이를 위해 홀리데이인측 이요한 변호사가 현재 업주들을 차례로 면담하고 있다. 서 대표는 2년 전 친딸 유괴, 살해혐의로 기소된 케빈 팍스 사건 때도 그랬다. 그 때도 정치적으로 잡아넣었다는 분석이었다. 이번에도 똑같다. 선거 5일전에, 그것도 체포하기전 언론에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증거는 부실하고 수사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케빈 팍스는 6개월 후 무죄로 풀려나면서 민사소송을 제기한 뒤 합의했지만 나는 절대로 조용히 묻지 않고 끝까지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전 노스 레익에서 운영하던 호텔에서도 억울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시장이 아무 이유도 없이 직권으로 호텔 폐쇄를 명령한 것. 서 대표는 그가 노스 레익에서 시장으로 당선되기 전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게 화근이었다. 변호사를 통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긴 했지만 ‘소송에 이겨봤자 사업이 망하면 결국 나만 손해’라는 생각에서 기부금을 내는 조건으로 그냥 덮고 넘어갔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더 이상은 참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이번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관계자 처벌 및 응분의 배상 조치를 끝까지 요구하겠다. 그게 우리 후세들이 나처럼 불합리한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한 길이라 생각한다. 변호사비가 엄청나겠지만 감수하고 확실히 매듭짓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건이 보도되는 과정에서 서 대표는 언론에 대한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경쟁적으로 보도하는 바람에 진실과 상관없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 그는 보도가 나간 뒤 벌써 500명, 600명 짜리 예약이 두 건이나 취소되는 등 호텔이 입은 손해도 막심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 이제껏 우리가 쌓아온 신용이라며 특히 내가 자리를 비운 틈에 체포 돼 방송과 신문 모두에 얼굴이 실린 이 사장님은 평생 깨끗하게 살아온 노력이 무색해질 만큼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은 죄도 없는데 얼굴을 못들 지경이라며 선정적인 보도 경쟁보다는 사실 확인부터 하는 게 언론의 기본이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봉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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