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에는 무슨 일이든지 일어날 수 있다’-. 이를 두고 ‘October Surprise’라고 하던가. 그 ‘무슨 일’을 조심해라. 2006년 중간선거의 해를 맞은 민주당 진영의 표어다.
그럴 수밖에 없다. 2000년, 2002년, 2004년. 세 번 스트레이트로 패배했다. 그것도 가소롭게 생각했던 조지 W 부시에게. 사실 2000년 선거는 진 것도 아니다. 빼앗겼다는 게 옳은 말일 것이다. 대법원이 껴들어 부시의 손을 들어주었으니.
절치부심의 상황에서 맞은 2006년이다. 경과는 결코 나쁘지 않다. 이라크 전쟁에 진저리를 내고 있다. 미국사회의 전반적 분위기다. 그 전쟁 피로증세가 심해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가 이를 증명한다. 실로 몇 년 만인가. 결국 기회가 온 것이다.
아무리 보아도 이긴 선거다. 의회 다수당의 위치를 탈환하는 것도 꿈만은 아니다. 분명 바람을 탔다. 이대로만 가면…. 가만, 가만.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게 있다. ‘October Surprise’다. 혹시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고 그 뉴스를 막판에 터뜨리는 건 아닐까.
극도의 경각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10월이 다 갔다. ‘October Surprise’는 없었다. 아니, 결국은 찾아왔다. 그러나 공화당 발이 아니다. 민주당 발이다. 투표 날을 불과 한 주 정도 남긴 시점, 그러니까 10월30일. 지원 유세에 나선 존 케리가 그만 입을 잘못 놀린 것이다.
“공부 안하면 이라크에 가서 고생한다.” 이라크 전에서 싸우고 있는 미군병사들을 도매금으로 ‘공부도 못한 못난이’로 몰아 부친 셈이다. 민주당은 초긴장 상태다. 그 한마디 실언이 판세를 뒤집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서다.
과연 그런 일이 가능할까. ‘가능하다, 아니 그보다도 이번 선거는 공화당이 질 수 없는 선거다’-. 부시가 보이고 있는 신념이다. 칼 로브가 보이고 있는 자신감이다. 그들만이 아니다. 적지 않은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관측이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런 전망을 하고 있을까.
광야는 좋은 곳이다. 시련과 깊은 묵상을 통해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오랜 광야생활을 했다. 그러므로 이제는 뭔가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그런 것이 안 보인다.
올 선거의 주 이슈는 이라크 전쟁이다. 부시의 실책을 공격한다. 거기까지는 ‘fine’. 그러면 대안은. 그게 뚜렷치 않다. 적지 않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전쟁 중 지도부를 갈아치우기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다.
여론은 여론이고 투표는 투표다. 여론조사결과와 투표결과가 반드시 일치하라는 법은 없다. 중간선거라는 게 더 그렇다. 중간선거 투표율은 극히 저조하다. 그러니 여론조사가 그대로 투표결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거다.
승리는 그러므로 얼마만큼 투표장으로 유권자를 몰고 가는가로 결판 날 수 있다. 이 점에서는 조직력과 동원력, 그리고 자금력에서 절대 우세인 공화당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소도시지역의 백인표가 대세를 결정짓는다. 브라이언 만이라는 관측통이 뉴욕타임스를 통해 내놓은 전망이다.
이 소도시 백인 유권자 인구는 히스패닉과 흑인 유권자를 합친 것 보다 조금 적다. 말하자면 전체 유권자의 20%선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보수성향의 유권자로 투표율은 상당히 높다. 지난번 대선서 부시가 승리한 것도 바로 이들이 표를 몰아주어서다.
올해의 경우 이 소도시 백인 유권자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라크 전에 염증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 이번 선거결과는 보나마나가 아닌가. 성급한 결론이다. 표 행사에 있어서는 반드시 그런 게 아니니까.
“동성 간의 결혼을 허용한다. 낙태도 자유다. 이런 걸 생각하면 투표를 안 하면 안했지 민주당을 찍을 생각은 없다.” 보수성향의 소도시 백인유권자들이 보이고 있는 일반적 정서다.
주류 언론을 극도로 불신한다. 너무나 좌로 기울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법부도 과도한 리버럴리즘에 경도해 있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이들은 선거를 그러므로 이 좌파 문화를 시정하는 전쟁으로 간주한다. 때문에 그 표가 민주당 지지 몰표의 형태로는 결코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전망이다.
그 결과는 그러면 뭘까. 생각보다, 그러니까 여론조사와는 달리 민주당 지지표가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민주당을 불안케 하는 것이 있다. 부재자 투표다. 그 어느 때보다 부재자 투표율이 높다. 그런데 그 부재자 투표 중 압도적 다수가 공화당 표이기 때문이다.
전망은 어디까지나 전망, 이제 선거일은 하루밖에 안 남았다. 어떤 결과가 나올까. ‘November Surprise’를 기대해도 좋다. 누가 한 말이었더라. 이 말이 맞을까. 두고 볼일 이다.
sechok@koreatimes.com
<옥 세 철>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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