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립공원에는 ‘내셔널 포리스트’라는 표지판이 있고 그 표지판 옆에는 스모키라는 자막의 모자를 쓰고 손에 삽을 든 곰 그림이 있다.
나는 그 곰 그림을 보면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에”라던 옛날 얘기가 생각나서 5번 국도에서 스모키 베어 출구에서 내리는 우리 산장을 가르쳐 줄 때 호랑이가 담배 피우는 곳이 아니라 곰이 담배 피우는 곳으로 기억하라고 일러 주기도 한다.
오래 전 뉴멕시코 주 링컨 국립공원에서 5일간 17,000에이커를 태운 큰 산불이 났을 때 24명의 소방관이 불 속에 고립 됐다가 구조됐는데 그때 함께 구출된 어린 곰이 있었다. 연기에 그을리고 네발에 화상을 입은 그 곰이 TV 뉴스에 방송되어 국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스모키라 불리게 됐다. 그 후 산림청에서 그 스모키를 산불 조심의 심벌로 삼게 됐단다.
우리들은 지난 9월 한달 내내 산불에 대한 뉴스를 들었다. 그 불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모닥불로 인한 인재였다. 그 산불은 로스 파드레스, 벤추라 카운티, 컨 카운티로 번지며 한 달 동안 약 200,000에이커를 태우고 약 60,000,000불이 넘는 손해를 입혔다. 이런 엄청난 재앙 같은 산불의 95%가 담뱃불이나 자동차 배기통에서 나온 작은 불씨와 캠퍼들의 모닥불에서 시작된다니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 될 일이다.
자동차로부터 나온 불씨는 프리웨이 가에서 번지기 때문에 쉽게 발견되지만 소방도로가 없는 산악지대에서 등산객들이나 캠퍼들의 부주의로 일어난 불은 발견도 늦고 불끄기도 힘들어 큰 산불로 변하고 만다.
그래서 길가의 어떤 작은 주의 푯말이나 공공장소에서의 세밀한 규칙도 꼭 지켜야 한다. 우리 산장에도 모닥불이나 수영장 사용, 그리고 아이들에 관한 여러 가지 주의사항이 많다. 작년여름이었다. 사무실로 빗발치듯 코리언들이 모닥불을 피우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달려가 보니 60대 초반의 한국인 대여섯 명이 모닥불 금지구역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기타를 치고 있었다.
나도 40십대에 클래식 기타를 들고 다닌 사람이라 그 기분을 이해 못하는 봐 아니지만 그 광경은 낭만적이 아니라 철부지들의 불장난 같았다. 그들은 내가 주의를 줬지만 듣지 않고 장작을 더 넣다가 미국인 손님들의 호된 꾸중을 듣고서야 불을 껐다. 그 미국인이 우리 산장을 떠나면서 “미국에서 살려면 미국 땅을 사랑하고 룰을 지켜야 한다”라는 충고를 하고 갔다.
이제 우리 이민자들도 법적 미국 시민이 됨과 동시에 미국 영토도 사랑해야 한다. “먼 산에 불 보듯” 이라는 말은 무관심이나 자신과의 상관없음을 뜻하는데 먼 산의 불을 무관심하거나 남의 일로 여겨서는 안 될 일이다. 나라의 재산이면 시민들의 재산이 아닌가! 나는 계절 따라 매일 매시 조석으로 아름답게 변화하는 산들과 눈 맞추고 대화하며 살아서 앞산이 불타는 동안 너무 가슴 아프고 슬펐다. 자연은 사랑하고 보호하지 않으면 우리와 우리들의 자손들에게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추울 땐 여름이 좋다고 하고 더우면 겨울이 낫다는 자기위주의 이기심 때문에 봄, 가을이 더 짧아지고 있는지 모른다. 겨울은 봄을 위해 있고, 여름은 가을을 맞기 위해 거쳐야하듯, 언제나 자연 그대로를 순응하며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불가항력인 변화무쌍한 자연을 보며, 따갑고 춥고 바람 불고 비 오고 구름 끼는 거부할 수 없는 인생살이의 시련도 감수 할 수 있어야 한다. 삶이 늘 화창한 봄 같고, 풍만한 가을 같다면 우리 인간들이 얼마나 더 오만해질까?
불에 덴 앞산이 지금은 흉측하지만 봄이 되면 또 초록으로 상처를 덮고 온갖 들꽃을 피울 것이다. 어떤 풀꽃은 산불로 씨앗을 터트려 재에 뿌리를 내린단다. 역경도 때로는 도전의 동력이 되어 준다니 고단한 삶의 아픔도 꽃씨로 품었다가 활짝 필 때를 기다리는 것도 지혜일 것이다.
제주도등 우리나라에는 산불이 나면 잎이 거품을 뿜으며 자신을 보호하는 아왜라는 나무가 있다는데 그 아왜 나무를 이 캘리포니아에 옮겨 심고 스모키 베어에게 지키라고 하면 산불을 막게 될지!
<이성호> 시인·RV 리조트 경영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