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변에 혼자는 하기 힘든 일이 널렸는데 전문 업자를 부를 형편은 되지 않아 고민이라면 가까운 사람들끼리 집수리 계를 조직해보면 어떨까? 농부들의 두레 모임처럼 서로 돌아가며 각 가정에 필요한 일을 해주는 것이다. 시애틀에서 33마일 북쪽으로 떨어진 먼로에 사는 모두 친구사이인 3쌍의 부부가 그렇게 한지도 벌써 25년에 가깝다. “당시 우리들 중에 돈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일을 해내려면 그 방법 밖에 없었지요”라고 말하는 샘 록우드와 친구들은 아직도 그렇게 하고 있다. 욕조를 설치하고 마당에 조경 공사를 하고, 보트 정박장을 만드는 동안 세쌍이던 계원은 일곱쌍으로 늘었는데 그중에는 원래 회원의 아들 부부도 들어 있다.
전문 일꾼을 부르자니 형편 안되고…
친구·이웃들간 모임 만들어 상부상조
돈 절약, 친목 도모 “일 끝나면 뿌듯”
전문업자에게 줄 돈을 아끼면서 친구와 이웃들을 더욱 가깝게 맺어주는 집수리 클럽은 전국적으로 존재한다. 대부분 비공식적인 모임이라 전국적으로 그 회원 숫자가 몇명이나 되는지 집계할 방법은 없지만 크레딧 유니언부터 함께 저녁식사 하는 클럽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협동조합(co-op) 회원 숫자가 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위스컨신대학에서 소비자과학을 가르치며 협동조합에 대해 연구해 온 앤 호이트 교수는 말하고 있다.
<집수리 클럽 멤버들이 키스 리델의 집에서 점심 식사를 함께 하고 있다>
호이트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서 협동조합은 최소한 보험 협동조합을 시작했던 벤자민 프랭클린 시대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웃집 헛간 함께 세워주기는 개척시대 초기부터 있어 왔고 대공황시절에는 비용 절감 방안으로 식품협동조합이 인기를 끌었다. 1970년대와 80년대에 주부들 사이에는 서로 돌아가며 집안 청소를 함께 하는 관습이 있었는데 “집수리 클럽은 그 잔재라고 볼 수 있다”고 말하는 호이트교수는 “더 싼 값에 더 좋은 것을 가질 수 있는데 왜 안하겠느냐?”고 반문한다.
필립과 로라 뮤식 부부가 19년전 미네아폴리스에서 4명의 친구들과 함께 클럽을 시작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 였다. 돈도 절약하면서 한 달에 한 번씩 서로 얼굴도 보려고 시작한 그들의 클럽은 주말 오후에 두어시간 만난다. 그러면서 그동안 콘크리트 보도도 깔고, 차고 안도 정리하고, 컴퓨터 바이러스도 소탕했다. “여섯명이 힘을 합해서 혼자서는 하지 않았을 프로젝트에 도전합니다. 언제나 일을 끝내고 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답니다”
<리스 리델의 집 바깥 블루베리 덤불에서 잡초를 뽑고 있는 집수리 클럽 멤버들>
플로리다주 탬파의 마리아 가르시아-구티에레스는 5년전 손 볼 것이 많은 방 2개짜리 방갈로를 구입한 이후에 ‘홈 임프루브먼트 팀’(HIT)을 시작했다. 친구들끼리 서로 돌아가면서 집 수리를 해주면 어떻겠느냐는 어머니의 제안에 대해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당시 그녀의 친구들은 모두 전문 일꾼을 부를 형편이 되지 않았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HIT는 한달에 한번씩 토요일에 모인다. 가르시아-구티에레스가 모임 전 동네 주민협회 회원 175명에게 그 달에 할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는 e메일을 보내면 보통 10~16명이 출석하는데 그동안 이웃사촌의 정이 여간 깊어진 것이 아니다.
처음에 언급한 먼로의 코압 멤버들은 해마다 1월에 그 해에 일할 날짜를 잡는다. 3월부터 9월까지 다달이 서로 다른 집을 돌아가며 일해주고, 8월에는 전원이 함께 짧은 여행을 간다. 코압의 성공은 엄격한 스케줄과 자세한 작업 과제의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9월 모임의 호스트인 캐런과 키스 리델은 한달 전부터 죽은 나무들을 잘라 땔감으로 쪼개고, 12개의 블루베리 덤불에서 잡초를 뽑고 짚을 깔아주며, 집앞 현관에 난간을 설치하는데 필요한 자재와 도구를 모으고 일주일 전에는 그날 할일 11가지 일의 목록과 각자 지참할 정원용 도구에 관해 알려주는 e메일을 보냈다. 물론 자기들 힘만으로는 하지 못할 큰 일만을 골랐다.
이 그룹이 작게 유지되어 온 데는 이유가 있다. 한달에 한번만 모이려니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회원들이 나이 들어 직장에서 은퇴하고, 아이들 대학까지 가르치고, 병마와도 싸우는 세월이 가는동안 클럽은 일보다는 우정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우린 이제 가족 같아요. 뭐가 필요하면 이 사람들에게 전화한답니다”
그들은 이 클럽에 들어 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그룹을 시작하라고 권하면서 다음과 같은 충고의 말을 해준다. 즉 친구들을 불러 첫 모임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낼 수 있는지, 어떤 종류의 일을 해야 하는지, 얼마나 자주 만날 것인지에 대해 결정한다. 코압 때문에 자신의 자유시간을 뺏기는게 싫어서 중간에 탈락하는 사람이 나올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한 달에 한 번 이상 일하면 실패하기 쉽다. 또 모여서 일하는 날은 자주 쉬는 시간을 갖고, 회원들을 잘 먹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회원의 아들 3명은 각자 따로 클럽을 시작했다.
이 클럽은 회원중 2명이 건축 청부업자라 그 덕도 봤다. 그중 한명으로 “지난 23년동안 모두에게 참 많이 가르쳤습니다”고 말하는 키스 리델은 욕조나 창문 설치 같은 일을 수도 없이 시범을 보여주고 대신 정원 일을 배웠다.
<워싱턴주 스노호미쉬의 키스 리델의 집 현관에 난간을 설치할 준비를 하고 있는 집수리 클럽 멤버들>
전국주택건축업자협회 리모델러스 카운슬의 짐 래피즈에 따르면 회원들의 일감중 3분의 1은 자기가 하다 망친 아마추어들이 맡기는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개인이건 클럽이건 아마추어들은 외관이 별로 문제되지 않는 프로젝트부터 시작하라고 권한다. 즉 부엌의 캐비넷에 손대기 전에 차고에 캐비넷 다는 일을 하라는 것이다. 또 배관이나 전기, 집의 하중을 견디는 부분을 변형시키는 일은 단순히 페인트 색깔을 잘못 고르는 것 이상의 재난을 자초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청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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