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투어로 찾아가는 역사적 건물 군데
수년에 걸친 재개발 노력으로 LA 다운타운이 살아났다는 기사를 누구나 접하면서도 막상 그곳을 눈여겨 보거나, 걸어다니면서 건물 하나 하나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 때, 복잡하고 정돈되지 않은 이미지 때문에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거의 끊겼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이 들어서고, 갤러리 로, 캘리포니아 플라자, 퍼싱 스퀘어 등이 활성화되면서 이제는 다운타운이 작은 예술 지역, 그리고 일반인들에게 놀거리를 제공하는 휴식처로 탈바꿈 하고 있다. 그런 도시의 중심부 곳곳에 비밀과 신비의 역사가 숨은 장소들이 있고, 그런 곳을 찾아 주말마다 도보 투어를 하는 사람들이 최근 현저히 늘어나고 있다. 맑고 깨끗한 날씨가 계속되는 이번 가을, 한가한 주말을 이용하여 그동안 무관심 했던 다운타운 로스앤젤레스에서 보물 찾기에 나서보자.
비영리단체 로스앤젤레스 관리위원회(Los Angeles Conservancy)는 도시의 과거와 현재가 담긴 역사적 건물을 찾아 보호하고 보존하며 관리하는 기관이다. 그들이 운영하는 주말 다운타운 도보 투어는 모래 속에 숨은 진주와 같이 소중한 LA의 이야기와 문화를 살펴보는 프로그램.
대부분의 투어가 오전 10시에 시작하여 2시간 30분 가량 소요되며, 가격은 5-10달러 선으로 일반 투어에 비해 저렴하고, 위원회 자원봉사자들의 안내를 받기 때문에 친절한 서비스와 상세한 설명을 기대할 수 있다.
LA 컨서번시 웹사이트 www.laconservancy.org에서 투어 종류와 일시를 확인하여 전화 213-623-2489로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
가장 사랑 받는 팩키지는 ‘브로드웨이 디어터 투어’로 ‘팰리스 디어터’를 비롯한 고전적인 극장을 돌아보는 코스이며, 그외에 엔젤리노 하이츠의 빅토리안 건물 투어, 아트 데코 건물 투어, 빌트모어 호텔, 유니언 스테이션 등이 특히 관심을 받고 있다.
빌트모어 호텔
(Regal Biltmore, 515 S. Olive St., 슐츠 앤드 위버사 설계, 1923년 완공)
절충주의파 니오클래식 건축 양식인 보자르(beaux Arts) 스타일의 건물이다. 그랜드 미팅룸에서부터 르네상스, 바로크 등 유러피안 운치를 느낄 수 있으며, 이탈리안 벽화 및 장식, 스패니시 계단 등이 볼만하다.
중앙 도서관
(LA Central Public Library, 630 W. 5th St., 버트램 G. 굿휴와 칼튼 M. 윈슬로 설계, 1926년 완공)
구식과 신식의 만남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역사 건물 중 하나다. 고대 이집트, 로마, 비잔티움, 이슬람 등의 리바이벌 건축 양식이 다분히 느껴지면서도 현대식을 도입한 인상적인 스타일이다.
이층 천장을 꾸미는 돔과 샹들리에, 그리고 곳곳에서 눈에 띄는 장식 및 상징적 미술품들이 이곳의 매력이다.
에디슨사 건물
(Southern California Edison Company Building, 601 W. 5th St., 제임스 알리슨과 데이빗 알리슨 설계, 1931년 완공)
클래식한 아트 데코 디자인의 14층 중에서 첫 3층은 라임스톤, 그리고 나머지 층과 중앙 타워는 빛바랜 테라 코타로 만들어졌다. 로비의 바닥과 벽이 열일곱가지 다른 종류의 대리석으로 장식되었으며, 입구에 자리한 조각상과 로비 끝에 그려진 벽화가 유명하다.
그랜드 센트럴 마켓
(Grand Central Market, 315 S. Broadway, 존 파킨슨 설계, 1897년 완공)
호머 래플린 차이나사의 창설자가 지은 건물이어서 예전에는 호머 래플린 건물로 불렸다. 1917년, 1층에 그랜드 센트럴 마켓이 들어서고 1990년대 보수 공사를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LA에서 최초로 화재 대비 자재를 사용했고 철강으로 보완된 건물이다. 보자르 스타일 건축 양식을 보존하면서 아직도 50여개 상점이 영업을 하고 있다.
팰리스 디어터
(Palace Theatre, 630 S. Broadway, G. 앨버트 랜스버그 설계, 1911년 완공)
피렌체파 르네상스 궁전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이 웅장함과 정교함을 함께 맛보게 해준다. 설계사 랜스버그는 윌튼 디어터와 엘 캐피탄 건물의 내부 인테리어를 했던 인물로, 무수한 극장을 설계하면서 전형적인 1900년대 스타일을 사용했다.
20세기 전후로 북미에서 유행한 종합 엔터테인먼트 쇼단 ‘오르피엄 보드빌’(Orpheum vaudeville)의 극장 중 몇 개 남지 않은 곳 중 하나다. LA에서는 보드빌이 화려하게 유행하던 1910년부터 20년대까지, 정계, 금융계, 그리고 연예계 인사들을 모두 이 곳에서 한꺼번에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엔젤스 플라이트
(Angels Flight, 3가와 4가 사이 Hill St.에 위치, Col. JW Eddy 건축, 1901년 완공)
1900년대 초, 멋장이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알려졌던 벙커힐스와 다운타운을 연결하여 손님을 태우기 위해 만들어진 ‘세계에서 가장 짧은 철로’의 밧줄 기차를 회복시켜 놓은 것이다.
두개의 객차가 한 케이블에 연결되어 밧줄의 견인력으로 작동하는 독특한 디자인이다.
1969년 벙커힐스 개발 시 사라졌다가 1996년, LA 카운티에서 410만달러 복구작업을 실시하여 원래 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현 위치를 확보했다. 레일카, 스테이션 하우스, 아치 등 60% 정도가 오리지널 객차에서 재생시킨 재료이다.
브래드베리 건물
(Bradbury Building, 304 S. Broadway, 조지 H. 와이맨 설계, 1893년 완공)
1887년 유토피안 소설 ‘룩킹 백워드’의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올 정도로 독특한 스타일이다. 평범한 로마네스크식 외관과 판이하게 내부에는 화려한 빅토리안 코트와 대리석 계단이 있는가 하면, 50피트 높이를 오르내리는 캐이지 스타일 엘리베이터와 화려하게 장식된 철제 난간이 현란하게 펼쳐져, 영화 ‘차이나타운’ ‘블래이드 러너’ 등의 촬영지로 쓰였다.
파머스 앤드 머쳔츠 뱅크
(Farmers and Merchants Bank, 401 S. Main St., 모르건 앤드 월스 사 설계, 1905년 완공)
클래식컬 리바이벌 스타일이다. 20세기 초 금융기관을 성전처럼 건축하던 유행에 따라 로마식 성전에 코린트식 기둥이 더해졌다.
80년대까지 은행으로 쓰였지만, 이제는 특별한 행사에 대여해 주는 용도만 남아있다.
오르피엄 디어터
(Orpheum Theatre, 842 S. Broadway, G. 앨버트 랜스버그 설계, 1926년 완공)
팰리스 디어터와 함께 오르피엄 보드빌 순회공연단의 공연을 하던 극장. 에디 캔터, 소피 턱커, 윌 로저스, 잭 베니, 샐리 랜드, 리나 혼 등의 스타들이 거쳐간 곳이기도 하다. 1928년 설치된 대형 극장용 오르간이 이 곳을 더욱 빛내주는데, 몇 년 전 복구 작업을 거쳐 완전히 재생된 이래 1,400가지 이상의 오케스트라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스턴 콜롬비아 빌딩
(Eastern Columbia Building, 849 S. Broadway, 클로드 빌맨 설계, 1930년 완공)
2차대전 이후까지 LA에서 가장 큰 고층 건물이었으며, 철강과 콘크리트를 사용했고, 그 위에 클래이와 매끈한 테라 코타로 단장하여 안정되고 든든한 느낌을 준다. 또한, 네 방향에서 모두 볼 수 있는 시계탑이 더해지고, 외관을 정교한 패턴, 기하학적 도형, 지그재그, 동물, 식물 등 다양한 무늬로 장식했다.
엔젤리노 하이츠 빅토리안 투어의 일부인 포이하우스. 앞에 주차된 고전적인 모습의 자동차가 인상적이다.
▼1910-20년대 유행한 오르피엄 보드빌 순회공연단의 공연을 하던 ‘오르피엄 디어터’의 웅장한 모습.
▲르네상스와 바로크 등 유러피안 운치를 느낄 수 있는 빌트모어 호텔.
도보 투어에서는 역사적 건물 뿐 아니라 다운타운 LA의 여러 지역에 대한 신비스런 전설이나 재미난 뒷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다.
엔젤리노 하이츠의 빅토리안 투어에서는 LA의 다른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빅토리안 시절의 주택과 정원을 구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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