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문자<수필가>
우리의 삶을 바라본다.
고달픈 인생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인생은 고민의 바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즐거운 삶이라고 말하기보다는 어려운 삶이라고 말하는 것에는 많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리라.
우리는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여러 사람들과의 인연을 맺는다. 부모 형제로부터 시작되는 가족은 최소의 단위로 시작되어 점차 그 범위가 확대된다. 나이가 들어 그 영역이 넓어지면서 우리의 의무도 확대가 된다. 결혼을 하여 인과관계가 늘어나고 따라서 지켜야 할 우리들의 도리도 자연스럽게 넓어진다. 권리보다는 지켜야 할 의무로 가득한 가족은 갈등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그것은 그러한 의무에 따른 도리를 잘 지 키면 칭찬을 받으나 그렇지 못하면 흉을 잡히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이 지켜야 할 남편과 아버지와 아들의 도리. 아내로, 어머니로, 며느리로 지켜야 할 결혼한 여자의 도리. 누구나 자신의 본분과 의무를 잘 지키는 사람을 보면, 그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옛날에는 그러한 도리를 잘 지키고 칭찬을 듣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의무와 도리의 형태가 변하고 있는 것을 느낀다. 그렇다고 사람들의 마음이 변한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부지런하고 착한 마음씨를 갖기 위해서 노력을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농경시대에는 정성이 있고 부지런하면 무난히 여겨지던 도리들이 많았다. 지금은 바야흐로 자본주의시대이다. 돈이 참으로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의 삶은 이어진다.
남부럽지 않게 자식을 키우려면 많은 교육비가 든다. 아무리 효심이 지극하여도 돈이 없으면 부모의 병원비를 부담하여야 하는 도리를 지킬 수가 없게된다. 현세에는 도리를 다하기 위하여서라도 열심히 일하여야 한다. 누구인들 돈이 중하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 그렇다고 해도 세상만사가 어찌 나의 마음먹은 대로 될 것인가. 당연히 우리는 고뇌에 빠지고 몸과 마음은 피곤하기만 하다.
속세를 떠나면, 그 고뇌의 바다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일까. 마음을 비운다고 형제의 어려움이 보이지 않을 것인가. 우리가 말하는 사람의 도리는 어디에 그 한계선을 그을 것인가. 아마도 그것은 한계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상대편이 도리를 못 지켰다고 원망을 하기도 하고, 그래서 한평생을 섭섭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용서하고 또 용서하여야 한다는 무한대의 용서에 관하여 생각을 해본다. 용서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 아닌 것도 깨닫는다. 형제의 어려움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모든 사람들의 고뇌 속에 아직도 존재할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우리는 삶은 괴로운 것이라고 굳게 믿기도 한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라도 하여야만 우리의 마음이 위로를 받는가보다.
우리는 더 행복하고 기쁨에 충만해야 할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삶이 우리를 속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의 의무와는 무관한 것일까. 우리의 도리란 과연 무엇인가. 모든 것을 훌훌 벗어버리는 마음가짐은 과연 어떤 것일까. 서로 사랑하고 싶은데, 미워하고 원망하게 되는 근본원인은 나 자신인가 아니면 상대방인가.
아름다운 계절, 이 풍요로운 땅에서, 삶의 어려움은 여전히 여러 곳에서 사람들을 슬프게도, 낙망하게도 한다는 이 엄연한 사실. 사람들은 그래서 언제나 피곤하다. 그렇다 할지라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 용기도 있으며, 지혜도 있다. 사랑하는 형제들에게 말하고 싶어진다. 비록 우리가 사람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너무 슬퍼하지 말자. 적어도 우리가 의무를 다하고 정성을 다 한다면, 그것으로 용서받아도 마땅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무제한의 용서를 해야할 의무도 부여받았으며, 그것은 또한 용서받을 권리도 받았다는 의미가 아닐 것인가. 이제, 고뇌의 바다에서 나와서 햇빛 찬란한 바닷가에 앉아, 숨을 고르고 가족의 의미와 나에게 연결 지어진 모든 사람들을 다시 점검하고 깊이 사랑하자.
우리의 남은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당신들과 헤어질 시간이 더욱 가까워지고 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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