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번 일을 저지를 때마다 반드시 등장하는 이슈는 ‘이래도 북한을 도와야 하느냐’는 것이다. 국제원조비를 모두 군축비로 전용한다고 비난하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정말 화를 내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퍼다준 수십억 달러가 핵무기가 되어 돌아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북한 돕기를 중단해야 할까?
핵실험의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서도 민간단체들은 지금 북한에 구호물자를 보내고 있다. 11일 인천항에서는 나눔인터내셔널, YMCA, 월드비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등 민간단체들이 마련한 컨테이너 14대 분량의 각종 구호품이 남포항을 향해 떠났다.
11일 호주의 알렉산더 다우너 외무장관은 북한 핵무기 폐기를 위한 대북 제재를 추진하면서도 금년 북한에 지원하기로 한 400만 달러 상당의 원조는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12일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북한핵실험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대북식량지원은 계속돼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국제사회가 ‘북한 정부와 주민을 구별해줄 것’을 당부했다.
미주한인사회에서 북한을 돕고 있는 단체들도 마찬가지다. 10여년간 회령의 빵공장과 염소 보내기 운동을 통해 북한주민들을 지원해온 기윤실, 단동에 제약공장을 세우고 비타민 및 영양소 등 의료지원을 벌이고 있는 샘의료복지재단, 나선지역에 두레어린이집과 학교를 운영하면서 묘목심기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미주두레공동체 등은 북핵에 따른 세계정세의 변화와 관계없이 인도주의적인 지원사업을 계속할 방침이다. 이들 외에도 크고 작은 규모로 북한을 돕고 있는 개인, 교회, 단체들이 미 전역에 산재해있는데 대부분 흔들림 없이 지원을 계속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년간 북한돕기는 미주한인 기독교계가 앞장서왔다. 당시 한국교회들이 정치적 상황 때문에 할 수 없었던 일을 우리는 해외이민자라는 위치를 이용해 좀더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북한에서 수백만명이 기아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이민교계의 대북지원은 봇물처럼 쏟아졌고 한동안 북한선교는 개신교계의 ‘유행’이었다. 그때는 별별 북한선교사가 다 나와서 설쳐댔고, 큰 교회 목사들은 뒷돈을 쥐어주면서라도 평양 한번 다녀오는 일을 자랑으로 여겼으며, 교회마다 북한선교를 위해 헌금하고 선교단체들에 전달하기에 바빴다.
이렇게 몇만달러씩 모아 들고 가서 전달해주고 오는 교회나 단체들을 ‘보따리장사’라고 불렀는데 이런 보따리장사들은 두가지 이유로 시간이 흐르면서 정리됐다. 하나는 공명심에서 시작한 일이어서 북한선교 유행이 지나가 버리자 사람들의 관심도 사라져 자연도태된 경우고, 다른 하나는 서로 헐뜯으며 경쟁적으로 설쳐대는 보따리장사들을 귀찮아하던 북한당국이 한국정부와 기업 등이 큰손을 내미니까 잔챙이들은 끊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10년이 지난 지금 교계의 북한돕기 상황은 철지난 바닷가처럼 썰렁하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꾸준히 돕고 있는 곳들은 ‘진짜’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공명심도, 정치적 동기도 없는 순수한 동족애와 인류애, 그리고 크리스천으로서의 이웃사랑이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익명의 한 교회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김정일 정권은 신뢰할 수도 없고, 대화의 파트너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애초부터 알고 있었다. 지난 10년 동안 그렇게 퍼다 주었어도 변한 것은 하나도 없고 아직도 굶어죽는 사람은 굶어죽는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 보낸다. 안 보내는 것보다는 보내는 것이 낫고, 형제를 외면하는 것은 곧 죄악이기 때문이다.”
투명성이 없다는 점도 늘 거론되는 이슈인데 그것 역시 ‘알면서도 속는 심정으로 보낸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고백이다. “결핵약을 그렇게 보냈으면 환자가 많이 줄어야 하는데 줄었다는 보고도 없고, 빵공장 국수공장 많이들 차려주었지만 한참 후에 가보면 벨트가 새것인 채 그대로 있는 곳도 있다. 계속 돌렸으면 그럴 리가 없는데 보내준 밀가루는 팔아먹고 우리가 가서 확인할 때만 돌린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을 지적하면 앞으로 오지 말라고 하기 때문에 알면서도 속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북한 돕기를 계속하는 것은 그 부스러기가 배고픈 주민들에게 한 톨이라도 돌아가지 않겠느냐는 애절한 희망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 앞에서 북한을 도와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로 언성을 높이는 사람들은 대개 돈을 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다. 자기 돈은 한 푼도 내놓지 않으면서 남이 내는 돈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것이다.
민간차원에서의 북한돕기는 통일되는 날까지 계속되어야하는 일이다. 그것이 통일을 준비하는 길이기도 하다.
<정숙희> 부국장·특집 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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