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큰 도박
-미주한인사회도 결연한 의지를
‘북한 핵실험 강행’첫 뉴스를 접하고 귀와 눈을 의심했다. 북한은 결국 일을 저질렀다. 보통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돌출행동을 또 감행했다. 차마 거기까지는 가지 않을 줄 알았는데, 김정일은 드디어 마지막 선을 넘어섰다. 세계여론이 그렇게도 집요하게 말렸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은 벼랑끝에서 그들이 쥐고 있던 마지막 카드를 써 버렸다.
북한 정부는 작년 2월 핵 보유선언이래, 올 7월 미사일발사, 지난 9일 핵실험 성공에 이르기까지 숨가쁜 핵 위협의 수순을 밟아왔다. 김정일은“‘선군정치’야 말로 역사에 빛나는 자랑스러운 일이며, 억천만번 죽더라도 사회주의를 지켜나가, 누가 최후에 웃는가보자”고 했다. 조선중앙통신은“우리 군대와 인민에게 커다란 고무와 기쁨을 안겨준 역사적 사명이다”라고 보도했다. 박길연 북한대사는“UN 안보리가 쓸모없는 결의를 할 것이 아니라 핵실험 성공을 축하해야한다”고 강변, 그들의 허장성세에 망연자실할 뿐이다.
이렇게 북한의 주장대로 단기적으로 볼 때에는, 북의 벼랑끝 전술이 성공했는지도 모른다. 미국은 북한의 핵 개발과 확산 저지에 실패했으며, 잘못하다가는 이란도 핵을 보유할 수 있는 선례를 남겼다. 북한의 이번 실험은 성능이 미약하고 무기화돼지 않은 핵폭발 장치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어쨌든지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에 이어 9번째로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클럽에 끼게 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모든 예방적 외교도 실패했다.
또 한국의 포용정책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얼마 전 한미 정상간에 합의된 ‘포괄적 접근방안’도 우습게 만들었다. 대화를 통해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던 한국을 상대로 일격을 가해, 상징적이나마 대결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그러지 않아도 보수층에서는 북한에 그렇게도 마구 퍼주더니 고작 햇볕정책의 결과가 핵폭탄 선물이냐고 성토 일색이다. 여기서 우리는 햇볕정책의 대안이나 포용정책의 전면 포기를 주장할 자신은 없다. 다만 그동안 평화유지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쏟은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지금은 포용정책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수정이 불가피한 단계에 이른 것만을 틀림없다. 그리고 한국정부는 UN 안보리 대북 제재에 공동보조를 맞추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번 김정일의 도박은, 얻은 것 보다 잃을 것이 더 많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길게 보면 북한은 이번 핵실험으로 자멸의 길로 들어선 것 같다. 우선 전통적으로 동맹관계를 유지해오던 중국과의 괴리도 큰 손실이다. 혹시라도 중국이 원유와 식량공급 제재에 나선다면 북한 주민들은 큰 도탄에 빠질 것이다. 또 여기에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등 한국의 대북 사업과 인도적 지원이 중단되면, 북한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지경에 돌입할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선제공격이 없더라도 이들의 강력한 경제 제재 봉쇄 정책은 90년대 ‘고난의 행군’이 재현될 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은 김정일 정권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북한이 믿는 것은 무엇이며, 아무리 코너에 몰렸기로서니 무슨 배짱으로 엄청난 도박을 감행했는지 이해하기가 무척 힘이 든다.
한국은 지금 6.25이후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이럴 때일수록 여와 야, 보수와 진보, 정부와 국민이 서로 가릴 것 없이 단결해서 국제사회의 여론에 귀를 크게 열고 초당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이다. 북한의 무모한 도발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한다. 신뢰를 저버린 북한에 무엇인가를 보여 주어야한다. 정부도 이번에는 대화보다 제재 국면으로 가야한다. 그 제재가, 어떤 경우에도 전쟁만은 피해야하며 북한으로 하여금 견딜 수 없는 압박으로 작용하여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하는 효과를 거두기를 바란다. 북한의 핵실험 성공으로 미주 한인사회도 경악과 충격 속에 빠져 있으며, 최대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현 정부의 좌경화와 오판을 원망하기도 했으며, 공멸을 초래 할 전쟁만은 피했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하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한국여행을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우리는 주류사회에‘북한 핵 불용’의 확고한 의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으며, 김정일의 도박은 자승자박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는 결연한 신념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자고 제의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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