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결될까?…‘촉각’
대화·제재·선제공격론등 다양한 의견
북한이 지난 9일 함북 김책시 인근에서 핵실험을 강행한데 이어 추가 실험까지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시카고 한인들은 충격에 휩싸였던 마음을 다스리며 언론, 인터넷 등을 통해 전해지는 한반도의 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인들이 이 시점에서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역시 핵실험 도발후의 엄청난 파장이 어떤 방향으로 해결 되느냐는 것. 일부 한인들은 기어코 핵실험을 강행했지만 여전히 대화로 해결하는 것이 옳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각종 대북지원 중단이나 경제적 제제 등 어떤 식으로든 조치가 이루어 져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일부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는 한인들은 ‘필요하다면 선제공격이라도 해야 되는 것’아니냐는 강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이채원씨는“전쟁이 일어나면 세계평화와 남한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다자회담을 다시 이끌어내서 북한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선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역시 시카고에 거주하는 김 모(32세, 학생)씨는 “북한이 혼자라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게 되면 어떤 도발을 강행할 지도 모른다”며 “평화적인 대화로서 해결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지원 중단을 비롯, 어느 정도의 경제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나일스에 거주하는 김현승(40대, 자영업)씨는 “남한에서 그동안 6조원에 가까운 경제적 지원을 했다고 들었는데 대북지원은 우선 여기서 당장 끝내야 한다. 그동안 너무 일방적이었다”며“일단 대북지원부터 중단하고 난 후 해결 방안을 모색해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스브룩에 거주하는 이철상(72, 은퇴)씨는“더 이상의 대북지원은 안된다. 그동안 일방적으로 퍼주었기 때문에 북한이 국민들은 굶어 죽이면서 그 돈을 핵폭탄 개발에 쏟아 부은 것”이라고 말했다. 바틀렛에 거주하는 지충국(34, 자영업)씨는“미국과 북한이 제대로 대화가 안된 상태에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 전쟁은 절대로 안 된다. 그러나 대북지원은 여기서 중단해야 한다”며“그동안의 지원이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데 직접적인 도움이 안됐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필요하다면 전쟁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커뮤니티내 한 기관 단체장은 “전쟁은 무조건 피해야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북한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나든지, 선제공격을 하는 것 말고는 특별한 해결책이 없는 것 같다”며 “필요하다면 공격을 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이모씨(30대, 직장인)씨는“전쟁이 나면 당연히 남한에 남은 친척들이 걱정되지만 선제공격을 통해 속전속결로 해결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재향군인회에 이어 한인회, 평통 등 커뮤니티내 기관단체들은 성명서 발표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회협의회(회장 이대열)에서도 각 교회별로 북핵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길 기원하는 특별 기도시간 등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박웅진 기자
■ 비즈니스에‘불똥’튈라
동북아시아 정세와 연관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한인 업체들에 혹시 불똥이 튀지는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연관을 갖고 있는 업계는 바로 지금 한창 제철을 맞고 있는 한국의 단풍놀이나 북한의 금강산 또는 개성을 대상으로 한 관광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여행업계. 아직 큰 영향은 없지만 고객들의 문의가 많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대수 유니버샬 여행사 대표는“아직 한국관광을 취소한 경우는 없지만 아무래도 예약자들이 불안해 하는 것이 사실”이라며“정부의 조치에 따라 쿼터제로 실시되던 금강산이나 개성 관광이 불가능해지면 한달 평균 30명 정도이던 고객들을 잃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신세계 여행사의 예약접수 담당자는“북한의 핵실험이 보도된 뒤로 한국 여행을 취소한 고객이 이미 몇 분 있고 이와 관련해 문의 전화도 늘었다”고 말했다. 한국 또는 중국과 무역을 하고 있는 한인들도 한반도 상황이 불안해지고 한국의 경제지표가 들썩이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한국으로부터 물품을 수입해 오는 무역인들의 지출이 증가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재근 한인무역인협회 회장은“환율 급등이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며“근본적인 문제는 평화를 위협하는 국가로서 북한에 대한 반감이 싹트면 미국 내에서나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무역 활동을 펼칠 때 괜스레 한인들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인들은 북한을 옹호할 수도 적대시 할 수도 없는 같은 민족이라는 굴레 속에서, 결국 한국이 한반도 평화를 지지한다는 것을 잘 설명함으로써 긍정적인 이미지를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남북 경제 교류가 활발했고, 중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 개발과 투자를 늘여나가기 때문에 시카고 한인들도 한국과 중국을 통해서 이 대열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릴 수도 있었지만 한반도 긴장 고조로 조심스레 사태의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됐다.
정치적인 혼란 속에서 냉철한 경제 마인드를 잃지 말자는 목소리도 있다. 이국무 상공회의소 회장은“북핵 실험이라는 요인으로 미국 경제 지표가 한국만큼 급격하게 충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차분한 마음으로 한국과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는 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경현 기자>
■ 한국내 재산처리도 고민거리
한국에 동산이나 부동산 등 각종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일부 한인들은 북한의 핵실험 소식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재산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불안감과 함께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지금 당장 전쟁 발발의 여부를 떠나 정세가 불안하니 한국내 재산의 안전성도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것. 동산을 소유한 일부 한인들은 지난 7월 북핵 실험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부터 발 빠르게 움직여 이미 한국내 현금의 일부를 갖고 들어오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한인들은 다소 고민에 빠진 표정이다. 부동산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매물로 내 놓는 다고해서 쉽게 처분되는 것도 아니지만,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팔아 버릴 수도 없기 때문. 즉 한국의 부동산 경제가 안정될지, 아니면 한국내 외국 자본감소 등으로 인해 바닥이 될지를 쉽게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 바로 이들의 고민이다. 위튼에 거주하는 김(40대 자영업)씨는“친척들에게 풀어놓은 현금과 부동산이 한국에 있는데 솔직히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든다. 현금은 천천히 시간을 두고 회수할 수 있지만 문제는 부동산”이라며“팔아버리면 마음이 편하겠지만 한국내 부동산 가격이 언제 뛸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러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M(40대 자영업)씨는 “얼마전 북핵 실험 가능성이 제기됐을부터 불안감을 느껴 지난 9월 현금으로 가지고 나올 수 있는 것은 이미 갖고 나왔다. 아직 부동산이 남아 있는데 일단은 시간을 두고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커뮤니티내 모 기관단체장은“본인도 한국내 대지가 있는데 아마 요즘 같으면 충분히 불안해할 만한 상황이 된다. 앞으로 한국내 외국 자본이 줄어들고 대외신인도 하락과 같은 악재가 겹친다면 경제가 다시 바닥을 칠 수 있기 때문에 투자한 만큼 못 건질 수도 있다”며 “신중히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한인들은 “부동산이라는 것은 전쟁이 난다고 하더라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려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박웅진 기자
■ 한인 유학생들도‘심란’
지난 9일 북 핵실험에 따른 파장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시카고지역 한인 유학생들 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어렵게 공부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 자리를 잡으려고 계획했던 유학생 중에는 이번 핵 실험에 한국이 전쟁이라도 나면 어떡하나 걱정돼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컬럼비아 칼리지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 중인 송원일(31)씨는“장남이기 때문에 힘들더라도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 부모님을 모시며 게임관련 직업을 찾으려고 했는데 한국 상황이 이렇게 불안하게 돌아가 걱정이 많이 된다. 게임도 시류를 타는 산업인데 이러다가 애써 공부한 것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는 게 아닌가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노스웨스턴대학에서 언어치료 박사과정에 있는 이지연(29)씨는“아무리 이곳에서 공부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 후배들에게 가르치고 싶다고 해도 돌아갈 곳이 없어진다는 생각을 하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한국에 남아 있는 어머니와 동생들도 걱정되고 이러다가 그냥 미국에 남아서 자리를 잡는 게 가족들이나 나를 위해서 좋은 게 아닌가 심각하게 고려중이다”라고 말했다.
일리노이대학(UIUC) 언어학 박사과정인 허모씨는“이제 마지막 논문만을 남겨 놓은 상태로 2년 정도만 열심히 하면 공부가 모두 끝나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유감이다. 혹 앞으로라도 전쟁 같은 안 좋은 사태가 벌어져 한국에 돌아가는데 문제가 생길까 가장 걱정이다. 사실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그동안 들인 비용과 노력, 시간을 한국에 돌아가 보상받고 싶은 마음도 어느 정도 있다. 설마 전쟁까지 일어나진 않겠지만 그간 내 인생을 걸고 해온 공부의 결과가 북한 때문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잠이 다 안 올 정도다”라고 전했다. 김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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