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퇴진 촉구 국민대회까지 열어
<서울에서 육길원 특파원> 미주에서도 신문을 통해 노 대통령의 인기가 10%대로 바닥을 치고 있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현지에서 직접 체험한 바로는 노 대통령의 인기가 하나도 없다는 데 놀라게 된다. 국민들로부터 전두환보다도 더 괄시를 받는 것 같았다. 택시 기사들은 장사가 안 되는 이유를 노무현 때문이라고, 입에 거품을 뿜으며 욕한다. 대통령쯤을 발톱의 때만큼도 여기지 않는다. TV에서 노 대통령의 얼굴이 나오면 꺼버린다고 한다. 어른들이 하도 욕을 하니까 이를 보고 배운 아이들이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은커녕 “X 나왔다”고 비웃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되었는가 싶다. 기자가 만나본 사람 열 명이면 열 명 모두 이를 갈 정도로 노 대통령을 욕했다. 공연히 그분이 잘 한 것도 있지 않느냐고 반론을 제기했다가는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을 것 같아서 아예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동창 한 명은 한바탕 싸운 후에 다시는 동창회에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서울에 머무는 동안 열 댓 명이 모인 동창회에 나갔는데, 한 친구는 나에게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내란죄 및 외환죄 혐의 고발 서명자’ 종이를 주면서 주위에서 사인을 받은 후 이것을 ‘국민행동본부’에 우편으로 보내달라며, 태극기까지 선물로 주었다.
역사는 노무현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 할 지는 몰라도,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이미 끝난 상태이다. 그의 최대 역점사업인 ‘개혁’을 잘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4%밖에 안 된다.(일간지 여론조사) 국민 70% 이상이 노 대통령이 잘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치적 가능성이 컷 던 부정부패 척결도 ‘바다 이야기’ 때문에 크게 훼손되었다.
4년 전 취임 초 90%이상의 지지를 받던 노무현 대통령이 어떻게 이 지경에 빠지게 되었는지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을 거부하는 첫 번째 이유는 우선 그의 성격이다. 그가 민주당 후보 출마를 했을 때, 아무도 그가 당선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학 교육을 받지 않았고, 장인이 공산주의자라서가 아니다. 국회 청문회 스타 일 수는 있어도 국가를 경륜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그는 종종 대통령으로서 품위를 잃고 함부로 말하는 직설법 때문에 점수를 많이 잃었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솔직하고 순수한 그가 권위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정치문화 개혁의 시도로 봐 주지만, 대통령으로서 비속어 남발은 국민 정서를 해치고 신뢰도를 저하시켰다. 가령, “한국이 개판이다‘ ”대통령 못 해먹겠다’ “깽 판 논다”와 같은 경망스러운 표현은 삼가 했어야 한다. 너무 독선적이고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그의 태도로 말미암아 추종세력마저 잃었다.
노 대통령의 인기가 이렇게 바닥을 기게된 또 하나의 원인은 아직도 막강한 보수언론의 영향력 때문이다. 소위 ‘조중동’(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이 매일 기사로 칼럼으로 때론 사설로 사사건건 노무현을 조지는데, 아마 그 매에 장사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세뇌 받지 않을 독자 없을 것이다. ‘권언(權言) 유착’이 아니라 ‘권언 원수’지간이 되었으며, 그 피해를 대통령은 단단히 받고있다.
노 대통령이 그를 지지하던 세력과도 멀어진 가장 큰 이유는 서민 경제의 어려움 때문이다. 탈 권위적이고, 개혁적인 그를 대통령으로 뽑으면 더 잘 살 줄 알았던 희망에 대한 배신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한국의 현 사태를 8,15 해방직후나 나라가 망해가던 이조 말에 비유하기도 한다.
추석을 앞두고 조상의 성모예배를 갔다가 괴한에 자동차 피습을 당한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을 옛날 신문사 동료들과 신문사로 찾아가 위문을 했다. 그는 “아이들이 노는 축구공이 잘못 날라 온 줄 알았다. 뒤에 ‘민족의 적 조선일보 근조’라는 벽돌을 보고 테러라는 것을 감지했고, 여운형씨 등 암살이 자행되던 해방정국의 암울했던 상황이 생각났다.”고 치를 떨었다.
또 기자는 이부영 전 우리당 대표와 단 둘이 인사동에서 저녁을 했는데, 그는 “병자호란 때 주전론(친명론)이 대세였고 항복문서를 작성한 최명길은 변절자가 되었으나, 명분에 얽매이지 않고 현실을 읽은 최명길과 같은 인물이 이 시대에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가 존망의 중대한 시기에 민심을 떠난 노 대통령의 리더십이 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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