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끝내 핵실험을 저질렀다. 그 후폭풍인가. 한국군의 경계태세가 강화되는 가운데 한국의 증시가 폭락세다. 미국이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 그 대응시나리오가 어지러이 펼쳐진다. 전 세계의 시선이 또 다시 한반도로 쏟아진 것이다.
이 상황에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불쑥 스친다. 중국이 정말로 사전에 몰랐을까 하는 것이다.
‘모든 당사국의 자제를 촉구한다’-. 평양의 핵실험 선언과 관련해 중국이 보인 첫 반응이다. 맥 빠지는 소리다. 특히 미국으로서는. 동북아의 안보지형이 바뀔 수도 있다. 핵 도미노 현상이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 그것도 한참 뜸을 들인 후 나온 반응이 이 정도였으니.
조금 달라지긴 했다. 하룬가 지난 후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때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는 공개적 비난을 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자의적인 게 아니다. 줄곧 북한을 보호하려는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보다 못해 미국이 막후에서 일갈을 하자 나온 발언이다.
석 달 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전 세계가 경악했다. 그 정황에 중국은 자제와 대화만 강조했다. 나중에 미국과 일본의 압력에 안보리 결의안에 서명을 했지만.
한 가지 패턴이 보인다. 원론적 반응만 보인다. 그러다가 마지못해 끌려가는 식이다. 왜.
‘중국 군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하품을 날리고 있다’-. 북한 미사일 위기가 다소 진정된 무렵 헤리티지 연구소의 존 카시크 주니어가 발표한 에세이의 제목이다.
그에 따르면 북한 문제는 중국 외교부 소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 문제를 군사 문제로 본다. 때문에 북한에 관한 한 전권은 중국 인민해방군에 있다는 것이다.
북한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떠오른다. 이 경우 중국 외교부가 맡은 역할은 오직 여론 무마로 한정될 뿐이고 최종적 권한은 군부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장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중국이 대외적으로 보이고 있는 공식적 입장이다. 외교부 윗선의 정치국 실세와 군부의 입장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의 시각을 보이고 있다는 거다.
중국은 아시아에서 미국과 군사적 대치상황에 있다. 대만 문제가 그렇다. 또 넓게 보면 미국은 중국을 포위하고 있는 형국이다. 핵 전력을 갖춘 북한은 이 상황에서 미국의 군사력 상쇄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게 군부 핵심들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궁극적으로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다.” 10월3일자 노틸러스 연구소의 온라인 포럼에 실린 논문 내용이다. 그 타이밍이 공교롭다. 북한이 핵실험 선언을 한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발표됐고, 그 예언이 적중해서다.
중국의 군사 전문가로 알려진 셴딩리의 주장으로,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와 ‘자국의 이해’ 둘을 면밀히 계산한 끝에 핵실험 쪽으로 결심을 굳힐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던 것.
미국은 핵보유국을 공격한 적이 없다, 또 이라크 사태로 미국은 여력이 없다는 점 등등을 들어 북한은 핵실험을 감행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전망에 한 가지를 붙였다. 북한의 핵무장이 중국에 결코 해롭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의 대만정책에 유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제의를 한다. “핵실험 시 뒤따를 유엔의 북한 제재에 중국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이론 전개가 자못 정교하다. 그러나 모순점이 발견된다. 중국은 북한을 주권국으로 존중, 핵실험 문제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을 움직일 지렛대를 지니고 있다는 건 서방의 오해라는 얘기다.
과연 그럴까. 중국은 북한이 필요한 석유의 90%를 공급해 준다. 연간 5억달러에 이르는 량 원조를 한다. 북한의 육로 수송은 중국이 통제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중국은 북한 내의 전략적, 경제적, 군사적 가치가 있는 것은 모두 장악했다. 북한 체제를 유지시켜 주고 있는 것은 바로 중국이다.” 로버트 카플란의 지적이다. 그뿐이 아니다. 수많은 북한 망명자를 관리하고 있고 국경지대에 15만의 병력을 새로 배치했다. 유사시에 대비해서다. 이런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이 없다는 말만 되뇌고 있는 것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중국 공산당 정치국의 실세와 군부 수뇌는 국가 안의 국가와 같은 존재다. 이들은 별도의 라인을 통해 북한과 접촉한다. 이 라인을 통해 결정된 정책을 중국 외교부는 받들어 수행할 뿐이다.
다른 말로 하면 조·중(朝·中), 그러니까 북한과 중국의 군사동맹은 여전히 굳건하고, ‘무형의 조·중 연합사’는 무소불위의 파워를 구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은 정말로 몰랐을까.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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