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러보면 넉넉한 만남있어 좋은 곳
역사가 숨쉬는 저택
살아있는 박물관에 들어선 듯 오래 전 그 곳을 지나간 사람들의 흔적과 세월의 자취를 느낄 수 있는 고풍의 맨션. 유서 깊은 문화적 유산이 흔치 않은 남가주에도 지난 역사를 돌아보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건조물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그 중에서도 옛 정취를 느끼면서 그 시절 사람들의 생활을 몰래 들여다보는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만나는 곳이 바로 히스토릭 하우스다. 백만장자들이 모여 사는 지역의 호화로운 대저택에서부터 소박한 공원 안에 자리한 19세기 저택까지, 역사적 건물로 지정된 대부분의 맨션들은 실내 장식 및 가구 모두 최대한 주인이 살던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외부에는 아름다운 정원과 과수원까지 갖춘 곳도 있다. 캘리포니아의 역사와 다양한 건축 양식 및 디자인의 변화를 공부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주변 학교들에서 학년별로 견학을 하기도 하고, 결혼식 및 각종 행사와 사진 촬영지로 대여하거나, 영화와 TV 쇼를 촬영하는 로케이션으로 변신할 때도 있다. 화창한 주말, 가까운 히스토릭 맨션을 방문하여 집안과 정원을 한가로이 둘러보면서 휴식도 취하고 타임머신에 오르듯 옛 시절을 그리워 해보는 것은 어떨까? LA 인근에서 가볼 만한 저택 중 특별히 주말에 한두 차례 투어를 제공하는 곳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히스토릭 하우스는 학생들에게 캘리포니아의 역사와 건축 양식 및 디자인의 변화를 보여주는 좋은 현장이기 때문에 인기 있는 견학지가 되기도 한다. 사진은 펜이즈 맨션.
19세기 캘리포니아 건축양식… 도심속 멋진 식물원
헤리티지 하우스와 풀러튼 수목원
(Heritage House & Fullerton Arboretum)
칼스테이트 풀러튼 캠퍼스에 접해 있는 26에이커의 풀러튼 아보리텀은 도심의 휴식처로 손색 없는 멋진 식물원이다.
세계 각국에서 모아온 희귀 식물 컬렉션, 지중해 식물원, 데저트, 우드랜즈 등 다양한 나무와 식물을 관찰할 수 있으며, 일일이 수목원 전체를 도보 투어하지 않고 산책로에서만 시간을 보내도 충분히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식물원 자체 인력과 칼스테이트 학생들이 함께 돌보기 때문에 관리상태가 좋은 편이다.
그 한복판에 자리한 박물관이 바로 헤리티지 하우스다. 1800년대 오렌지카운티에서 유행했던 이스트 레이크 빅토리안 스타일 저택으로, 아기자기한 수목원과 어울리게 레드우드와 전나무로 건축되었으며, 실내 장식은 꽃무늬를 비롯한 다양한 패턴, 재질, 그리고 색상으로 푸근함을 주는 분위기다.
가구의 대부분이 미국에서 제작된 빅토리아식 디자인으로, 레이스 드레스와 챙모자를 갖춘 부인들이 티파티를 즐길 것 같이 아늑하고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는 느낌을 준다.
19세기 캘리포니아 남부의 전형적인 스타일로 꾸며진 정원에는 꽃밭과 과수원이 갖추어져 있고, 1895년 설치된 펌프하우스와 풍차, 그리고 아담한 헛간 건물이 이 곳의 명물이라고 할 수 있다.
시월 중 특별행사로 빅토리아식 사과 주스 만들기, 버터 만들기, 레이스 장식 배우기, 19세기식 빨래하기 등을 견학하거나 체험할 수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면서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만하다.
주소: 1900 Associated Rd., Fullerton, CA 92831
수목원 개장 시간: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45분까지
헤리티지 하우스 투어 시간: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4시
문의: 714-278-3579
http://arboretum.fullerton.edu
풀러튼 수목원 내에 자리한 19세기 빅토리안 저택 헤리티지 하우스의 입구.
1906년 건축, 영화촬영 명소로
결혼식장-파티장소로 빌려주기도
펜이즈 맨션과 패사디나 역사 박물관
(Fenyes Mansion & Pasadena Museum of History)
패사디나의 백만장자 거리 ‘밀리어내어스 로’(Millionaire’s Row)의 화려한 대저택 중 특히 돋보이는 건물이다. 과거 핀란드 영사 관저로 사용되기도 했고, 화가 출신의 주인 에바 펜이즈가 후원한 예술인 및 남가주 상류사회 미술 애호가들의 파티장소로 유명했었는데, 현재는 패사디나 뮤지엄 오브 히스토리의 일부로 운영되고 있다.
1906년에 건축된 이래, 1912년부터 최근까지 무수한 영화와 TV 드라마 배경이 되었고, 1977년 ‘엘리노어와 프랭클린’이란 드라마에서 백악관으로 사용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1만162스퀘어피트의 엄청난 공간 안팎으로 모두 앤틱한 디자인과 소품이 넘쳐난다. 인테리어에서 특히 나무 바닥과 패널의 사용, 계단의 정교한 조각 등이 주목할 만하며, 대형 오리엔탈 카펫과 캘리포니아 인상파 페인팅 컬렉션이 예술적인 분위기를 더해 준다.
패사디나 뮤지엄 오브 히스토리에는 펜이즈 맨션 이외에도 히스토리 센터 갤러리, 핀란드 포크 뮤지엄, 그리고 가든이 포함되어 있다. 히스토리 갤러리는 이름 그대로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미술관으로, BC 6000년 아트부터 현대까지 600여점의 다양한 페인팅, 조각, 장식품 등이 전시되고 있다.
한편, 펜이즈 맨션만큼 유명한 정원은 결혼식, 피로연, 파티 장소로 널리 알려질 만큼 풍성한 나무와 꽃으로 장식되어 있다. 잔디밭 사이로 난 산책로가 유난히 아름다워서 카메라를 반드시 지참하는 것이 좋다.
주소: 470 W. Walnut St., Pasadena, CA 91103
박물관 및 정원 개장 시간: 오후 12시부터 5시
맨션 투어 시간: 금요일 오후 1시,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1시 30분, 3시(3시 투어는 변경될 수 있으므로 미리 전화로 확인할 것)
문의: 626-577-1660, www.pasadenahistory.org
패사디나의 펜이즈 맨션 안내인이 저택의 역사와 건축양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목재로 지은 고급 방갈로
갬블 하우스 (The Gamble House)
펜이즈 맨션에서 불과 두 블럭 떨어진 위치에 있다. 대리석이나 클래식한 재질 대신 목재를 사용했기 때문에 화려함은 없지만, 1900년대 초 미국의 아츠 앤드 크래프트 무브먼트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고급 방갈로 스타일의 훌륭한 건축물로 평가되고 있다.
프록터 앤드 갬블사의 2대 자손 데이빗 베리 갬블이 은퇴 후 기후 좋은 LA로 이주하여 생활하기 위해서 찰스와 헨리 그린 형제의 디자인으로 1908년 완공하였다.
펜이즈 맨션이 지극히 예술적이라면 갬블 하우스는 편안한 가정집을 방문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린 형제는 당시 유행하던 전통 클래식 스타일을 버리고 완전히 자연에 다가간 파격적인 건축 양식을 추구하여 모든 벽장, 계단, 패널, 문틀과 창틀, 천장, 스테인드 글래스, 라이팅 등을 수공으로 제작했으며, 러그와 가구까지도 기본 건축 디자인의 개념에 맞춰 특별 주문한 것으로 장식했다. 넓은 패티오가 인상적이다.
주소: 4 Westmoreland Place, Pasadena, CA 91103
투어 시간: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12시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투어가 3시에 시작됨.
입장료: 성인 10달러, 학생 7달러
문의: 626-793-3334
www.gamblehouse.org
갬블하우스는 1900년대 초 미국의 아츠 앤드 크래프트 무브먼트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고급 방갈로 스타일의 훌륭한 건축물이다.
<고은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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