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황 안보 불안에 정치 혼란으로 3중고
모든 스트레스‘노무현 때리기’로 풀어
<서울에서 육길원 특파원> 개천절과 추석이 이어지는 10일간의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30만 명이 해외 여행을 떠났다. 한국은 해외여행 1천만 시대에 돌입, 국민들이 밖으로 나돌아다니는 바람에 아무리 반도체와 자동차를 수출해도 여행 적자 규모를 메우기 힘든 지경이다. 이번 추석에는 삶이 고달파 제사장 차려놓고 서러워서 목이 메인 국민이 많았다고 한다. 아예 목을 매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하루에 33명이 자살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인의 삶이 얼마나 고달프면 자살율이 2년째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OECD 국가 중). 지난해 1만 2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기가 안 좋다고 아우성이고, 노 대통령이 너무 정치를 못 한다고 야단이다. 한미간의 껄끄러움 때문에 가뜩이나 불안한 판에, 북한은 핵실험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으니 국민들의 심기는 더 불편하다.
작년에도 IMF 때보다 경기가 더 안 좋다고 울상이던 택시 운전사들은, 올해는 더 나빠졌다고 투덜댄다. 그리고 노 대통령에 대해서 육두문자에 쌍 소리를 석어 가면서 욕을 한다. 불황으로 서민이 못 살게된 이유를 전적으로 대통령의 탓으로 돌렸다.
일일 유동인구가 100만 명으로 실물 경기의 바로미터인 한국 최고 상권을 자랑하는 남대문 시장도 불경기 여파는 심각했다. 꽃 상가 2층 액세서리 매장의 주인은 “손님이 절반으로 줄어 매출이 작년보다 40% 떨어졌다”고 울상이다. 동대문 시장의 침구점과 옷가게, 책방을 둘러보았는데, 상인들은 20년 장사하는 동안 금년이 최악이라고 불경기를 걱정했다. 낮에는 양복점을 운영하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고 있는 40대 남자는 “하루 20시간을 일해도 애들 학비 마련하고 먹고살기가 고달프다”라고 ‘일 하는 빈곤층’의 어려움을 실토했다. 노래방과 단란 주점 심지어 찜질방, 독서실도 파리를 날리고 있으며, 학원 마저 불경기로 고전을 하고 있다. 공식 통계에 의하면 한국에는 매년 자영업체가 50만개가 생기고, 그 중 40만개가 문을 닫는 실정이라고 한다.
강화도에 별장까지 갖고 있는 한 은퇴교수는 “요즈음 친구 만나면 5천 원 짜리 사먹는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어 술도 안 사 마신다. 이렇게 돈이 안 도니까 경기 안 좋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취업 창구에 몰리는 행렬은 절망을 넘어 처절하기까지 하다. 서울시 공채로 7-9급 공무원 932명을 뽑는 임용 시험에 15만 1150명이 몰려, 162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응시생의 수는 중구 인구보다 많고 서울시 수능생과 맞먹는 규모다. 수험 당일 공수작전은 볼만했다. 이는 언제 퇴출 될지 모르는 재벌 기업보다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는 공무원을 선호, 굵고 짧게 살려는 것이 아니라, 가늘고 길게 살려는 젋은 이들의 세태를 반영한다.
일부에서는 아직도 흥청망청 사치스러운 생활을 영위해 사회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 외재 고급 승용차 범람(현재 20만대), 명품 선호, 미 주택 시장에 쏟아 붓는 천문학적인 한국 돈이 바로 그것이다. 또 계층 간의 빈부 격차가 심해 고교 수학 여행에서도 구별이 되어 있다. 있는 애들은 해외로, 없는 애들은 국내로 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공동의 적개심과 불만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쏠린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집 2채 이상 가진 사람에게 중과세를 부과한다. 이에 집 주인들은 높아진 세금을 내기 위해 전세를 주던 집을 월세로 바꾸는 바람에, 골탕은 부자가 아니라, 집 한 채 못 가진 돈 없는 사람에게 돌아가고 만다. 그래서 노 대통령은 양쪽에서 욕을 얻어먹고 있다.
한국 인구의 1%에 불과한 땅 부자 약 50만 명이 전체 개인 토지 소유의 약 60%를 소유하고 있고, 땅 부자 10%가 개인 토지 98%를 소유한 편중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사회의 비극은 부(富)가 부정부패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빈부 격차가 사회의 양극화 현상을 빚어, 중병을 앓고 있다. 노 대통령에게 가해지는 몰매로 해결될 일인가?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 희망의 정치를 펼치고, 진정한 개혁을 이룩할 새 리더십 창출에 국민의 현명한 판단과 선택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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