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명예퇴직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사기업 직원은 물론, 연방공무원들도 대상이 되고 있다.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명퇴는 회사와 직원 모두 신중한 자세를 요구한다.
1980년대 한차례 ‘바람’이후 ‘제 2의 폭풍’
GM·포드·페덱스·버라이즌 등 대기업 줄줄이
연방공무원도 2002년 11월 이후 2만3천명 떠나
멤피스에 사는 앤 매닝(64)은 2003년 20여 년 간 다니던 페덱스(FedEx)로부터 명예퇴직을 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고민했다. 그녀는 자신의 회계사, 전문 재정상담가, 심리치료사 등과 상의했다. 명퇴 신청 마감 하루 전까지도 갈팡질팡 했다. 마지막으로 절친한 친구와 식당 패티오에서 마주 앉아 와인을 마시면서 논의했다. 페덱스에서 통신전문가로 일하던 매닝은 최종 결정을 내렸다. 명퇴하기로 했다. 회사에 알렸다. 매닝은 “이 과정은 이혼을 결심할 때보다 더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회사가 구조조정을 하느라 감원을 할 때보다 한결 좋은 조건으로 회사를 나오게 됐다. 현찰로 받는 전별금에다 다른 인센티브도 받았다. 근무 연한을 더 늘려서 회사를 그만두는 것으로 합의했다. 당연히 은퇴연금이 많아지게 된다.
두둑한 전별금·베니핏 받고 전업하면 ‘금상첨화’
새 일자리 못 찾고 현금만 까먹는 실패 사례도
그냥 남아 있다 추후 감원조치 당하면 더 손해
회사들은 저마다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생산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GM의 경우 경영 압박에 못 이겨 노조에 가입된 시간당 임금 노동자 11만3,000명 전원에 대해 명퇴를 오픈했다.
젊은 노동자들에게는 근무연수에 따라 최고 14만 달러의 전별금을 지급키로 했다. GM은 2008년까지 생산직 3만 명을 줄일 계획이다. 그러나 벌써 3만4,400명 이상이 명퇴했다. 회사 측으로서는 계획이 초과 달성된 셈이다.
회사 측으로서는 경영합리화를 달성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로서 명퇴를 실시하지만 직원들의 사기와 사회적 이미지를 고려해 가능한 명퇴 신청자들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 그러나 명퇴자의 나이에 따라 예기치 않은 일도 생기게 마련이다.
회사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라지만, 유능한 직원들이 명퇴하고 ‘무능한’ 직원들이 그대로 남아 오히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 또 당장에 대규모 명퇴로 인한 재정압박도 문제다.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도 위험은 있다. 명퇴를 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구한다면 별 문제다. 그러나 여의치 않으면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 명퇴를 하지 않고 남아 있는 직원들도 맘이 편하지는 않다. 나중에 감원조치로 회사를 떠나야 할 경우가 그것이다.
일부는 명퇴를 이용해 현금을 챙기고 새로운 커리어로 전업하는 기회 삼는다. IBM에서 일하던 데이빗 라이트는 1997년 명퇴했다. 그 후 그는 프렌차이즈 사업에 성공했다.
목돈을 챙기고 전업에 성공한 사례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전직에 실패해 명퇴금을 까먹으며 불안정한 생활을 하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명퇴금을 받아 새 차를 사고 흥청대다가 돈을 모조리 날리기도 했다.
명퇴는 미국 기업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던 1980년대 처음 유행했었다. 명퇴를 발표할 때 회사 측은 직원의 사기와 회사 이미지를 모두 고려해서 신중하게 한다. 회사가 어려워 명퇴를 실시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겉으로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슬로건을 내건다. 실상 맞는 말일 수도 있다.
연방정부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명퇴를 자주 실시한다. 새 피를 수혈하기 위함이다. 정부회계실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11월 이후 최소 2만2,600명의 연방공무원이 명퇴했다. 사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버라이즌은 2003년 15만2,000명에게 명퇴를 오픈했다. 약 2만1,600명이 이를 받아들였다.
페덱스는 그 해 1만4,000명이 회사의 명퇴 제의를 받았는데 이 가운데 25%가 수락했다.
회사 측은 명퇴를 제시할 때 직원들에게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45일이 법적으로 보장된 시간이다. 명퇴를 실시한 회사 가운데 43%는 전별금으로 일시불을 지급했다. 그리고 회사들 가운데 3분의 1은 조기퇴직자들에게 보다 나은 의료보험을 제공했다.
하지만 직원들로서는 벼랑으로 몰리는 기분에서 명퇴를 수락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NBC방송에서 뉴스 편집자와 프로듀서를 했던 리처드 버맨(63)은 1991년 1년 연봉과 의료보험 제공이라는 조건으로 명퇴 오퍼를 받았다. 그는 원치 않았다. 그런데 만일 명퇴를 수락하지 않으면 회사에 남을 수 있지만 영 맘에 들지 않은 업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는 수 없이 명퇴를 수락했다.
버맨은 명퇴를 하지 않고 그냥 회사에 남아 있었으면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더 바람직했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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