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토요일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LA시장이 코리안 퍼레이드의 그랜드 마샬로 우리를 찾아온다. 당선 첫해였던 지난해 퍼레이드 날자가 그의 딸 결혼식과 겹치는 바람에 한 해 미루어진 것이다.
취임 후 지난 448일을 전 속력으로 달려왔으면서도 그는 전혀 지친 기색이 아니다. 여전히 에너지가 넘쳐흐른다. 하긴 요즘 그 만큼 신나고 행복한 사람도 드물 것이다. 자신이 가장 열정적으로 추진해온 두가지 선거 공약이 상당히 긍정적 모습으로 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수한 공립학교와 국제교역의 중심지 - 이 두 공약은 그가 꿈꾸는 ‘내일의 LA’의 근간을 이루는 가장 빛나는 요소라 할 수 있다. 이번 주 초엔 그의 LA교육구개혁안이 ‘드디어’ 입법화되었다. 힘든 투쟁 끝에 얻은 값진 승리다. 다음 주엔 LA 국제마케팅을 위한 첫 외국출장길에 나선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새로운 도전이다. 승리를 만끽하며 더욱 신나고, 도전을 기다리는 설레임에 더욱 행복해진 시장을 한편으론 함께 신나하며, 한편으론 조금쯤 마음 졸이며 온 LA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고 있다.
사흘전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서명한 교육구개혁안으로 비아라이고사 시장은 LA시내 공립학교에 대한 실질적 파워를 갖게 되었다. 그가 원했던 전권엔 못 미친다. 원래는 현재 교육위가 행사중인 교육구 관리·감독권한의 완전 인수를 추진했었다. 그러나 시장 단독이 아닌 LA와 26개 군소도시 시장들로 구성된 시장협의회, 교육감, 교육위 등과 권한을 나누게 되었고 새 교육감도 임명권 대신 거부권만을 갖게 되었다. 반대그룹과 타협하며 다소 약화된 것이다. 그래도 협의회의 주도권은 LA시장에 속하고 교육위는 상징적 존재로 밀려나게 되었으니 누가 뭐래도 시장의 확실한 승리다.
물론 그가 꿈꾸는 교육개혁은 갈 길이 멀고 험하다. 어떻게 보면 이번 개혁안은 내용자체가 상당히 정치적이다. 누가 어떤 파워를 얼마나 갖느냐가 주요 내용이다. 바닥에 떨어진 아이들의 성적을 어떻게 올릴 것인가, 25%에 달하는 고교중퇴율을 어떻게 낮출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대책엔 언급이 없다. 조직개편 보다 훨씬 어려운 과제다. 너무 가난하고 영어를 너무 못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시장 자신도 인정했다. “개혁안 통과는 나의 정치생활에서 가장 힘든 정치 투쟁이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러나 일단 통과되었다. 곧 제기될 것으로 알려진 위헌소송을 무사히 넘게되면 내년부터 발효된다. 공립교육 개선은 ‘고교 중퇴생’이라는 역경을 체험했던 그가 내세운 최우선 공약이었고 이제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지난해 시장선거를 며칠 앞두고 본보를 방문했던 비아라이고사 후보는 얼굴을 빛내며 열정적으로 약속했었다. “난 LA를 21세기의 베니스로 만들겁니다” 그 배경에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가 크게 자리잡고 있다면서 자신이 당선되면 아시아가 첫 해외순방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15세기 유럽무역의 중심지였던 베니스처럼 LA를 국제교역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약속이었다. 그 실현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는 그의 순방을 카운트다운하며 관계자들은 ‘세계 최고의 세일즈맨’에 대한 기대를 숨기려하지 않는다. 자신감 넘치고 설득력 대단한 ‘보스’에 대한 의심없는 신뢰일 것이다.
새 시장 취임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가 무엇이냐고 본보 LA시청 출입 기자에게 물어보았다. 지체않고 대답이 나왔다. “리더십입니다. 누가 보스인지 확실해졌어요” 시정에 기강이 섰다는 뜻이다. 행정부는 물론 시의회와 경찰도 빈틈없이 장악했고 민주당 주의회 뿐 아니라 공화당 주지사와도 편안하게 손잡고 있다.
시장의 내년은 더욱 강행군이 될 것이다. 교육개혁법의 효율적 시행을 LA만이 아니라 전국이 비판적 시각으로 지켜볼 것이고 계약이 만료되는 시 각 부서 노조와의 협상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계층간의 이해가 상충되면서 그의 절대적 자산인 인기도 언제 어떻게 곤두박질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아직은 아니다. 무엇보다 지난 1년 LA는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활력을 되찾았다. 비아라이고사가 레이건과 닮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장밋빛 희망을 심어주는 낙관적 리더라는 공통점에서다. LA를 위협해온 인종적 차이도 ‘축복’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인종의 다양성이 바로 LA를 부유하게 만들 경제적 경쟁력이라며 자신은 120개의 언어를 쓰는 모든 주민들의 시장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내달 15일부터 3박4일간 한국을 방문하는 그는 코리안 퍼레이드엔 한복을 입고 나오겠다며 우리에게도 친근하게 다가온다. 틀림없이 “안녕하세요”라고 힘차게 소리칠 그에게 우리도따뜻한 환영인사를 건네기로 하자. 웰컴 미스터 메이어.
박 록
주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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