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웹사이트는 중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세상과의 소통을 용이하게 해준다.
네번이나 개썰매 경주 챔피언을 지낸 수잔 부처가 지난해 12월 시애틀에서 백혈병 진단을 받았을 때 남편인 데이빗 몬슨은 컴퓨터 앞에 앉아 그 사실을 모든 사람에게 알렸다. 간단한 온라인 서식 기입으로 몇 분 안에 인터랙티브 웹페이지를 만들 수 있게 된 그는 멀리 사는 친구와 가족들에게 아내의 상태와 치료 경과를 신속하게 알릴 수 있게 됐다. 친지들도 혹시 방해될까 염려할 필요 없이 밤이건 낮이건 응답을 할 수 있었다.
전화·직접방문 등으로
환자 괴롭힐 일 거의 없고
먼곳의 가족·친구들에게
치료경과 등 수시 알려줘
세계 각지서 “쾌유” 격려도
최근 몇 년 사이에 매일 치료받기에도 기운이 모자라는 중병환자나 가족이 선의의 방문객이나 문안 전화에 시달리지 않으면서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폭넓고도 쉽게 연결되도록 웹사이트를 개설하도록 돕는 회사들이 서너 개 생겼다. 몬슨이 이용한 www.thestatus. com도 그중 하나였다.
부처와 몬슨은 자기들의 웹페이지를 아무나 방문할 수 있도록 개방했지만 이들 회사들은 이 사이트들을 패스워드로 보호해 주기도 한다. 오직 초대받은 사람들만 방문해 글을 남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치료 목적으로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병원을 찾아가 외롭고 마음 약해지기 쉬운 사람이 많은 요즘, 환자들에게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연결될 필요는 더욱 절실할 수 있다. “암이나 골수이식, 기타 중병의 경우에는 환자뿐만 아니라 환자를 염려하는 사람 모두가 보살핌을 받아야 합니다. 슬픔을 가눌 길 없는 그들도 치유될 필요가 있지요”라고 말하는 몬슨은 “그렇다고 어느 날 있었던 일을 10번씩 이야기할 수는 없어요. 한번 할 기운밖에 남아있지 않거든요”라고 덧붙였다.
지난 8월 시애틀 병원에서 암과 골수이식 후유증으로 세상을 뜬 부처는 그 전까지 남편과 함께 100건이 넘는 글을 올렸고 수십개 국에서 수천명으로부터 쾌유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고통 중에서 반짝 상태가 좋은 날 부부가 쓴 글은 유쾌하고 다정했다. 이후 의학적으로 점점 나쁜 소식만 듣게 되었을 때도 부처는 자신을 환자로만 규정짓지 않았다. 더 행복할 때의 사진들을 올려놓고 골수 기증자 명단이나 다른 웹사이트를 링크시키며 이야기를 끌어나갔다. 과거 전화로 그저 병세의 진전을 알리던 때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환자와 방문자는 무료로 이용하는 이 웹사이트에 드는 비용은 개인 헌금이나 재단 후원금 또는 그런 웹사이트들의 홍보 효과를 깨달은 종합병원들이 지불하는 것이 보통이다. 환자나 방문객의 이메일 주소는 환자의 허가 없이는 결코 판매, 대여, 공개되지 않는다고 이 회사들은 말한다. 또 병원의 치료 요원이나 행정직원들도 환자에게서 초대받지 않는 한 방문할 수 없다.
메이요 클리닉, 클리블랜드 클리닉, 매서추세츠 제너럴 하스피틀을 포함, 500개 종합병원을 산하에 둔 영리목적의 회사인 www.carepages.com 같은 사이트는 뉴스레터, 그 환자의 병에 관련된 교육 자료를 제공하며 병원 내 꽃집, 선물가게 웹사이트도 링크시킨다. 환자나 방문자가 환자를 특별히 잘 돌봐주는 간호사나 병원 직원을 칭찬하고 싶을 때 누르기만 하면 되는 단추까지 마련해 놓았다.
그렇지만 병원의 치료나 간호에 불평하는 단추는 없다. 명예훼손 소송 같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모든 웹사이트 관리자와 방문객들은 병원 직원이나 다른 환자를 깎아 내리거나 심하면 이름조차 밝히지 않는 것을 등록 조건으로 요구받는다.
그렇다고 칭찬만 하라는 것은 아니다. 비영리 온라인 서비스 www.caringbridge.org를 후원하는 보스턴의 데이나-파버/브리검 앤드 위민스 캔서 센터의 소셜워크 디렉터인 마이클 허브너에 따르면 이 센터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첫 18개월 동안 137명의 환자가 웹사이트를 만들어 1만4,842명의 손님을 초대했는데 그들이 방문한 횟수는 25만6,953회에 달했다.
이 환자 웹사이트는 기존의 문안 카드나 음식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돕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당장 필요한 것이 음식인지, 기도인지, 프라이버시인지를 그때 그때 알려주는 또 다른 도구라고 허브너는 덧붙였다.
척 에잇켄은 지난 봄, 결혼 28주년 기념일에 특별히 마련한 로맨틱한 저녁 식사로 당시 펜실베니아 대학병원에 입원 중이던 아내 마지를 깜짝 놀라게 해주기 위해 프라이버시가 필요했다. 딸 제시카가 나서서 ‘케어페이지스’ 웹사이트에 등록된 70명이 넘는 친구와 가족들에게 그 날 오후 5시 이후에는 병원에 들르지도 말고 전화도 하지 말라고 글을 올렸다. 결과는 성공. 두 사람은 오붓하게 둘만의 저녁식사를 즐겼다.
다시 건강해진 에잇켄 부인은 아플 때 웹사이트 덕분에 가까운 친구들과의 유대가 더욱 강화된 것은 물론 친구의 범위가 더 넓어졌다고 기뻐했다. 그녀의 남편을 포함, 만나거나 전화로 말을 하려면 눈물이 나거나 목소리가 갈라져 중간에 그만두기 쉬운데 글로 쓰면 자신의 감정과 필요를 더 솔직하게 더 잘 드러낼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과 온라인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기 시작하면서 과거 아프지 않을 때는 그저 남편의 동료로만 여겼던 몇 명은 절친한 친구로 꼽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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