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최신 유행의 최고급 옷, 가방, 구두도 빌려서 걸칠 수 있다.
장신구도 대여가 가능하다.
지난 6년 사이에 고가의 사치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욕구가 강해지면서 3만5,000달러가 넘는 자동차, 프라이빗 제트기, 별장은 물론 가구, 미술품까지 임대가 확대되고 있다. 과거 저명인사나 대기업 간부, 사교계 귀부인들이나 사용하던 고급품들을 소정의 회비를 내거나 소매가의 10~15% 정도만 지불할 태세만 되어 있으면 누구나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소유하면 결국엔 싫증
늘 새롭게 과시하고파”
제품값의 15%면 임대
2,000달러 ‘뮤즈’가방
일주일에 60달러면 돼
옷·가방·보석 등 다양
소비자 연구단체인 ‘럭서리 인스티튜트’ 대표 밀튼 페드라자는 “사치품에 관한 한 요즘은 실제로 소유하기보다 그것을 가지고 누릴 수 있는 경험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한다. 소유가 가져다주는 짜릿함은 금방 시들해져 버리기 때문에 별로 부자가 아닌 계층에서도 그러한 경향은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부자들은 특히 너무 많은 물건들을 갖는 것을 귀찮아합니다. 소유보다는 다양함을 원하죠.”
요즘 사치품 임대는 패션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현재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물건을 자랑스럽게 과시하고 다니며 선망의 눈길을 모으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시애틀의 ‘백 바로우 오어 스틸’(www.bagborroworstesl.com) 같은 온라인 임대회사는 디자이너 핸드백과 보석들을 빌려준다. 캘리포니아의 ‘바로우드 블링’은 다이아몬드를 렌트해 주고 맨해턴 다운타운에 동굴 같은 로프트에 있는 ‘올브라이트’에 가면 디자이너 의상과 가방, 구두를 고를 수 있다.
그런 서비스들은 대부분 지난 2년 사이에 생긴 것들이다. 영업 방식은 프라이빗 제트기의 지분을 판매하는 ‘넷젯츠’나 회비를 내는 사람들에게 이국적인 장소에 지은 별장의 파트타임 소유권을 주는 ‘익스클루시브 리조츠’ 같은 회사를 본 뜬 것이다. 아직 초창기지만 전국적으로 퍼져가고 있는 패션 임대의 고객층은 주로 대도시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회비가 995달러인 ‘백 바로우 오어 스틸’은 8~800달러의 대여비를 받고 가방을 일주일 또는 일년간 빌려준다. 만일 그 가방이 너무 맘에 들어 돌려주고 싶지 않게 될 경우에 대비하여 구매할 수 있는 옵션도 준다. 소매가가 2,000달러인 ‘이브 생 로랑’의 ‘뮤즈’ 가방은 일주일에 60달러, 한달에 175달러면 빌릴 수 있는데 품목에 따라 대기자 명단도 있다.
지난 3월에 개설된 웹사이트 www. borroedbling.com의 경우는 월 30달러부터 100달러까지 차등제인 회비에 따라 대여 받을 수 있는 보석들의 종류도 달라진다. 다달이 평균 4,500명 정도의 새로운 방문객들이 찾아온다고 말하는 이 사이트의 창업자 캐롤 웩슬러에 따르면 고객층은 남편의 동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는 젊은 아내도 있을 수 있겠지만 주로 자선 행사 등에 자주 참석하는 커뮤니티의 명사들이 많다. 매주, 매달 똑같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매일 똑같은 보석만 달고 다니기도 멋쩍기 때문이다.
옷장 내부 정리회사인 ‘클로젯’의 소유주로 일년에 십여 차례 성장하고 파티에 참석하는 뉴욕시의 사교계 인사 멜라니 찰튼은 그동안 드레스를 디자이너 친구들에게 빌려 입다 요즘은 대여해서 입는다. 450달러면 맨해턴의 패션 대여회사 ‘와드로브 NYC’에서 디자이너 드레스를 대여하는데 그냥 빌리는 게 아니라 값을 지불하니까 떳떳해서 더 좋다고 찰튼은 말한다.
고급 의상을 잠시 빌려 입는 일은 10여년 전, 배우 등 저명 인사들이 디자이너 드레스를 입고 시상식의 레드 카펫을 밟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온라인 경매사이트인 e베이와 ‘포테로’등을 통해 비로 직전 시즌에 유행하던 상품들이 대거 풀려 나오며 일반대중의 인식들도 바뀌기 시작했다.
“임시로 소유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패션 임대는 때를 맞았다”고 빅 바로우 오어 스틸에 투자한 벤처자본가 아담 델은 말한다.
그러나 돈을 적게 쓰고도 멋쟁이처럼 보이는 방법을 안내하는 책을 쓴 캐스린 피니의 생각은 다르다. 빌린 가방을 가지고 과시하느라 한달에 150달러 이상을 들이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다달이 드는 돈을 합해 보면 무척 비싼 값을 치르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벌이로는 어림도 없는데도 유명 인사들을 모방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찰튼 같은 사람에게는 렌트의 융통성이 큰 매력이다. 일년에 두어번 필요할 때 한 벌에 5,000~8,000달러나 하는 고급 야회복을 사지 않고 빌리는 것은 큰 절약이기 때문이다.
절약만이 장점은 아니다. 뉴욕의 소매업계 컨설턴트인 로버트 버크는 부유층 여성들은 절약이 아니라 새 것에 대한 가시지 않는 목마름 때문에 빌린다고 말한다. 렌트가 무분별한 샤핑을 대체할 우아하고 정당한 대안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훌륭한 재활용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 모든 매력에도 불구하고 패션업계는 대여라는 개념을 선뜻 수용하지 않고 있다. 배송과 보험, 재고 관리도 골치 아픈 일이지만 임대하는 회사측에도 이윤이 남고 고객들도 너무 비싸지 않다고 여길 적정선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 시시각각 변하는 고객들의 변덕스런 취향 맞추기 또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New York Times 특약-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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