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이윽고 필라델피아로 향하는 I-95 N으로 들어섰다. 고속도로는 토요일 오후 였기에 한적하다 할 만큼 휑 뚫려 있었다. 나는 운전하고 있는 항상 송 박사라고 불리기를 고집하는 송 모라는 년차가 30년이 넘는 후배에게 말을 건넸다.
“이봐 미스터 송, 자넨 한국에서 왜 맥도널드가 성공하지 못했는지 아는가?”
“아닌데요, 맥도널드 장사 괜찮은데요”
“내 얘긴 말야, 음식의 종주국이라는 불란서, 중국에서 조차도 인기인데, 한국은 그 정도도 아니고, 또 그것도 맥도널드 원조 햄버거가 아니라 우리 한국사람 입맛에 맞도록 만든 햄버거로 명맥을 이어 갔다면 성공이라 할 수 없지”
“그 말씀 들으니까 그런 것 같네요. 그런데 왜 그렇죠?”
“그건 말야, 초등학교 때 학교 정문앞 구멍가게에서 떡볶이, 부모 손에 끌려 별미라고 사주던 자장면, 그리고 때도 시도 없이 먹어대던 김치, 육계장라면이 우리 혓바닥에 맛의 고향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야”
“선배님 난 선배 화법 이젠 좀 압니다. 지금 무슨 말씀하실려고 서두를 꺼내셨습니까”
“자넨 역시 빨라. 내가 기금 ‘정복되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무엇을 쓸까 하고 있지. 우선 혓바닥이랄까 맛이랄까 정복되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또 소리랄까, 귀라고 할까 정복되지 않은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싶었어. 피아노, 바이얼린, 오케스트라, 오페라부터 힙합 댄스 음악까지 쓰나미 파도보다 더한 물결 속에서도 우리의 귀, 우리의 몸에는 소리 고향, 정복되지 않는 그 무엇이 녹아 있어. 그래서 결코 정복되지는 않을꺼야”
“아닌데요. 전 어린시절 문화와 등진 시골에서 살았어요. 그런데 저의 큰 형님이 처음으로 레코드를 사고, 누구의 작곡, 누구의 무슨 곡인지 아직도 모르겠으나, 첫 서양음악이 흘러 나오는데 저는 무척 황홀했었어요. 선배님 나이쯤 되시니까 그저 우리 전통음악이 좋아지시는 것이겠지요. 전 말입니다, 아악인가 하는 것 정말 잘 모르고, 어렵고, 그저 그렀습니다”
“이봐 미스터 송, 우리 음악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아. 초등학교 시절부터 ‘콩나물 대가리’인지 악보인지만 배웠지 우리 전통 음악을 배우기나 했나. 궁중에서 또 성균관에서 제사 지내고 어쩌고 하는 아악의 전통음악하고 우리 토속음악하고 구분지어야지.
우리 토속음악 이것 정말 나에게는 소리의 고향이야. 초등학교 알학년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라고 노래 배우고 나서 집에 오는 길에 개구쟁이들 하고는 ‘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왔네’라고 거지타령을 부르면서 덩실덩실 춤추면서 놀았지.
논두렁에서 농부들이, 그물을 걷어 올리는 어부들, 공사장에서 돌멩이를 나르는 일꾼, 하다못해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벌어지는 줄다리기에 이르기까지… 아냐 아냐 사람 죽어서 장지로 메고가는 상여꾼까지도 우리는 우리 소리 속에 살았고, 살고 있고, 살 것이야. 절대 정복되지 않고 말이야.
그리고 말야, 자네 예를 들어서 라보엠이란 오페라의 가사와 우리 판소리 춘향가의 가사를 한번 글로 써놓고 읽어 봤다고 해봐. 이것은 ‘바둑아 바둑아’하는 초등학생 글과, 문학의 향기를 담뿍 담은 한 서사시인이자 서정시인의 글과 같은 비유일꺼야.
그러면서 그 판소리의 음악 리듬, 함께 호흡하는 추임세, 야휴 생각만 해도 전율이돼.”
“좌우간 선배님은 우리 전통음악 이야기만 나오면 아무도 못말린다니까. 이거 또 무슨 일 저지르시면서, 표도 팔아달라, 관객 동원도 해라, 하실려고 그러시죠. 어휴 금년에 이젠 그만입니다. 좌우간 선배님, 선배님 그렇게 자기 돈 쓰시고, 그렇게 고생하시면서 왜 국악공연에 열을 내시는지 참… 아휴… 선배님 저기 휴게소가 있네요. 커피라도 한잔 하시죠”
“알았어. 금년엔 그런 것 없어” 하면서 힐끗 미스터 송을 보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이 친구 휴게소 들어가서 커피만 살까, 아니면 햄버거라도 하나 사서 먹으려는걸까. 휴게소에 떡볶이 우동 김밥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꼬… 그건 그렇고,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음악시간에 서양음악 콩나물 대가리만 가르치지 말고, 우리 전통음악을 좀 반반씩 가르칠 수 없을까. 그리고 나같은 그저 자기가 좋아서 일 저지르는 사람말고 정식 국악 흥행회사나 흥행인이 나타날 수 없을까…”
<이영묵 워싱턴 문인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