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때부터 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 신체적 장애에 굴복하지 않고 법을 공부했다. 그리고는 소외된 자들을 돕는다. 서방사회는 이런 사람을 영웅이라고 부른다. 중국에서 그가 간 곳은 그러나 감옥이다.”
며칠 자였나. 그 날의 월스트릿 저널의 사설은 이렇게 시작됐다. 인권운동가들이 구속된다. 민권변호사들은 행방불명이 되고, 기자들은 줄줄이 감옥행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 맹인 인권운동가가 중국의 법정에서 실형을 받았다. 그러자 나온 사설이다.
중국 이야기가 그칠 새 없다. 산업화된 중국, 그 영향력이 말 그대로 세계적이기 때문이다. 원자재 값이 폭등한다. 미국의 한 지역사회 경제가 구조적 변화를 강요당한다. 아마존 강 유역의 원시림이 파헤쳐진다. 왜. 답은 하나 같다. 중국 때문이다.
값싼 중국 상품의 범람과 함께 한 지역사회의 경제가 송두리째 흔들린다. 중국의 산업화는 원자재 수요 급증에 가격앙등의 연쇄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콩 식품에 대한 십수억 중국인들의 특별한 기호가 지구촌 곳곳의 원시림을 콩밭으로 변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대국 중국의 위상을 말해 주는 이야기들이다. 그 뒤로 들려오는 소리가 그러나 심상치 않다. 언뜻 굉음으로 들린다. 자세히 들으면 그렇지만 한 소리다.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는 중국, 그 중국을 변화시키려는 중국인들의 몸부림이 그 소리에 녹아 있어서다.
그 몸부림은 수치에도 배여 있다. 처음에는 아예 통계도 없었다. 그러다가 1993년에는 8,700으로 집계됐다. 10년이 지난 2004년에는 7만4,000이다. 그리고 작년에는 8만7,000이다. ‘대형’으로 분류된, 그러니까 웬만한 건 뺀 중국 내 소요사태 통계다.
일선 근무 중 경찰관이 숨진다는 건 중국에서 일찍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1990년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최소한 7,000명 이상의 경찰관이 일선 근무 중 사망한 것으로 집계된다.
계획된 공격을 받아 피살된 숫자가 이중 1,000명에 이르고 부상당한 경찰관은 3만명 정도다. 총기소지가 철저히 금지돼 있다. 이런 중국에서 경찰관 피살률이 이처럼 높은 것이다.
변화를 요구하는 중국인들의 몸부림이 점차 격렬해지면서 그 처절함이 더해가고 있다는 얘기다.
날로 악화되고 있는 사회불안. 그에 대한 공포가 북경당국의 문제 대응방식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랜드연구소의 지적이다. 중국의 북한정책도 그 두려움의 반응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북 3성으로 불리는 만주지역은 소요사태가 가장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다. 이 지역에 굶주린 북한 난민들이 몰려든다. 그럴 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때문에 6자회담을 주선하고도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에 압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머지않아 세계는 사상 유례가 없는 인구의 대이동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현재 67% 대 33%를 마크하고 있는 중국의 농촌과 도시인구 비율이 역전되면서다. 앞으로 한 세대 안에 8억에 이르는 인구가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한다는 말이다.” 한 전문가의 예상이다.
가난하다. 문맹률이 높다. 이런 농촌인구가 도시로, 도시로 몰려든다. 이들을 먹이고 입히기 위해서는 최소한 해마다 2,400만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내야 한다. 이게 과연 가능할까.
전망은 부정으로 기운다. 8억이라는 인구, 그 방대한 인구의 이동이 가져올 변화를 공산당 최우선 원칙만 고집하는 부패한 북경당국이 감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 결과는 무엇일가. 아무도 선뜻 대답을 못한다.
관련해 미국의 국무부가 일찍부터 관심을 보여온 게 있다. 중국의 기독교인 숫자다.
기독교 교회의 중국 포교역사는 1,500년이 넘는다. 그러나 중국은 기독교 불모지였다.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기독교인 수가 1억명 선에 이르면서 진정한 의미의 중국의 한 종교로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이다.
이 현상에 미 국무부는 새삼 주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영혼구원에 관심이 있기보다는 테러전쟁 때문이다. 테러전쟁은 사실에 있어 종교전쟁이다. 이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아시아의, 특히 중국의 기독교 인구 동향에 촉각을 세우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측면도 있다. 민주화에의 기대다. 민주주의는 신앙을 토대로 한다. 그러므로 기독교인의 증가는 민주주의의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도 된다.
이 기독교에 그런데 철퇴가 가해졌다. 교회 건물이 파괴된다. 교회 지도자들이 투옥된다. 타임지가 전하는 실상이다. 무엇을 의미할까. 중국 인구의 5%를 넘어선 기독교 인구. 그 기독교가 공산체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라는 거다. 맞는 진단인가. 두고 볼 일이다.
sechok@koreatimes.com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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