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주택가 리커스토어 운영 50대 한인 여주인
강도추정 괴한에 피격사망
19일 오후 5시30분-45분 사이
손님에 발견…병원이송 전 숨져
목격자 등 없어 범인 검거 난망
지난주 토요일(19일) 오후 샌프란시스코의 리치몬드 디스트릭에서 리커스토어를 운영하는 50대 한인 여주인이 손님위장 강도소행으로 추정되는 총격범행에 희생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번 사건은 발생장소가 한적한 주택가 가게인데다 평소보다 인적이 붐비는 토요일 오후에 일어나는 등 인명살상 강력범죄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음을 새삼 보여주며 안전지대가 따로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스몰비즈니스를 많이 운영하는 한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사건개요= 토요일인 19일 오후 5시45분쯤 샌프란시스코 서쪽 주택가 19가와 캘리포니아 스트릿이 만나는 4거리에 위치한 뉴캘리포니아 푸드마켓에서 여주인 이진선 씨(54•재팬타운 필모어 아파트 거주)가 카운터 뒤에 쓰러져 있다 우연히 들른 손님에게 발견됐다. 이 씨는 이 손님의 요청으로 긴급출동한 911구조대에 의해 수분만에 인근 세인트 메리스 메디칼센터로 옮겨졌으나 이미 숨진 뒤였다. 고인을 처음 발견한 손님은 한인이 아니라는 것만 알려졌을 뿐 구체적인 신원에 대해서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남편은 사건 당시 가게 안쪽 다락방식 간이침실에서 깊은 잠에 떨어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SF검시국은 부검결과 ‘총상에 의한 사망’ 소견서를 21일 SFPD에 넘겨줬다.
한편 장례식은 오는 26일(토) 열리며 유해는 콜마 공원묘지에 안장된다.
◇특이사항= 경찰은 이 씨가 이렇다할 외상이 없는데다 피를 거의 흘리지 않은 채 쓰러져 있었으나 몸에서 총상(부위는 밝히지 않았으며 총격은 한차례)이 발견되는 등 현장증거를 토대로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45분 사이에 일어난 손님위장 강도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0스퀘어피트가 채 못되는 동서 직사각형인 이 가게에 들어서면 왼쪽(즉 남북쪽)에 있는 카운터 뒤, 즉 인도와 맞닿은 쪽 유리창만 성인의 키보다 높은 차단막(다른쪽은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돼 있다)으로 가려져 있어 범인이 외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범행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오전에 해가 비쳐 현금계산기 스크린에 뜨는 글씨가 잘 안보이는데다 열기를 다소나마 줄이기 위해 설치한 차단막이 결과적으로 범인의 은폐물 구실을 했으리란 것이다. 게다가 CCTV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전망= 금품을 노린 강도소행으로 추정한 경찰은 유사범죄 전과자리스트를 정밀점검하는 한편 해가 지기 한참 이전에 평소보다 행인이 많은 토요일 오후에 사건이 발생한 점을 들어 가게 안팎 사정을 잘 아는 인근 우범자 등에 대해서도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그러나 22일 오후 2시 현재 범인으로 볼만한 출입자 또는 행인을 봤다는 목격자가 나타나지 않은데다 사건 당시 총성을 들었다는 증인마저 없어 경찰은 총상확인을 통해 범인이 소음이 거의 없는 22구경 권총(가까운 곳에서 발사할 경우 “퍽” 하는 정도의 소음밖에 나지 않는다. 이때문에 사건당시 맞은편 세탁소 주인은 물론 가게안 다락방에서 잠자던 남편마저 총소리를 듣지 못했다)을 쐈다는 것 이외에는 유력한 단서를 잡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가게가 최근 수년동안 자잘한 절도사건 이외에는 강력사건이 별로 일어나지 않은 안전한 주택가에 위치한 탓에 용의자 압축에 더욱 애로를 겪고 있다. 이 가게의 경우 2년 전쯤 한밤중 절도범이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담배를 훔쳐간 것 말고는 ‘사건’을 거의 겪지 않았다. 이번 사건 전후 가게에서 없어진 금품의 목록이나 총량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경찰은 일반인들의 범인제보(SFPD 수사과 415-553-1651 익명제보 핫라인 415-575-4444)를 구하는 안내문을 가게에 붙이는 한편 SF크로니클 등 언론을 통한 제보확보에 주력하고 있으나 자칫 상당기간 내지 영구 미제사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응= 이민 이래 지난 10여년동안, 올 2월 단 하루만 빼고, 10년을 하루같이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밤 10시에 문을 닫으며 이 가게를 지켜온 이 씨가 변을 당했다는 소식에 가족친지들은 물론 이웃 교인 등 지인들도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순복음상항교회에 다니는 이 씨의 사망소식은 20일 일요예배 때 처음 알려졌다. 그러나 피격소식을 모른 교인들은 돌연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엿다.
심지어 주류언론에 사건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일부 교인들은 “고혈압 때문 아니었냐”고 되묻기도 했다. 특히 같은 교회에 다니는 고인의 사위가 사건 전날 기도할 때 “주신 것도 하나님이요 거둬가는 분도 하나님”이라는 응답을 얻었다는 말 등이 퍼지기도 했다. 심지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와 NBC-TV 등 주류언론은 물론 본보 등을 한인언론에 사건관련 기사가 나간 뒤에도 “정말이냐. 돌연사 아니냐” 등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사람들도 있었다.
숨진 이 씨의 이민 초기부터 이 교회로 인도하며 믿음을 나눠온 정승현 집사는 “우리 교회 처음 왔을 때 만났는데, 성격이 굉장히 꼼꼼하고 정도 많고, 신세지는 것도 싫어해서 하나 받으면 꼭 하나 주시고, 그런 분이었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가게 인근 주민 김신아 씨도 “자주 뵌 것은 아니지만 말씀이 없으시고 참 좋으신 분이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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