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과 1차 아프가니스탄전쟁은 3차 대전의 알파와 오메가다. 이라크와 2차 아프가니스탄전쟁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것으로, 4차 대전의 서곡으로 보아야 한다.
한 군사전문가가 주장이다. 그 이론 전개가 특이하다. 1차 대전은 화학자의 전쟁이라는 것부터가 그렇다. 독개스가 사용됐고 전쟁의 승패는 화학능력의 총화가 갈랐다는 점에서다.
2차 대전은 물리학자의 전쟁으로 분류했다. 물리학의 개가, 즉 원자탄, 레이더 등의 개발이 전쟁의 승리와 직결돼서다. 3차 대전, 그러니까 동서냉전은 정보연구조사가의 전쟁으로 보았다. 월등한 정보력이 미국의 승리를 가져왔다는 점에서다.
4차 대전은 그러면. 아마도 사회과학자의 전쟁이 될 것이다. 앞으로의 전쟁 양상은 과거와 전혀 다르다는 점과 관련해 조심스럽게 제기된 전망이다.
전쟁의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동시에 논란이 들끓고 있다. 2006년을 후대 역사가들이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새로운 세계전쟁의 기원이 되는 시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사학자 나이얼 퍼거슨이 연초에 내놓은 전망이다. 21세기 들어 걸프지역의 불안정성은 해마다 가중됐다. 2006년은 그 불안정세가 폭발점을 향해 나가는 해가 된다는 말이다.
에너지 문제, 인구동향이 그가 일차적으로 짚은 위험요소다. 아시아 지역의 경제발전과 함께 석유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게 결국 위기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아랍 이슬람권에 대해 보이고 있는 유럽의 심한 인구 결손현상 역시 위험요소로 지적됐다.
특히 주목한 부문이 이란의 젊은 남성 인구 과잉현상이다. 이를 회교 혁명정권이 전쟁준비가 돼 있다는 것으로 풀이한 것이다.
더 심각한 요소가 있다. 문화다. 그건 다름 아닌 ‘이슬람이즘’으로 표현되는 반(反)서방, 반 유대 이데올로기로, 지난 세기의 파시즘과 공산주의와 비교될 수 있다는 것이다. 4차 대전은 사회과학자의 전쟁이 된다. 이 전망도 바로 이 문화란 요소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슬람이스트의 무기는 자살특공대로 상징되는 테러였다. 그 무기가 핵무기로 바뀔 가능성이 커지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고한 것이다.
중동지역의 새로운 리얼리티를 주목해야 한다. 헤즈볼라, 하마스의 도발에 맞서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진공했을 때 나온 얘기다. 그동안 중동지역에서의 유혈충돌은 근본성격에 있어 민족주의간의 충돌이었다. 더 이상 그게 아니라는 거다.
범 아랍주의는 죽었고 그 자리를 범 이슬람이즘이 차지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도 이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시장경제, 남녀동등권 등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가치체계와 서방을 정면 부인하는 이슬람이즘의 대리전쟁이 레바논 사태라는 것이다.
이 과격 이슬람이즘의 대표주자는 수니파의 알 카에다였다. 9.11 이후 그러나 그 세력이 현저히 약화되면서 대표주자가 바뀌었다. 시아파 이란 회교정부다.
이 회교정부가 테러조직을 장악했다. 핵무기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면서 점차 과격한 수사를 구사하고 있다. 그것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말세론적인 종교적 수사다. 순교를 위해 핵전쟁도 불사한다는 식이다.
이 상황에서 논란은 계속 들끓는다. 2006년은 대전쟁의 기원이 되는 해다. 거기까지는 동의한다. 문제는 그 전쟁이 어떤 전쟁이냐는 것이다. 제2의 월남전이다. 한쪽의 주장이다. 때문에 2006년은 1972년으로 비교된다. 닉슨이 캄보디아 등지로 전쟁을 확대시킨 해 말이다.
1938년으로도 비교된다. 히틀러의 공갈에 서방은 끌려 다니기만 했다. 그러다가 다음해에 결국 전쟁에 돌입했다. 그게 1938년의 상황으로, 2006년의 히틀러는 이란이라는 얘기다.
‘72년파’는 민주당의 평화주의자들이다. ‘38년파’는 네오콘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새로운 학파가 눈길을 끌고 있다. ‘1914년파’다.
대놓고 그런 표현은 안 한다. 그러나 미국, 더 나가 서방과 이슬람이스트의 충돌을 사실에 있어 종교전쟁으로 본다. 그래서 더 두려운 것이다. 오늘의 상황은 그러므로 아무도 예측 못했던 인류 최초의 세계대전이 벌어지기 직전의 상황, 즉 1914년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미국의 이란 공격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시점은 그러면 언제일까. 빠를수록 좋다. ‘38년파’의 입장이다. 핵전쟁이라는 더 큰 전쟁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왜 하나님은 중동사태를 허용하셨을까. 인간이 스스로의 한계를 깨닫고 하나님 앞에 엎드려 기도하게 하기 위해서다.” 누가 한 말이었던가. 그 말이 새삼 떠올려진다.
sechok@koreatimes.com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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