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주택가격이 크게 올랐어도 집을 살 수 있었던 것은 보기 드물게 낮은 모기지 이자율 덕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높은 주택 가격과 초저리 이자율간의 절묘한 궁합에 금이 가면서 특히 이자가 낮은 변동 모기지를 끌어다 썼던 홈 오너들이 페이먼트 증가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해결책은 없을까? 마땅한 방법이 발견되지 않자 많은 홈 오너들이 재융자를 다시 받고 있다. 일단 급한 불을 끄기 위한 고육책.
변동 모기지 이자율 상향 조정으로 페이먼트 급증
모기지 고통 “일단 뒤로 미루자” 변동 재·재융자 성행
몇 년 전에 재융자를 받았지만 다시 재융자(변동)를 받으면 또 앞으로 2~3년간은 페이먼트를 적게 내도 된다는 계산이지만 일정기간이 지나면 페이먼트는 지금 올라 간 것보다 더 늘게 된다. 융자비용 등 다른 비용도 소요되지만 당장 늘어난 페이먼트를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날 보고 좀 돌았다고 말할 것이다.” 캘리포니아 댄빌 거주 랜스 페리(42)는 수년전 재융자 받은 변동모기지를 최근 다시 재융자 받았는데 주위의 반응에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최근 월 모기지 페이먼트가 크게 올랐고, 또 집을 담보로 현금을 꺼내 써야할 일이 생겼는데 현재의 형편상 주택 페이먼트가 더 늘지는 않아야 하기 때문에 취해진 재융자였다.
물론 나름대로 계산은 있다. 3년이 지나 적용 이자율이 올라갈 때 즈음이면 월급도 올라 있을 것이고,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그 때 다시 재융자를 받으면 된다. 어쩌면 다른 곳으로 이사갈 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한다.
지난 수년간 주택가격이 크게 올라가자 페리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변동으로 모기지를 바꿔 탔다.
변동모기지는 처음 몇 년간은 이자가 낮게 유지되다가 약정 기간이 지나면 적용이자율이 재조정된다. 이자율이 낮게 유지되면 좋겠지만 불행하게도 이자율은 올라가고 있다. 우려했던 변동 모기지의 높은 파고가 드디어 처음으로 가정에 전달되고 있다. 리서치 회사인 론 퍼포먼스사에 따르면 올해 총4천억달러의 모기지가 처음으로 적용이자율이 상향조정되고, 내년에 1조 달러의 모기지가 이자율이 재조정된다.
4.5%에서 적용 이자율이 6.5%로 25%나 상승했는데 20만 달러 모기지라면 월 페이먼트가 1,013달러에서 1,254달러로 쑥 늘어난다.
5년 뒤 조정하는 하이브리드 변동 모기지 이자율은 현재 평균 6.28%. 일년전 5.02%보다 많이 올랐다. 30년 고정은 일년전 5.63%에서 6.68%.
늘어난 페이먼트를 납부하는 대신 다수의 홈오너들은 두 번째, 세 번째의 재융자를 다시 받고 있다.
아직 까지 이런 식의 재융자는 적은 편이지만 내년이면 급증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다시 재융자 받으면 페이먼트가 종국에는 크게 늘어나지만 다시 2~3년간은 페이먼트 증가를 지연시킬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영원히 재융자를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이자율이 낮게 유지되는 한 가능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자율이 오르기 시작하면 문제는 악화된다.
이런 ‘미니 재융자’가 붐을 이루는 이유는 높은 페이먼트에 대한 두려움이 주원인이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집값 상승에 베팅을 하고 있는 측면도 없지 않다. 페이먼트를 못해 집이 차압되는 위험을 일단 모면할 수 있고 또 집값이 주춤거리지만 계속 올라갈지도 모른다는 계산이다. 어렵기는 하겠지만 여기서 집값이 더 올라간다면 페이먼트 몇푼 더 내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버티면 이익이다.
페리도 변동 모기지로 계속 갈아타는 방식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몇 년 지나면 다른 집으로 이사 가거나 재융자 받아야 할 사정이 생길 것이고 그러면 이전에 그래 왔듯이 다시 재융자 받으면 그만이다.” 그는 이번이 세 번째 변동 재융자. 이번에는 새로 시작하는 사업 자금 20만 달러를 추가로 캐쉬 아웃했다. 사업확장의 기회도 갖게 됐고 사업이 잘 되면 모기지 페이먼트는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이곳에 30년 있을 것도 아닌데 30년 고정 모기지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러나 주택가격이 상승해 주지 못하면 변동 모기지를 재융자 받을 수 있는 능력도 제한된다.
모기지 론에 대한 사고방식은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더 이상 30년 고정이 만고의 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캘리포니아를 비롯 전국에 확산됐다.
현재 변동 모기지는 전체의 30%나 되고 있다. 일년전 34%보다 약간 줄었지만 최근 주택판매둔화와 이자율상승으로 모기지 신청이 감소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큰 비중이다.
사실 지난 수년간 주택 붐은 변동 모기지의 덕이 컸다. 대부분 처음 도입부 이자율은 아주 저렴하기 때문에 주택 매입을 쉽게 했다. 처음에는 이자만 내 게 하는 변동모기지도 많다.
언제 바뀔지 모르는 세상에 30년 완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변동모기지가 요즘 취향에 더 적합하다는 경향을 보인다. 뉴욕의 한 홈 오너는 “이번에 페이먼트가 25%나 오르지만 지난 3년간 절약한 페이먼트만 8천내지 1만2천달러가 되기 때문에 적용이자율이 상향 조정돼도 전혀 부담이 없다”고 말한다.
<케빈 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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