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초77 게이틀린 vs. 9초77 포웰
100m 세계 기록 공유한 5월 이후
맞대결 번번이 빗나가 고의성 증폭
게이틀린 부상 핑계, 이번에도 무산
포웰, “언제라도 자신있다” 으르렁
구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는 현재 공식적으로 두명. 미국의 저스틴 게이틀린(24)과 자메이카의 아사파 포웰(23)이 똑같이 9초77로 100m 세계기록을 공유하고 있다.
과연 누가 더 빠를까. 세계 최고의 스프린터가 두 명이 될 수는 없기에 총알 탄 사나이들의 정면 대결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 세기의 대충돌은 이상하리만큼 번번이 불발되고 있다.
게이틀린과 포웰이 9초77의 세계기록을 동시 보유하게 된 것은 지난 5월. 그 때 이후 아직 한번도 정면대결이 성사되지 못했다. 예정대로라면 지금까지 최소한 두 번은 정면 대결이 이뤄져야 하지만 계속 펑크만 났고, 앞으로도 조만간에 둘이 같은 필드에서 레이스를 벌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사태가 이쯤 되자 둘이 일부러 피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슬슬 나오고 있다.
게이틀린과 포웰은 지난 주 금요일인 28일 영국 크리스탈 팰러스에서 개최된 노위치 유니언 런던 그랑프리 대회에서 실력대결을 벌이기로 돼 있었으나 대회 개최 이주전인 14일 게이틀린이 오른쪽 장딴지 및 무릎 부상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함으로써 또 다시 무산됐다.
지난 달 영국 게이트쉐드 대회에서도 붙기로 돼 있었지만 게이틀린이 빠져 버렸다. 게이틀린의 에이전트는 “대회장인 게이트쉐드의 날씨가 너무 추워 레이스중 부상 당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라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으나 빅 이벤트가 될 둘의 정면대결은 이상적으로는 내년 여름 세계 선수권대회로 그 때 까지는 미뤄졌으면 하는 내심도 숨기지 않았다.
게이트쉐드와 크리스탈 팰러스 두 대회 주최측의 디렉터인 아이언 스티워트는 두 선수의 태도에 불만이 많다. “그들의 출전 계약은 t지난해 11월에 맺어진 것인데 마음 내키는 대로들 대회를 빼먹는다. 그들 멋대로다. 유명한 프로선수로서 돈과 대접도 그에 상응하게 받기를 원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전혀 그렇지가 못하다. 한마디로 악몽이다”
게이틀린-포웰의 라이벌 무용담은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시작된다. 당시 100 m에서 최대의 관심사는 포웰과 모리스 그린에 모아졌지만 게이틀린이 금메달을 따내며 환호와 갈채를 한몸에 쓸어가 버렸다. 그린은 동메달, 포웰은 5위에 그쳤다.
세계 기록은 포웰이 먼저. 지난 해 6월14일 아테네 그랑프리 대회에서 9초77, 세계 기록을 수립했다. 한달 뒤 노위치 유니언 그랑프리에서는 게이틀린과 한 필드에서 같이 레이스를 벌였으나 포웰이 레이스중 대퇴부 부상으로 뛰다가 말았고 포웰은 이 부상으로 8월 세계 선수권대회도 참가하지 못했다.
포웰이 나가떨어지자 승리는 레이스를 끝낸 게이틀린의 몫이 됐다. 그랑프리에서는 9초89로 우승했고, 세계 선수권에서는 9.88로 금을 목에 걸었다.
게이틀린은 지난 5월12일 카타르 도하대회에서 9초76으로 달려 포웰의 세계기록을 경신했다고 생각했으나 닷새 뒤 국제육상연맹이 실제 기록인 9초766은 반올림해야 하므로 9초77이라고 공식 판정함으로써 세계기록 타이에 만족해야 했다.
포웰은 지난 6월11일 게이트쉐드에서 9초77을 또 기록했다. 이때는 게이틀린은 없었다. 지난 금요일 대회에서 게이틀린이 또 빠지자 일부러 포웰을 피한다는 의심이 증폭됐다.
포웰도 대놓고 비난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내게 무슨 일이 나기를 기다리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날 피하는 것 아니냐. 그가 부상당했다고 듣고 있는데 그것이 진짜인지 난 모르겠다.”
포웰은 내일 스톡홀럼 DN 갤런 대회에 출전한다. 게이틀린은 포웰의 비난에 대해 “쓸데없이 에너지를 소모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둘이 맞대결을 벌일 다음 대회는 내달 열리는 취리히와 브뤼셀 골든 리그 대회. 포웰은 대회 참가를 위해 현재 주최측 디렉터와 접촉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두 대회중 8월25일 열리는 브뤼셀 대회가 맞대결의 장이 될 공산이 크다. 일주 전 열리는 취리히대회는 게이틀린에게는 부상 회복이후 처음으로 참가하는 대회기 때문에 이상적이지 못하다.
게이틀린은 2년전 올림픽에서 포웰을 격퇴한바 있기 때문에 급한 것은 포웰이지 자신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난 내 사정대로 레이스를 벌인다. 아사파가 언제 어떤 대회에 나올지 신경 쓰지 않는다. 나를 쫓아다녀야 할 쪽은 아사파다. 내가 아니다.”
포웰은 으르렁댄다. “난 언제라도 달릴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 어서 맞붙어 지리한 승부를 결정내고 싶다. 다른 사람들도 기다리는데 지쳤을 것이다.”
세계기록을 동시 보유한 인간탄환 둘이 대충돌을 일으키는 이벤트라면 최고의 출전료가 당연히 기대된다. 또 질 수 없는 레이스이기 때문에 세계 기록 경신 가능성도 더 높다.
전 올림픽 중거리 은메달리스트인 스티브 크램은 오는 가을께 세계 기록이 경신될 것으로 예상한다. BBC의 육상해설가인 그는 포웰은 경쟁이 치열하지 않을 때 최상의 기록을 내 왔다며 그가 최고의 기록을 내기 위해서는 충분히 이완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것은 게이틀린과 같은 라이벌이 없을 때라고 풀이한다.
포웰은 9초77 세계 기록 경신을 자신한다. 그러나 그의 시급하고도 궁극적 목표는 게이틀린이다. “게이틀린을 꺾는데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할 것이다. 그것이 9초6이라도 해낼 것이다.”
<케빈 손 기자>
지난 5월 오리건 대회에 모습을 보인 아사파 포웰(왼쪽)과 저스틴 게이틀린. 그러나 둘이 맞대결을 벌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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