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가 1백도 넘는 폭염으로 펄펄 끓던 며칠전 LA타임스에 이런 독자편지가 실렸다 - “난 지구온난화 같은 건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믿습니다, 믿고 말고요!”
그동안 막연히 탁상공론으로 여겨왔던 지구온난화가 ‘현실’로 체감되기 시작한 것이다.
서부뿐이 아니다. 뉴욕과 워싱턴, 캔사스의 옥수수 밭까지 미전국이 살인더위에 허덕이는 요즘 한창 뜨고있는 용어가 있다. ‘지구온난화’다.
이번 더위의 직접 원인은 좀 더 복합적일 지 모른다. 그러나 폭염과 함께 점점 심해지는 홍수와 가뭄, 산불과 허리케인 등 자연 재해의 근본 주원인이 지구온난화이며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이 문명사회가 배출하고 있는 이산화탄소라는 ‘과학적 가설’은 이미 세계적인 ‘진실’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LA가 119도까지 치솟았다. 사상최고 기록이다. 그런데 내년엔, 아니 매 여름마다 더 올라갈 것이라는 예보다. 4백년래 최고를 기록한 지구표면의 온도 역시 상승세가 가속화 될 것이라고 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도 계속될 것이 확실하다. 현재 64억인 지구 인구는 2050년엔 91억으로 42% 늘어날 것이다. 1인당 사용 에너지가 변하지 않는다면 탄소배출량도 42% 증가할 것이다. 그나마도 그건 낙관론이다. 가난한 나라에 대고 당신들은 계속 가난하게 살라고 저주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부자나라의 생활수준 또한 계속 향상될 것이고 에너지 사용량은 경제적 성장과 비례한다. 이처럼 단순하게 계산해도 2050년의 탄소배출량은 지금보다 두배 이상 많아질 것이다.
해결책은 이미 다양하게 제시되었다. 크게 나누면 두가지다. 절약과 규제 등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대책과 에너지원을 바꾸는 대책이다. 미국 대기오염 원인의 25%는 자동차다. 자동차 연비기준만 높여도 탄소배출량의 상당부분이 해결된다는 뜻이다. 바람과 태양, 지열과 바이오등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개발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토륨’에 대해 말한다. 우라늄보다 훨씬 안전하고 풍부한 핵연료다. 석유나 석탄 대신 핵에너지를 사용하자는 제안이다. 환경론자들은 ‘핵’이라는 단어 자체에도 앨러지 반응을 일으키지만 원자력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때문에 핵에너지야 말로 지구온난화 대책에 합리적 대안이라는 주장도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처럼 지구온난화의 진짜 문제는 대책이 없다는 게 아니다. 그 대책을 시행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온난화 대책은 단순히 환경만의 이슈가 아니다. 에너지와 관련된 교통에서부터 농업, 개발, 수자원은 물론 외교정책에 까지 맞물려 있다. 정부로부터 매년 250억달러의 보조금을 받는 화석연료 산업등 재계와 정계의 역학관계도 문제지만 운전에서 컴퓨터 사용에 이르기까지 각 개인의 생활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환경론자들이 탄소 배출량 감소에 지대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것은 개개인의 에너지 절약이다. 체니부통령은 ‘고상하지만 웃기는 에너지 전략’이라고 비웃는다. 물론 개인의 절약을 합한다면 그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또 시범을 보인 적도 있다. 그러나 그건 2차대전같은 비상시기다. 아무리 덥다해도 온난화를 전쟁같은 비상시로 생각하며 생활방식을 바꾸려는 사람은 드물다. 현 행정부 역시 ‘국민의 자유에 제재’를 가하면서까지 ‘급하지 않은’ 환경문제를 해결하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세계 1위의 탄소배출국은 물론 미국이다. 전체의 29.5%가 미국에서 배출된다. 그런데도 선진국의 배출량을 규제하는 교토의정서에 서명을 거부했다. 서명하면 500만명 실업자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부시의 주장이었다. 자동차나 공장의 탄소배출 감소를 위한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고, 배출을 제한하는 기존 규정의 시행도 외면한다. 한 과학자가 한탄했다. “만약 부시가 타임머신을 타고 2056년으로 날아가 하루만 있다가 돌아온다면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까…”
과학계에선 지구온난화의 현상과 원인에 대한 합의는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서로 다른 것은 미래에 대한 예측이다. 온난화에 따른 재해가 얼마나 심하게 얼마나 빨리 닥칠 것인가에 대한 의견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손놓고 있어도 된다는 뜻 아니다. “당장 대처해야한다. 미루면 미룰수록 상황은 악화되고 해결은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과학자가 한둘이 아니다.
환경과학자 팀 플래너리의 신간 ‘기후창조자’에 붙어있는 ‘인류가 기후를 만들고 기후가 인류의 미래를 바꾼다’는 부제가 실감있게 다가온다. 아직 풀리지 않은 무더위 탓일 것이다.
rokpark@koreatimes.com
박 록
주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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