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A 빈부의 양극화가 전국에서 제일 심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부자는 부자끼리,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끼리 어울려 살고 중간층의 두께는 얇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디트로이트 웨인 주립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LA 주민의 72%가 부자 혹은 가난한 동네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고임금 일자리가 많아 중산층이 두터운 도시의 하나로 손꼽히던 LA가 이렇게 된 것은 90년대 들어 항공산업 등이 무너지면서 중산층은 탈출하고 빈자리를 소득 수준이 낮은 라티노 이민자들이 채웠기 때문이다. 반면 LA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억만장자들이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와 비슷한 현상이 대학 졸업자들 사이에도 나타나고 있다. 전미 대학 고용주 협회(NACE) 발표에 따르면 서비스 경영학과 졸업생의 경우 초봉이 지난해보다 9.7% 오른 3만6,480달러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 정보기술(IT) 및 시스템학과 졸업생은 8.5%오른 4만8,593달러를 받았으며 경영학 4만2,048달러, 회계학 4만5,656달러, 경제학·재정학 4만5,112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공학도 역시 토목 4만6,023달러, 화학 5만6,335달러 등4%정도 올랐다.
반면 인문 사회계열 학과의 초봉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어 학과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영문학과 졸업생 초봉은 지난해보다 4.1% 떨어진 3만906달러, 정치학과는 2.6% 하락한 3만2,665달러, 사회학과 2.5% 하락한 3만944달러, 언론학과 0.4% 하락한 3만1,876달러를 기록했다.
임금이 줄어든 것은 이들만이 아니다. 2000~2004년 동안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인플레를 감안한 실질 임금이 5만4,000달러에서 5만1,000달러로 5.2%나 줄어들었다. 이처럼 장기간에 걸쳐 고학력자의 임금이 추락한 것은 70년대 이후 처음이다. 일자리의 질도 낮아지고 있다. 2001년 이후 미국에서 창출된 650만개의 일자리 중 절반이 정규직이 아니라 파트 타임 또는 프리랜스다. 4년제 대졸자의 15%가 정규직이 아니라 이런 임시직에 취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0년대 대졸 임금이 내려간 것은 제2차 대전 이후 태어난 베이비 부머들이 갑자기 직장을 찾는 바람에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 수년간 임금 침체의 주범으로는 세계화가 지목되고 있다. 과거 세계 경제권밖에 있던 중국 13억, 인도 10억, 브라질 3억, 구 소련 3억, 동구권 2억 등 30억이 넘는 인구가 갑자기 쏟아져 나오면서 노동력 공급 과잉 현상이 초래됐으며 그 결과 전반적으로 임금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과거 블루 칼러 직종에 국한됐던 임금 압력은 이제 화이트 칼러에 까지 미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올 중국 한 나라에서만 410만 명의 대졸자가 취업 전선에 나서지만 일자리는 160만개밖에 없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 공대 졸업생의 능력은 미국 대학 졸업생과 큰 차이가 없으면서도 임금은 수십 분의 1에 불과하다. 미국 대기업들이 단순직 인력을 해외에서 충당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언뜻 보면 세계화를 막는 것이 해결책인 듯 보이지만 이는 단견이다. 미국 기업이 아니면 다른 나라, 아니면 자국 기업이 저임을 무기로 세계 시장을 파고 들 것이고 이것마저 막기 위해 보호 무역 장벽을 친다면 세계는 무역 전쟁과 함께 공멸하면서 30년대 대공황의 비극을 되풀이 할 것이다.
바른 해결책은 노동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지난 4년간 평균 임금이 내려가지 않은 그룹이 있다. 석박사 학위 소지자들이다. 명문대 MBA나 법대 졸업생의 경우 초봉이 10만 달러가 넘은 지는 오래 됐다. 전반적인 임금 침체 속에서도 고급 인력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이제 대학 졸업장은 과거 고교 졸업장 정도의 구실밖에 못하고 있다. 자기 개발을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지 않고 대졸자라는 이유만으로 임금이 오르기를 기대하기는 점점 어려운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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