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쇼어 가든 클럽, 90주년 맞아 일반에 공개
“평생을 정원 가꾸는데 반 미쳤었지요. 일직 일을 끝내고 집에 오면 어두워 질 때까지 정원 일에 전념하면서 살았습니다.”
시카고 트리뷴은 지난 9일자 일요판 ‘홈 엔드 가든’ 난에 노스쇼어 가든 클럽이 주최한 ‘아름다운 정원’ 5군데 탐방 기사를 특집으로 보도했다. 400여명이 참가한 정원 순례에서 노스부룩의 한국인‘조 이’ 씨의 정원이 5곳 중에 가장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고향 냄새나는 정원을 꾸미고 싶었습니다. 장독과 정자도 있고, 진달래도 피지요. 고산 윤선도가 지은 ‘오우가’의 시조처럼 물, 돌, 솔, 대, 달의 5가지 자연물을 담았지요.” 이씨의 정원은 꽃보다는 나무위주로 가꾸어졌다. 특히 동양인들이 좋아하는 소나무, 향나무, 단풍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나무의 크기가 높지 않으며 낮아서 아기자기하다. 1에이커의 정원에 몇 그루의 나무가 심어졌는지는 주인 자신도 모른다.
“한때는 오리건주까지 가서 나무를 실어 왔습니다. 심었다고 다 사는 것도 아니고 많이 죽기도 하고, 그러면 다시 심기도 하고 했지요. 하루아침에 되는 것도 아니고 공을 드려야 합니다.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것처럼 크지는 않지만 50년, 100년 된 나무들이 즐비하지요”
돈도 무척 쏟아 부었다. 나무를 사고 가꾸는데도 돈이 많이 들지만, 분수와 냇물이 흐르는 연못을 만들고, 정자를 짓고, 다리를 놓는데도 경비가 많이 들었다고 한다. 나무 사이에 바윗돌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것도 모두 돈이다. 연못 만드는 데만 8만달러가 들었다. 이씨는 조각품을 모으는 취미도 갖고 있는데, 실내는 물론 정원에도 4개의 큰 조각을 진열하고 있다.
이씨의 동네는 시카고의 부자 촌의 하나인 노스부룩이며, 노스부룩에서도 제일 부자들이 많이 몰려 사는 워키간 동쪽의 볼츠와 던디 사이의 숲속에 위치하고 있다. 한때는 시카고 베어스의 쿼터백이었던‘짐 맥마흔’의 집도 그곳이었다. 이 지역 집 값은 단위가 100만달러부터 시작된다. 이름내기를 싫어하고, 개인 취미로 조깅이나 하려고 시작한 정원 가꾸기인데, 행여 ‘자랑‘으로 보일까봐 인터뷰와 사진 촬영을 극구 사양했던 이씨에게 정원에 얼마의 돈을 들였느냐고 물었다.
“일리노이주 락포드에 7에이커에 달하는 ‘엔더슨 가든’이라고 있어요. 이곳을 7백만달러 정원이라고 하니까, 1에이커 당 1백만달러로 보면 될듯합니다.” 집 뒤 켠 정원 하나가 집 한 체 값이라니 보통 사람으로는 상상이 가지 않는 ‘정원’임을 쉽게 짐작 할 수 있다. 이씨의 아름다운 정원은 가까운 친지나 친구들, 교인들은 자주 들리는 곳이지만, 밖으로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심지어. 이웃마저 이씨의 정원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를 지경이라고 한다.
80년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망명시절, 이 지역 민주인사들과 이 정원에서 바베큐를 한 적이 있으며, 95년에는 북한 사람들도 이 곳을 들린 적이 있다. “그때 북한 가무단 15명이 김일성의 측근인 목사와 함께 시카고를 방문해서 공연을 했습니다. 저도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북한 사람들은 그 때만해도 우리가 이민자로서 미국에 산다면, 미 제국주의에 서럽게 착취당하고 가난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인식을 바로 잡아주기 위해서 우리 집 정원을 공개했습니다. 고기도 굽고 잘 대접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일 때문에 제가 친북 인사로 오해받기도 했고, 가까운 친구들은 ‘이 동무’라고 저를 놀리기도 했지요”
조 이씨는 시카고 올드타이머로 30년째 시카고에서‘사이언티픽 플레팅(Scientific Plating)이라는 케미컬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건실한 CEO로 이순자씨와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육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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