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푸틴과 암흑정치
1917년 10월25일밤 발사된 대포 1발을 신호로 전국에서 볼세비키들이 봉기
러시아는 요즘 넉넉한 표정을 짖고 있다. 석유 값이 미친 것처럼 뛰어 오일 수출 하나만으로도 러시아인들이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미국이 석유 생산국인 러시아의 눈치를 살핀다. 부산 출신이 대통령 되면 부산이 덕을 보게 되어 있고 목포 출신이 대통령 되면 목포 사람들이 힘쓰게 마련이다. 러시아라고 예외는 아니다. 현 푸틴 대통령이 세인트 피터스버그 대학을 졸업한 데다 부시장까지 지낸 골수 ‘페트로그라드’(피터스버그의 러시아 이름) 출신이기 때문에 이 도시의 끗발이 보통이 아니다. 지난주 G8 정상회담이 이 곳에서 열렸고 한국축구팀 감독을 맡았던 아드보카트 감독이 새로 부임한 축구단도 바로 피터스버그팀이다. 타운에 돈이 도는 것이 관광객의 눈에 띌 정도다.
세인트 피터스버그 나키모프 해군사관학교앞 네바강에 전시되어있는 순양함 오로라.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세인트 피터스버그는 러시아 혁명의 진원지다. 이 곳에서 일어난 볼셰비키 혁명이 전국으로 번져 로마노프 왕조가 망했다. 세인트 피터스버그는 시인 푸시킨을 낳았고 림스키콜사코프, 차이코프스키, 발레리나 안나 파브로바를 낳은 낭만의 도시이기도 하지만 낭만만큼 자유를 갈구하는 혁명적인 기질이 강한 도시다. 고르바초프가 물러난 후 군부 반란이 일어났을 때 옐친을 지지해 시장 소브차크 등 전시민이 들고일어난 도시도 바로 세인트 피터스버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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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세비키 혁명군과 코사크 왕실근위병이 백병전을 벌인 겨울궁전 계단
볼셰비키란 말은 다수파라는 뜻이다. 러시아 혁명과정에서 강경노선을 주장한 볼셰비키와 온건노선을 주장한 멘셰비키가 있었는데 레닌이 이끄는 강경노선 다수파를 볼셰비키라고 불렀다. 볼셰비키가 전국에 조직한 노동자 평의회를 소비에트라고 불렀는데 이 소비에트가 레닌의 볼셰비키 지지세력으로 변화해 후일 무산대중혁명을 성공시킨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허미티지 박물관. 진귀한 30여만점의 미술품이 전시되어 있다.
19세기의 유럽은 왕정이 지배했다. 그런데 유난히 러시아에서 먼저 혁명이 일어나 성공한 것은 빈부의 차이가 그만큼 심했기 때문이다. 노일전쟁에서 패한 후 곧 이어 독일의 빌헬름 2세와 전쟁을 벌인 러시아는 전국에서 국민이 기근에 시달렸다. 거기에 황제 니콜라스 2세가 연금술가 라스푸틴에 빠져 신하들의 전쟁반대 충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근세사에서 라스푸틴이 미친 영향은 대단하다. 왜냐하면 니콜라스 2세가 민주혁명을 주장한 멘셰비키들의 건의를 받아들였더라면 볼셰비키의 유혈혁명을 막을 수도 있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허미티지 박물관에서 내다본 겨울궁의 플라자. 네바 강변에 위치한 겨울궁은 짜아의 집무실이었으며 현재는 박물관 건물로 쓰이고 있다.
라스푸틴(사진)이라는 인물은 누구인가. 시베리아 시골 출신인 그는 주문으로 병을 고치는 연금술사였다. 니콜라스 2세의 가족사진을 살펴보면 딸 4명이 서있고 가운데 어린 아들이 무릎에 앉혀져 있다. 이 사진은 니콜라스 2세의 아내 알렉산드라가 아들을 낳으려고 얼마나 고심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이 귀한 아들이 낳자마자 이상한 혈액병에 걸려 두 달에 한번씩 땅바닥을 뒹구는 고통을 겪었으나 백약이 무효였다. 그러던중 라스푸틴이라는 연금술사가 나타나 아들의 통증을 진정시키는 신기한 능력을 보이자 니콜라스 황제 부부는 그에게 매달렸는데 라스푸틴은 모든 인사에 간섭했으며 나중에는 전쟁수행 여부도 점치는 식으로 짜아에게 조언, 독일과 무리하게 전쟁을 계속하게 해 국민의 원성이 하늘을 찔렀다.
달걀모양의 세공예술품으로 유명한 하부제의 작품. 피트스버그의 특산물이다.
참다 못한 당시 러시아의 최대 부호 유스포프가 라스푸틴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파티를 베풀면서 음식에 독약을 탄 후 몽둥이로 구타하여 그를 살해하게 된다. 유스포프의 저택은 라스푸틴 때문에 세인트 피터스버그의 관광명소로 등장했다. 라스푸틴은 고려 공민왕의 신돈을 연상케 한다. 러시아에서는 지금도 뒤에서 장난치는 참모를 ‘라스푸틴’이라고 부른다.
비운의 짜아 니콜라스2세와 가족. 시베리아에 유배 되었다가 모두 처형 당했다.
이 철<이사>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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