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라이 대디’에서 열아홉살 싸움고수 맡아
2006년 연예계의 아이콘은 단연 이준기다. 영화’왕의 남자’의 한국영화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은 이준기라는 스타를 낳았고, 이준기는 이 흥행작의 최고 수혜자가 됐다. 사람들은 ‘여자같은 남자’에 열광했으며, ‘공길 신드롬’을 낳기도 했다.
그런 이준기가 새 작품을 들고 나왔다. 8월3일 개봉할 ‘플라이 대디’(감독 최종태, 제작 다인필름). 여기서 그는 40대 평범한 가장 장가필(이문식 분)에게 싸움의 기술을 가르키는 열아홉살 싸움고수 고승석으로 출연한다. 작품으로 승부하고 싶은 감독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어쨌든 ‘플라이 대디’로서는 굉장한 행운이 주어졌다. 영화계에서 여름방학 시즌 가장 주목되는 작품중 하나로 이 작품을 꼽는 건 전적으로 이준기 때문이다. 작품성 이전에 과연 이준기가 얼마만큼 티켓 파워를 발휘할 수있을 지 걱정 반, 기대 반의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는 것.
이준기는 ‘왕의 남자’ 개봉 전 이 작품 출연을 결정했다. 속칭 ‘뜨기’ 전이었던셈. 이후 최고 스타로 떠오른 이준기로 인해 ‘플라이 대디’는 포스터가 동이 나고,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는 등 파급 효과를 톡톡이 누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준기는 담담해 보였다. 오히려 이문식 선배가 주인공이고 나는 옆에 있는 건데 마치 내가 주인공 처럼 보이는 게 죄송하다라거나 이준기라는 인물 때문에 작품속 인물이 보이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 화려함속의 고민과 각오
최근 연예계에 이준기 만한 대어가 나온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저 고만고만 인기를 얻고 관심을 받는 정도. 그에 비하면 이준기는 사회적 현상으로 까지 번진 예쁜 남자 신드롬을 만들어낼 정도로 연예계를 벗어난 큰 관심을 받았다. ‘왕의 남자’ 개봉 직후 만났을 때와 지금의 이준기는 하늘과 땅 처럼 차이가 나있다. 그의 고민도 전혀 달라져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친구’라는 표현으로 답했다.
고민이요? 아직은 배워야 할 친구인데, 언론에서 자꾸 이준기라는 이름이 나오네요. 솔직히 불안해요. 축이 흔들리는 것 같고, 뭘 해도 휩쓸릴 것만 같아요. 하나를 다잡아 놓으면 또 새로운 문제가 내 앞에 등장해 또 휩쓸리는 것 같고. 배우가 되겠다고 했을 때 가졌던 마음가짐, 즉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건만 달라진 그의 위치는 언제나 낯선 환경을 만들어 놓는다. 그가 어떤 행동을 하든지 좋아하는 팬들은 열렬한 지지로, 꺼려하는 층은 색안경을 쓰고 보려하기 때문에 모든 상황이 낯설 수 밖에 없을 터.
너무 주목받는게 부담스러워요. 이번 같은 경우도 이준기만 보이고 작품이나 작품속 인물인 고승석이 보이지 않을까 걱정되죠. 그래서 그는 오히려 단순하게 생각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의 각오를 들었다.
신념을 굽히지 않으려 합니다. 내가 갖고 온 사고방식에 타협을 하지않으려구요. 아직 난 배우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배우가 되는 게 목표죠. 선배님들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낄 때입니다. 이준기는 유독 인터뷰 때 마다 선배 이야기를 많이 꺼냈다. ‘왕의 남자’ 때도 정진영, 감우성 선배를 비롯한 모든 선배들이 그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점, 이번에도이문식 선배에게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뭔가를 얻었다는 점 등.
배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분들은 제가 고민했던 길을 이미 걸어가 배우라는 호칭을 받고 있습니다. 내가 갖고 있는 생각, 그 위를 갖고 있는 분들이죠. 선배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 하나하나가 제겐 자양분이 될 겁니다.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갈 때
’왕의 남자’에 이어 ‘플라이 대디’, 지금 촬영 중인 영화 ‘화려한 휴가’가 끝나면 가을께 영화나 드라마 한 편 정도 더 출연하려고 한다. 쉼없는 행군인 셈이다.
지금은 제가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갈 때라고 생각합니다. 배워야 할 때 인거죠. 영화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만으로도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해 비중이적은 편인 ‘화려한 휴가’에 출연한다. ‘플라이 대디’에 출연하기로 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감독님께 ‘너무 현대적인 느낌의 친구가 들어와서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더니 감독님이 ‘그렇지 않다. 다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고맙다’고 말씀해주셨죠. 그 이후 더 감독님께 신뢰가 갔습니다. ‘플라이 대디’에서 승석은 가필을 훈련시키는 싸움 스승이다. 즉 가필의 이야기가 주요 전개라면 승석은 꼭 필요한 양념으로 그의 이야기에 무게를 더한다. 이준기는 영화에 대해 말하면서도 승석은 가필의 서포터일 뿐인데 내게 관심이 집중되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는 말을 또 한번 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만 인물간의 아픔이 있는 건 똑같다며 그는 승석은 부모에게 버림받고 어려운 가정 환경으로 가족에 대한 결핍이 있는 친구인데 가필은 무능한 가장이면서 자신감도 없어 가족의 위기조차 지켜내지 못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한다. 두 사람의 아픔이 하나로 공존하게 되는 게 큰 틀이다.
승석과 가필의 벽이 허물어지는 순간이 있어요. 결코 작위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둘의 관계가 관객에게 느껴지겠죠. 왜냐구요? 찍으면서 저와 이문식 선배가 느꼈으니까요. ‘왕의 남자’에서 ‘예쁜 남자’였다면, ‘플라이 대디’에서는 ‘멋진 남자’다. 여학생들이 동경할 만큼 멋진 외모에 싸움도 잘 한다. 멋지고 잘 생긴, 아니 예쁜 남자.
지금 갖고 있는 이미지에 대한 부담은 없다고 했다. 오히려 어떤 한 이미지가 각인된 배우로 남는 게 배우로서 그의 목표인 듯 하다.
제가 휴 그랜트를 좋아해요. 그런데 휴 그랜트가 과연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미지를 벗어나는 역할을 한 적이 많았나요? 아닙니다. 브루스 윌리스도 마찬가지예요.
최근 좀 변하긴 했지만 사람들은 브루스 윌리스라는 배우에 대해 기대하는 이미지가있고, 그는 그걸 충실히 해냈어요. 그게 뭐가 나쁘죠? 저도 지금은 배울 게 많아 이것저것 해보고 싶지만 결국엔 저한테 맞는 이미지를 갖고 싶어요. ‘이런 캐릭터에는이 배우가 최고다’라는 걸 갖고 싶다는 거죠. 그 배우외에는 다른 사람은 생각할 수없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이미지를 쌓는 것이 묵표일 수 있어요. 이준기의 행보를 보며 관객은 스타가 배우가 되려는 진지한 과정을 지켜보는 동참의 묘미가 있을 것이며, 스타는 인기를 얻는 대가로 치러야 할 성장통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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