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홈런이 유달리 많이 쏟아지고 있다. 시원한 대포 구경을 자주 할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하게 볼 것이 아니라는 의견도 높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이다. 갑자기 홈런이 양산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혹시 약물 때문은 아닐까.
USA투데이가 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선수들과 야구 관계자, 팬들에게 직접 견해를 물어봤다.
대다수 선수들과 팬들은 약물 사용이 여전히 근절되지 못하고 사용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홈런 양산의 원인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팬들과 선수들의 견해는 크게 달랐다.
올해는 두가지 약물- 각성제(amphetamine)와 스테로이드(근육강화제)-이 모두 금지된 첫 해. 그러나 USA투데이 조사에서 조사에 응한 메이저리거 476명중 75%는 일부 선수들이 이번 시즌중 암페타민을 복용했다고 믿고 있었으며 69%는 동료 선수들이 다른 약물들-스테로이드나 성장 호르몬-을 사용했을 것으로 믿고 있었다. 이 조사는 지난 6월24일부터 7월9일까지 실시된 것이다.
한경기당 2.23개…기쁨 한편으로 약물 의심
현 페이스라면 시즌 50개 이상 칠 선수가 13명
‘타고 투저’ ‘줄어든 K 존’등 갖은 설 분분
팬들 역시 MLB가 경기력 증강약물들을 완벽하게 추방시킬 수 있을 것으로 믿지 않았다. 의심하는 주된 이유는 홈런이 유난히 많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야구에서 스테로이드가 암암리에 사용될 수 있었던 마지막 해였던 2003년보다 오히려 홈런이 더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노조단장 단 페는 이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홈런이 늘었다면 선수들이 약물을 복용했기 때문이고, 홈런이 줄었다면 이전에 약물을 복용했다가 이젠 먹지 않기 때문”이라며 메이저리그에서 여전히 약물이 널리 사용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올해 전반기에서 홈런 24개 이상을 때린 선수는 13명. 이런 페이스라면 50개 이상을 기록할 선수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게 된다. 한 시즌 홈런 50개라면 역대 22명만이 밟아본 위업이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지명타자 데이빗 오티즈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짐 톰은 각각 31개, 30개의 홈런으로 시즌홈런 60개를 넘길 페이스다. 홈런 수뿐 아니라 비거리도 엄청 늘었다. 470피트 이상의 대형홈런이 10개가 넘고 이중 3개는 490피트를 넘는 초대형이었다.
초장거리 포에 대해 선수들이나 팬들이나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심스럽다는 표정이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한 베테런 투수는 “이걸 정상적이라고 볼 수 있나? 우리가 바보인줄 아나 보지?”라고 톤을 높인다.
올해 전반기중 홈런은 경기당 2.23개. 배리 본즈가 한 시즌 73개 홈런 기록을 세웠던 2001년(지금 돌이켜보면 본즈를 포함해 많은 선수들이 이 당시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다는 혐의가 짙다)의 경기당 2.25개와 거의 같다. 이 페이스라면 사상 5번째로 홈런이 많이 생산되는 시즌이 될 전망이다.
시카고 컵스의 투수 코치 래리 로스차일드는 “리글리 구장에서 한 경기에 홈런 8개가 나온 경기가 두 번이나 있었다. 두 번이나”라고 말한다. “도대체 믿겠느냐, 뭔가 잘 못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수들 대부분은 약물이 홈런의 원인이라는데 대해서는 이를 부인한다. 홈런의 원인이 약물 때문이라고 답한 선수는 전체의 3%밖에 안됐다. 대부분은 홈런이 늘어난 데에 ‘특별한 이유가 없다’(29%)거나 ‘타격이 좋아졌기 때문’(28%)이라고 대답했다.
팬들과는 큰 거리가 있는 대답이었다. 팬들은 47%가 약물을 의심했고, 4명중 한명이 향상된 타격 때문으로 생각했다.
투수들이 약물을 먹다가 안 먹으니 스피드가 뚝 떨어져 홈런 맞는다는 주장도 그럴 듯하다. 다이아몬드 백스의 투수 제이슨 그림즐리는 불법 약물 복용을 시인하여 지난 달 50경기 출장 정지 명령을 받았다. 약물 복용 처벌로 13번째며 투수로서는 7번째다.
“제이슨 그림즐 리가 캔사스시티 시절 96마일을 던지다가 볼티모어에 오니 88마일을 던진다. 뭔가 이상하지 않냐”고 미네소타 트윈스의 센터필드 토리 헌트는 말한다.
심판들이 스트라이크 존을 좁혀 잡는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 투수 코치들은 심판들이 홈런이 많이 나오게 하기 위해 스트라익 존을 줄여잡는다고 주장하지만 심판 수퍼바이저 리치 가르시아는 “플레이트를 4.5인치 벗어나도 여전히 스트라익으로 잡는다”고 주장한다.
투수들의 질이 떨어졌다. 스카우트나 야구 행정부 쪽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올해 투수력은 아주 형편없다”고 MLB의 한 관계자는 지적한다. 투수나 코칭스태프들은 타자들이 팔꿈치에 대는 패딩이 무거워진 점을 꼽기도 한다.
야구공을 의심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투수들의 주장.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릴리버 러스 스프링어는 “11세짜리 어린이가 개구리 해부를 하듯이 야구공의 껍질을 하나씩 벗겨 잘라봤다. 아니 그런데 이게 뭐야, 중심에 박혀 있어야할 코르크가 없는 것 아닌가. 그냥 단단한 고무공일 뿐이었다”고 말한다.
“코르크가 들어있어야 하는데 없다. 예전에는 손으로 으깨면 부서지는 코르크가 들어있었고 그 다음에는 단단한 코르크가 들어있었는데, 지금은 코르크는 들어있지 않은 단단한 검은 고무공일 뿐이다.”
그러나 MLB는 “공은 전혀 똑같다.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일축한다. 지미 솔로몬은 “별소리들을 다 한다. 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현재의 야구공은 과거 어느 때보다 안정적”이라고 반박한다.
시카고 컵스의 릴리버 스캇 에어는 “갖은 이론과 억측이 분분하지만 전부 추측일 뿐이다. 그러나 내가 볼 때는 투수력이 떨어진 것이 진짜 이유다”라고 말한다.
“타자들이 더 강해진 것을 사람들은 인정해 주려하지 않는다”고 파드레스 캐처 마이크 피아자는 말한다. “무엇보다도 방망이가 강해졌다. 그게 전부다.”
컵스 타격 코치 진 클라인스도 피아자에 동의한다. “모든 사람들이 스테로이드를 의심하지만 선수들이 커지고 강해졌다. 이는 야구 경기를 위해 좋은 일이다. 잘된 일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잘 된 일이다. “그러나 믿어도 될까요?” 의구심은 여전히 남는다.
<케빈 손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