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영되는 드라마와 개봉영화속에 민족주의 애국주의적 색채 많아져
#장면1-MBC 일일드라마 ‘얼마나 좋길래’ 완도의 수협공판장 회담장 신
마주 앉은 완도 어민대표와 일본 수입업자측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일본측 바이어가 ‘당신들, 우리한테 톳 안팔고 3년 버틸 자신 있나?’라며 ‘3년 동안 우리 일본에 톳 안팔고도, 당신네 완도 어민들 다 먹고 살 수 있으면 지금 일어나서 나가시든가’라고 으름짱을 논다. 여기에 격분한 어민대표 동수(김지훈 분) ‘난, 니들한테 톳 안팔아! 내가, 우리 어민들이! 일본놈들 건강해지라구 정성들여 이 톳 키우는거 아니거든?’하며 정성껏 키운 톳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지른다.
#장면2-SBS 새 대하사극 ‘연개소문’의 안시성 전투 신
당태종 이세민이 30만 대군을 이끌고 연개소문이 방어하는 안시성을 함락하기 위해 총공격한다. 이세민은 연개소문의 화살을 눈에 맞고 절규하다가 눈에 꽂힌 화살을 손으로 뽑는다. 눈알이 통째로 뽑혀 나왔지만 고구려 땅에 버리고 갈수 없다며 급기야 자기 입에 넣고 잘근 잘근 씹어먹는다. 이세민은 수차례 독백으로 연개소문의 명장다운 위용을 어쩔수 없이 인정하며 패배를 시인한다.
#장면3-영화 ‘괴물’의 첫장면
주한미군 시체부검실. 미군 군속이 한국 노동자에게 독성 물질인 포르말린 수백여병을 폐기처분하라고 지시한다. 한강은 넓으니 상관없다고 말하는 미군. 한국인은 노동자 신분이라서 어쩔수 없이 저항하다 결국 독성 화학약품들을 그대로 하수구를 통해 한강에 방류한다. 영화속 ‘괴물’의 탄생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 장면은 과거 주한미군 맥팔랜드의 한강 독극물 방류사건을 연상시킨다.
모두 최근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의 한장면이거나 곧 개봉할 영화속 장면이다. 이밖에도 일본에 대한 노골적 분노를 드러낸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나 중국의 동북공정문제를 투영한 MBC ‘주몽’, 다소 성격차이는 있지만 현대사 왜곡 논란을 빚은 KBS1 대하드라마 ‘서울1945’도 있다.
부분이 전체를 호도할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기는 하지만 최근 공개되고 있는 이들 드라마와 영화속에 나타나는 인접국에 대한 현실적 문제에 맞닿은 갈등표현이,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조명되고 있어 시청자와 관객에게 과거와는 다른 ‘휘발성’높은 반응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얼마나 좋길래’의 경우 드라마의 초반 도입부 시기인 현재, 주인공의 직업을 묘사하기 위한 방편이기는 하지만 작가는 글을 쓰기위해 사전 조사한 완도의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속에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
사극인 ‘주몽’과 ‘연개소문’에는 중국이 주장하는 동북공정 문제에 대한 역사적 재조명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민족적 자긍심을 언뜻 언뜻 심어주고 있다. ‘주몽’의 경우 동북공정문제를 다루는 회차를 찍기위해 중국 현지 촬영시 ‘무사’라는 이름으로 위장해 촬영을 하고 온 바 있다. ‘연개소문’의 경우 더 노골적이다. 안시성 전투에서 역사에서 씻을 수 없는 패전을 기록한 당태종의 분노에 찬 절규를 통해 연개소문의 위대함을 더욱 극대화 시키고 있다.
강우석 감독의 영화’한반도’는 영화속에서 남북을 잇는 경의선 철도 개통에 반대하는 일본에 대한 분노에 찬 직접적 경고 메시지라는 평을 듣고 있다. 가족영화, 괴수영화, 오락영화라는 평을 듣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영화 저변에 흐르는 반미의식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드라마와 영화속에서 이렇듯 반일 반미 반중 감정이 그 어느때보다 강하게 배어나는 이유는 뭘까?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말이다.
제작진들은 대체로 작품전체의 큰틀을 봐달라고 주문하면서 어디까지나 픽션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현업에 있는 중견 드라마 연출자는 많은 작품들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좀더 시청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는 가운데 나온 새로운 소재발굴의 모습이기도 하다고 보았다.
또 다른 영화 감독은 영화속 주제의 완성도를 높이다보면 결국 이런 저런 원인으로 문제제기 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 문화평론가는 한미 FTA나 독도문제, 동북공정 문제 등 우리사회에 커다란 이슈가 되는 현상황과 상관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드라마든 영화든 가요든 현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자칫 민족주의적이거나 국수주의적으로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기사제휴]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남궁성우 기자 socio94@cbs.co.kr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