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리 군단’
4번째 월드컵 우승
PK서 프랑스에 5-3
이탈리아가 프랑스를 꺾고 통산 네 번째 월드컵의 주인이 됐다.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는 9일 베를린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벌어진 2006 독일월드컵축구대회 결승에서 전·후반과 연장전을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레 블뢰’ 프랑스를 5-3으로 제쳐 24년만에 다시 정상에 섰다. 이탈리아의 우승은 1934년, 1938년, 1982년에 이어 통산 4번째다.
이탈리아는 1994년 미국월드컵 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브라질에 패한 아픔을 씻어냈고 2000년 유럽선수권대회(유로2000) 결승에서 프랑스에 당한 1-2 역전패를 6년만에 설욕했다.
두 팀은 7만2,000명의 대관중 앞에서 120분의 사투를 벌였지만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프랑스가 전반 7분 지네딘 지단의 페널티킥으로 리드를 잡았으나 이탈리아는 전반 19분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의 헤딩골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두 팀은 연장전까지 격렬한 혈투를 벌였지만 골문을 열지 못했고 황금빛 찬란한 월드컵의 향배는 ‘운명의 11m 룰렛게임’으로 넘어갔다.
이탈리아는 1, 2번 키커 안드레아 피를로와 마테라치가 침착하게 킥을 골문에 꽂았지만 프랑스는 1번 실뱅 윌토르의 킥이 들어간 뒤 두 번째로 나선 다비드 트레제게가 찬 공이 크로스바를 맞고 골라인밖에 떨어졌다.
‘레 블뢰’는 가슴이 철렁했고 결국 여기서 운명이 갈렸다.
이탈리아는 3, 4번 키커가 골을 성공시켰고 4-3으로 앞선 상황에서 5번 키커 파비오 그로소가 페널티 지점에 섰다.
성공하면 우승하는 순간 그로소의 킥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세차게 골망을 흔들었고 아주리 군단은 우승의 환희에 젖었다.
경기 내용은 프랑스가 우세했다. 먼저 포문을 연 것도 프랑스였다. 전반 1분 앙리가 파비오 칸나바로와 부딪혀 그라운드에 쓰러진 뒤 한동안 정신을 잃었다가 일어나 바짝 긴장했던 프랑스 벤치는 5분 후 오라시오 엘리손도 주심의 휘슬에 환호했다.
전반 6분 말루다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문전으로 돌진하는 순간 마테라치가 뒤쪽에서 슬쩍 발을 갖다댔고 말루다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자 지체없이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1분 뒤 ‘마에스트로’ 지단이 키커로 나섰다. 지단은 잔루이지 부폰과 눈싸움을 벌인 뒤 천천히 다가서 오른쪽으로 가볍게 인사이드 킥을 찍어 찼다. 부폰은 반대쪽으로 다이빙했고 볼은 느릿느릿 날아갔지만 크로스바 밑둥을 때린 뒤 골 라인을 넘어섰다. 지단은 멈칫하다 골 사인을 본 뒤 번쩍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이탈리아는 세트 플레이에서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전반 19분 피를로가 찬 코너킥을 193cm의 장신 수비수 마테리치가 헤딩골로 연결시켰다. 이탈리아는 후반 17분 토니의 헤딩슛이 원바운드로 네트를 흔들었지만 먼저 점프한 다니엘레 데로시가 오프사이드에 걸려 땅을 쳤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페널티킥에서 12년 전 로베르토 바지오의 악몽을 떨쳐냈고, 프랑스는 이번 월드컵에서 얼마 뛰지도 못한 트레제게의 두 번째 킥이 야속하게도 크로스바에 막혀 눈물을 흘렸다.
“지단 퇴장은
대기심이 제보”
이탈리아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06독일월드컵에서 가장 인상적인 사건으로 남은 지네딘 지단(34)의 퇴장에 결정적인 제보(?)를 한 사람은 대기심인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축구연맹(FIFA) 안드레아스 에렌 대변인은 9일 “대기심으로 나선 스페인 출신 루이스 메디나 칸탈레호 심판이 상황을 정확하게 보고 헤드세트를 통해 주심을 맡은 오라시오 엘리손도 주심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지단은 연장 후반 6분 이탈리아의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의 가슴을 머리로 들이받았고, 이를 목격한 루이스 대기심이 헤드세트를 통해 주심에게 이를 전달한 것.
레이몽 도메네크 프랑스 대표팀 감독은 “부심이 모니터를 통해 당시 상황을 다시 돌려본 것으로 믿는다”며 “비디오 판독이 적용된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단 마지막 경기
박치기 퇴장 충격
“왜?”
‘아트사커’의 대명사인 지네딘 지단이 왜 그 중요한 순간 참지 못했을까. 얼마나 화가 났기에 퇴장 당할 것을 뻔히 알면서 상대 선수를 박치기로 눕혔을까.
프랑스 축구의 ‘자존심’인 지단이 그의 축구인생을 마감하는 2006 독일월드컵 축구대회 이탈리아와 결승에서 박치기로 상대를 눕혀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 당하면서 전 세계 팬들을 순간 경악시켰다.
연장 후반 6분. 1-1의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던 베를린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프랑스 선제골의 주인공인 지단과 이탈리아 동점골의 드라마를 연출한 마르코 마테라치는 이탈리아 진영에서 조용한 말싸움을 벌였다. 표정의 변화도 없이 몇 마디를 나누면서 걸어나오는 순간 지단이 갑자기 돌아서면서 마테라치의 가슴을 머리로 강하게 받아버렸다.
순간 마테라치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고 이탈리아 선수들은 오라시오 엘리손도 주심을 둘러싸고 거세게 항의했다. 그 장면을 보지 못한 주심은 선심에게 달려가 상황설명을 듣고는 지단에게 다가 가 뒷주머니에서 ‘빨간색’ 카드를 꺼내 들었다. 퇴장명령.
지난 1988년 17세의 나이로 프로에 데뷔한 뒤 1994년 8월 처음 ‘레 블뢰’ 유니폼을 입고 프랑스를 대표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세계를 호령하던 지단이 18년 현역생활을 마무리하는 경기를 레드카드로 마감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더구나 위기에 빠진 프랑스를 구하려고 대표팀 은퇴를 번복하고 월드컵 우승을 위해 ‘백의종군’한 그의 마지막 모습이 퇴장이 됐다는 것 자체가 축구 팬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지단은 레드카드를 받고 주심에게 항의를 했지만 워낙 명백한 반칙을 저지른 터라 쏟아지는 눈물을 곱씹으며 10명의 동료를 그라운드에 남긴 채 무표정하게 놓여진 월드컵 트로피 곁을 지나 쓸쓸히 라커룸으로 향했다.
8년만에 찾아온 월드컵 우승 기회를 살리기 위한 지단의 이날 투혼은 남달랐다. 전반 7분 플로랑 말루다가 유도한 페널티킥을 정확하게 차 넣으면서 ‘영웅의 화려한 은퇴식’을 꿈꿨다.
지단은 연장 전반 14분에도 윌리 사뇰의 정확한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그림 같은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이탈리아의 ‘거미손’ 잔루이지 부폰의 손끝에 걸리면서 결승골의 기회를 아깝게 놓쳤다.
지단의 운은 여기까지였다. 이미 후반 35분 공중볼을 다투다 오른쪽 어깨가 빠지는 부상을 견뎌내면서 마지막까지 투혼을 불사른 지단이었지만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한 채 자신의 마지막 현역 축구인생을 퇴장으로 끝내고 말았다.
프랑스의 레옹 도메네크 감독은 이에 대해 “지단의 퇴장이 모든 걸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후반과 연장전엔 우리 팀이 상대보다 훨씬 우수하다는 걸 여실히 증명했다”며 “결승전의 ‘맨 오브 더 매치’는 안드레아 피를로가 아니라 지단을 화나게 만든 마르코 마테라치”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탈리아의 마테라치가 우승컵에 이탈리아 모자를 씌우고 있다.
지단(왼쪽)이 마테라치를 박치기로 눕히고 있다. <본사 전송>
8년만에 찾아온 월드컵 우승 기회를 살리기 위한 지단의 이날 투혼은 남달랐다. 전반 7분 플로랑 말루다가 유도한 페널티킥을 정확하게 차 넣으면서 ‘영웅의 화려한 은퇴식’을 꿈꿨다.
지단은 연장 전반 14분에도 윌리 사뇰의 정확한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그림 같은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이탈리아의 ‘거미손’ 잔루이지 부폰의 손끝에 걸리면서 결승골의 기회를 아깝게 놓쳤다.
지단의 운은 여기까지였다. 이미 후반 35분 공중볼을 다투다 오른쪽 어깨가 빠지는 부상을 견뎌내면서 마지막까지 투혼을 불사른 지단이었지만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한 채 자신의 마지막 현역 축구인생을 퇴장으로 끝내고 말았다.
프랑스의 레옹 도메네크 감독은 이에 대해 “지단의 퇴장이 모든 걸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후반과 연장전엔 우리 팀이 상대보다 훨씬 우수하다는 걸 여실히 증명했다”며 “결승전의 ‘맨 오브 더 매치’는 안드레아 피를로가 아니라 지단을 화나게 만든 마르코 마테라치”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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