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어린이들이 평균 하루 4시간씩 TV를 시청하며 6세 이하 어린이들의 32%는 TV가 거의 항상 켜져 있는 집에서 자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소아과학회(AAP)는 2세 미만 유아의 경우 TV 및 비디오를 전혀 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TV 탈출법은…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여름방학동안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웠던 지식을 1∼3개월치 잊어버린다고 한다. 듀크 대학의 연구팀이 조사한 결과 특히 수학에서는 어린이들이 평균 2개월반치의 지식을 잊어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뇌 유출’(brain drain)이라고 불리는 이 문제의 주범으로 교육자들은 단연 TV 시청을 꼽고 있다. 미 소아과학회(AAP)에 따르면, 미국 어린이들이 하루 TV를 보는 시간은 평균 4시간. DVD를 보거나 비디오 게임하는 시간, 인터넷을 서프하는 시간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더구나 방학이 되면 부모의 감독 없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마련인데 TV를 보거나 비디오게임으로 보내는 시간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이번 여름방학에 자녀를 TV와 비디오게임에서 해방시킬 수 있을까. 교육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본다.
여름방학중 이렇게
클럽가입-주말여행 등
다양한 대체활동 제공
가사 돕는 습관키우고
이웃과 교대로 돌봐줘
카이저병원의 수잔 정 소아정신내과 전문의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잘 형성됐으면 방학이 되도 문제가 될 것이 없지만 부모와 대화가 별로 없는 자녀들은 갑자기 생활에서 ‘학교’라는 구조가 사라질 때 두뇌를 자극시키는 것을 찾게 되는데 흔히 TV, 비디오 게임 등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한다.
그렇다고 해서 TV를 그만 보라고 같은 잔소리를 반복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또 뭐를 하지 말라고 말하면 하지 말라는 것만 생각하게 되는 것이 자녀들의 심리다. 정 전문의는 자녀에게 TV를 보지 말라고 주문하기 전에 먼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활동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너무 공부만 강조하지 말고 보통 안하던 활동을 찾고 특히 자녀가 공부를 싫어하거나 잘 못할 경우 잘 못하는 것을 시키지 말고 자녀가 잘 하는 것을 찾아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전문의는 특히 부모와 자녀가 같이 보내는 있는 시간을 늘리면 자연히 자녀가 혼자 TV를 보는 시간도 줄어든다며 여름방학을 자녀와 깊은 관계를 형성하는 기회로 삼을 것을 조언했다. 그는 부모들이 흔히 “내가 아이에게 가르칠 게 뭐가 있나” 생각하고 자신이 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르는 경향이 있다며 아이에게 그날 하루가 어땠는지 물어보는데 그치지 않고 자녀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또 아이들을 비즈니스 업소 등에 데려와 부모 일을 돕게 하면서 부모가 현실에서 부딪히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서로의 이해를 도와주는 좋은 방법이다.
칼스테이트 노스리지의 클라라 박 교수도 “자녀를 집에 놔두면서 TV와 비디오 게임을 멀리 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스포츠 등 클럽활동에 가입시키거나 주말에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같이 가는 등 다양한 활동 기회를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학부모들이 자녀들, 특히 남자 아이들에게 가사일 등 심부름을 시키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일찍부터 연령에 맞게 가사일을 돕는 습관을 키우면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웃과 함께 4∼5명이 소그룹을 이루어 교대로 아이들을 봐주는 것도 컴퓨터 게임과 TV시청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그 외에도 TV시청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2세 미만은 절대 시청하지 않는다.
소아과학회는 2세미만 어린이들을 절대 TV, 비디오, 컴퓨터 등 스크린 앞에 놔두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다. 생후 첫 2년은 두뇌발달에 결정적인 시기로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전문가들은 TV시청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부모의 말을 듣는 것보다 훨씬 교육적 가치가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TV시청 시간을 제한한다.
2세 이상의 어린이들의 경우 TV시청을 하루 2시간 이하로 제한한다. 소아과학회가 추천하는 이 2시간은 비디오 시청, 비디오 게임, 인터넷 등 스크린 앞에 있는 모든 시간을 포함한 것.
▷TV시청을 미리 계획한다.
채널서핑을 하지 말고 1주일전에 TV가이드를 보며 앞으로 시청할 TV 프로그램을 미리 자녀와 함께 선정한다. 가족이 같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가운데 꼭 보고 싶은 것을 선택하도록 한다. TV 등급이 자녀 연령에 맞는지 확인하고 지정한 프로그램이 끝나면 TV를 끄도록 한다.
▷가족이 함께 시청한다.
TV를 혼자 보도록 방치하지 않고 자녀와 함께 보면서 TV에 나오는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TV시청도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은 실생활과 TV장면 및 광고 등을 구분하지 못하므로 적절하지 않은 내용을 접하면 설명해주는 것이 좋다. 시간이 맞지 않으면 TiVo, 비디오테입 등으로 녹음해 나중에 같이 본다.
▷프로그램의 메시지를 찾는다.
일반 TV 프로그램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교육적이 될 수 있다. 자녀와 함께 TV프로그램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프로그램의 등장인물이 자기 가족과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비슷한지, 화면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어떤 일이 벌어졌을 지 같이 상상해본다.
▷바른 자세를 지킨다.
TV를 누워서 본다거나 옆에서 볼 경우, 눈에 피로를 주므로 바른 자세로 밝은 방에서 2∼3미터 떨어져 보게 한다. 자녀가 자는 척하기 위해 불을 끄고 어두운 방에서 비디오 또는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역시 시력에 좋지 않은 행동. TV를 보든, 책을 읽든 일정한 거리에서 오랫동안 주시할 경우 30분마다 휴식을 취하고 먼 곳을 바라보게 한다.
▷TV 광고를 주의한다.
가능하면 PBS(채널 28) 등 광고가 없는 TV채널이나 어린이용 비디오 등을 시청하는 방법으로 자녀가 접하는 광고량을 줄이도록 한다.
▷롤모델이 된다.
많은 부모들이 자기는 한국 비디오를 보면서 자녀들에게 TV를 보지 말라고 야단치는데 전혀 효과적이지 못하다. 부모가 TV를 많이 보면 자녀도 TV 보는 습관을 자연히 물려받기 마련이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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