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운타운 ‘벙커 힐스’ 지역
평일에는 너무 복잡해 업무상의 목적이 아니면 잘 안 나가게 되는 LA 다운타운. 도로를 가득 메우는 자동차의 행렬, 끝없이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음 그리고 파킹 스페이스와의 전쟁이 우리가 알고 있는 다운타운의 평일 모습이다.
그런데 이 곳이 최근 훌륭한 주말 나들이 장소로 급변하고 있다. 특히 고층 빌딩이 밀집해 있는 벙커 힐스(Bunker Hills) 지역 한쪽에 세계 최고수준의 공연장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이 들어서면 다운타운이 진정한 시민들의 주말 휴식처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다운타운 다시 살리기 운동 중 하나인 ‘벙커 힐스 프로젝트’의 피너클(pinnacle) 프로젝트라 할 수 있는 디즈니 콘서트 홀은 인근의 LA 뮤직센터(Music Center), 캘리포니아 플라자, 콜번 음악학교, 그랜드 센트럴 마켓, LA 교구 대성당 등과 함께 다운타운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부상했다.
특히 디즈니 콘서트 홀은 건물 자체도 훌륭한 볼거리지만 홀 뒤편에 조성된 가든은 “도심 한가운데 이런 곳이 있구나”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벙커 힐스는 지난 1904년 첫 번째 LA 한인들의 이민 정착지이기도 해 더욱 한인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지역으로 언덕 위에 서면 사방으로 보이는 다운타운과 멀리 LA 베이슨(basin)의 모습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온다. 더욱 달라진 LA 다운타운 벙커 힐스로 주말 문화산책을 떠나보자.
고층 빌딩이 밀집해 있는 LA 다운타운 벙커 힐스 지역은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 뮤직 센터, LA 대주교 성당 등이 한 곳에 모여 있는 시민들의 훌륭한 주말 휴식 공간이다. 콘서트 홀 뒤편에 있는 커뮤니티 가든(위쪽)과 LA카운티 법원빌딩에 있는 정원의 분수.
도심에서 우아하게
공짜이용에 다양한 행사… LA 시민들의 주말 휴식터로
월드 디즈니 콘서트 홀 가든
6개 대륙 10여종 나무 심어 4계절 꽃숲
콘서트 홀 커뮤니티 가든 중앙에는 장미 형태의 분수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디즈니 콘서트 홀은 입장권이 없어도 주말 자녀들과 함께 인근 박물관 등을 방문하면서 하루를 보내기 좋은 곳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세계적인 건축예술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건물 외부 자체가 좋은 구경거리이다.
건물 뒤편으로는 누구나 무료로 방문할 수 있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장미 형태의 분수가 공원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콘서트 홀 커뮤니티 가든(Community Garden)은 홀을 게리와 함께 공동 설계한 그레이그 웹의 부인이자 랜드스케이프(landscape) 디자이너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멜린다 테일러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작품이다.
가드닝을 취미로 삼았던 월트 디즈니의 부인 릴리언의 각종 아이디어가 혼합된 가든에는 사계절 언제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6개 대륙 10여종의 나무들이 혼합되면서 공원이 조성됐다.
가든에 들어서면 여러 가지 꽃향기가 먼저 방문객을 맞는다. 여름철인 지금은 노란색의 티피나무의 꽃이 한창이다. 봄이면 핑크 나팔나무의 꽃이 공원을 장식하게 되고 가을과 겨울철에는 피크 스노트리가 붉은 핑크빛 꽃을 피우고 중국 피스타치오 나무의 과실화가 만개 한다.
어린이들의 휴식처가 될 수 있는 칠드런스 앰피 디어터(Childres’s Amphi-theater)를 경내에 만들었다. 500만달러의 예산으로 태어난 공원은 LA 카운티 식물원의 후원으로 100여종의 각종 식물이 심어져 있다.
공원은 2가와 그랜드 애비뉴 그리고 1가와 호프 스트릿으로 들어갈 수 있다. 가든은 매일 오전 7시~오후 11시까지 문을 연다. 입장료는 무료. 주말에는 가든 투어(15달러)도 있다.
주소 및 문의: 135 N. Grand Ave. LA. (213)972-4399, www.musiccenter.org
벙커 힐스 중심부에 자리를 잡고 있는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
벙커 힐스 가는 길
LA 한인타운에서 올림픽이나 8가를 이용해 다운타운 방향으로 가다가 Grand Ave.에서 좌회전 벙커 힐스 언덕으로 올라가면 된다.
디즈니 홀은 그랜드 애비뉴와 1가에 위치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 플라자는 1가와 2가 사이 MOCA 바로 옆편에 있다.
주차는 MOCA 등에 유료 주차장이 있지만 주말에는 Grand Ave. 선상에 스트릿 파킹 스페이스가 곳곳에 있다.
천사의 모후 교회(555 West Temple St. LA CA)는 그랜드 애비뉴 북쪽 템플 스트릿을 따라 동쪽 방향으로 가다가 왼편으로 36개의 크고 작은 종들이 장식된 목자 성문(Shepherd’s Gate)으로 들어가면 된다. 템플 스트릿과 힐 스트릿에 각각 입구가 있는 교회 주차장에 주차가 가능하며 주차비는 3~14달러. www.olacathedral.org
콜번 음악학교
디즈니 콘서트 홀 맞은편 길 건너에는 LA카운티 박물관과 쌍벽을 이루는 LA 현대미술관(MOCA)과 ‘LA의 줄리아드’라는 별명이 붙은 콜번(Colburn) 음악학교가 있다.
세계적인 작가들의 현대 예술품도 즐기고 어린 연주자들이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을 구경하면 어느덧 한나절 시간이 지나가 버린다. 콜번은 특히 한인 음악 꿈나무들이 많이 다니는 곳으로 연습실과 교실에 대형 창문이 만들어져 있어 일반인도 쉽게 어린 학생들의 퍼포먼스를 구경할 수 있다.
제2의 모차르트를 꿈꾸는 소년소녀 뮤지션들이 흙장난에나 어울릴 만한 작은 손으로 피아노 건반을 가볍게 두드리고 5~7세의 어린 댄서들이 봄철 야생화 들판을 만난 나비처럼 사뿐사뿐 이마에 보송보송 땀을 흘리면서 교사의 구호에 맞춰 발레 스텝을 밟는다.
자신의 몸보다 더 큰 첼로 케이스를 끌고 클래스로 급하게 달려가는 가는 아이와 조용히 엄마와 악보를 검토하면서 오늘 레슨을 복습하는 소녀의 모습을 함께 만나볼 수 있는 곳이 바로 LA 최고의 음악 학교라도 불리는 콜번이다. 꼭 자녀를 이 학교에 보내지 않아도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즐기면서 주말하루를 보내기 좋은 곳이다.
주소 및 문의: 200 S. Grand Ave. LA, CA 90012, (213)621-2200, www. colburnschool.com
LA 대주교 성당
지난 2002년 문을 연 LA 대주교 성당인 ‘천사의 모후 교회’(Cathedral of Our Lady of the Angels)도 빼놓을 수 없는 벙커 힐스의 관광명소이다.
템플과 그랜드 스트릿에 우뚝 선 어도비 벽돌색의 이 성당은 지난 96년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인 요세 라파엘 모네오 교수가 설계를 시작, 1년 후 5.6에이커 부지에서 기공식을 가진지 6년만에 완공됐다.
총 1억9,500만달러를 들여 건축된 이 성당은 5만8,000스퀘어피트에 3,000명 수용 가능한 대성당과 156피트 15층 높이의 종탑, 2.5에이커의 플라자와 컨퍼런스 센터, 6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파킹시설 등이 있다.
특히 성경 구절들이 새겨진 대리석 연못을 지나 대성당 입구에 들어서면 멕시코 출신 조각가 로버트 그라함이 제작한 25톤 무게의 청동 문과 문 위에 서있는 8피트의 천사의 모후 동상을 볼 수 있다.
성당은 종교행사가 없어도 매일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어 플라자, 카페 등과 함께 도시 속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애용되고 있다.
문의: (213)680-520
‘천사의 모후 교회’도 빼놓을 수 없는 벙커 힐스의 관광명소이다.
캘리포니아 플라자
콜번 음악학교 옆에는 삭막한 빌딩 숲 사이에 오아시스처럼 조성된 15에이커의 아름다운 분수 공원 캘리포니아 플라자가 있다.
세계적인 건축 설계사 아더 에릭슨에 의해 태어난 주민들의 공간으로 두 개의 46층 빌딩 사이에 만들어진 플라자에는 매분 5,000갤런의 물을 품어내는 시원한 분수가 하늘로 치솟는다.
주말이면 라이브 밴드가 공연하는 스테이지가 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01년 발생한 사고로 현재는 운행이 중단된 에인절 플라이트(Angel Flight) 전차 역도 이 곳에 있다.
에인절 플라이트는 오는 가을철부터 운행이 다시 시작된다.
플라자에 있는 여러 찻집과 카페에서 먹거리를 주문해 가족과 함께 테이블에 앉아 눈에 들어오는 수많은 경치들을 한가하게 즐기게 좋다. 플라자 내에 있는 옴니(Omni) 호텔의 라운지 역시 바깥 경치를 구경하기 좋은 곳이다.
매일 저녁 시원한 분수쇼가 열리는 캘리포니아 센터.
그랜드 센트럴 마켓
캘리포니아 플라자 맞은 편에는 한국의 상설시장인 남대문 시장과 동대문 시장처럼 지역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지난 1917년부터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그랜드 센트럴 마켓이 있다. 먹거리·볼거리·살거리가 넘치는 전통적인 시장이다.
LA의 숨소리를 그대로 듣고 느낄 수 있는 이 곳에는 모두 50여개 노점이 들어서 있다. 마켓은 싱싱한 야채와 그날 새벽 출고된 펄쩍 뛰는 생선들이 진열장을 메우고 있는데 과테말라산 고추, 엘살바도르산 검정콩 등 일반 마켓에서는 구입하기 힘든 물건들도 이곳에서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센트럴 마켓이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것은 가격. 일반 마켓에서는 60센트 정도 하는 바나나 한 파운드에 25센트, 토마토 역시 파운드당 25센트, 수박이 큰 것 하나에 2달러이다. 생선도 깨끗하게 손질된 투나가 파운드당 4달러, 통째로 구운 백도미가 5달러에 나오고 있다.
이 안에는 모두 20여개의 레스토랑도 있는데 메뉴는 가히 국제적이라 할 만하다. 전통 멕시코 요리점에서부터 중국식, 태국식, 일식 테리야키 레스토랑 등이 있는데 이 곳들 역시 장터 먹자골목인 만큼 가격이 저렴하다. 4달러75센트인 캄보 디시 한 그릇을 시키면 접시를 들기 힘들 정도로 넘치게 음식을 담아준다. 이 곳을 특징은 주문한 음식에 세금을 받지 않는다는 것. 손님이 음식을 나르기 때문에 팁 걱정도 필요 없다. 정말 적은 돈으로 여러 나라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한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한때 이 곳 상인 중 거의 절반이 한인들이었다. 지금은 멕시코, 태국, 중동인들이 밀려들어오면서 한인상인 수가 크게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약 10개의 상점을 한인이 운영하고 있다.
마켓은 주 7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장하고 위치는 317 사우스 브로드웨이 3가와 4가 사이에 있다. 308 사우스 힐 스트릿에 있는 파킹랏에 주차를 하면 되는데 10달러 이상의 상품을 구입하면 주차비는 무료.
(213)624-2378
www.grandcentralsquare.com.
서울 남대문 시장을 연상시키는 그랜드 센트럴 마켓.
글 백두현 기자·사진 진천규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