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품 체인점의 경영주이자 마케팅 전문가인 스튜 레너드(Stu Leonsrd)는 다음과 같은 경구를 우리의 신조라 하여 체인점마다 써 붙여 놓고 있다.’1.고객은 항상 옳다. 2.만일 고객이 틀렸다면 1번을 다시 읽으라.’
요즘 한국에 가보면 남대문시장 상인들도 백화점 점원처럼 상냥하다. 옛날처럼 고압적인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대형병원에 가서 건강진단을 받아보면 일류 병원서비스가 무엇인지를 거기서 알게 된다. 간호사들과 의사들은 친절하기 이를 데 없고, 진단이 끝나면 담당의사가 다음 진료실로 직접 안내한다. 고객은 한 순간도 미아가 되는 일이 없다. 진단이 끝나면 간단한 식사와 음료까지 제공한다.
80년대 말 당시 엘지그룹 총수 구자경 회장은 자서전 ‘오직 이길밖에 없다’에서 고객감동 경영을 주창한 바 있다. 고객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기쁘게 하기 위해 기업을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불행히도 미국은 아직도 고객서비스 수준이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 한 예가 아직도 버젓이 소비자(Consumer)라는 말을 대놓고 쓰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유명한 마케팅 잡지 소비자 보고서(Consumer Report)가 아직 그 이름을 사용하고 있고, 동포 회사들도 소비자라는 말을 곧잘 쓴다.
동양권에서는 소비자라는 말은 생산자에 대칭되는 어휘 정도로 남아있어 학계나 정부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거의 사어(死語)가 되었다. 대신 고객이라는 말을 쓰는데, 서비스 수준이 세계 최고라는 일본에서는 한술 더 떠 오갸꾸사마(お客樣)라 한다. ‘오’도 존칭, ‘사마’도 존칭이니 극존칭을 쓰고 있는 셈이다. 귀하신 손님쯤으로 번역할 수 있겠다.
고객들을 골탕먹이는 앤서링 머신이 아직도 가장 대중적인 고객대응 방법이니 곧 상징적으로 미국의 고객서비스 수준을 대변해 주고 있다. 캐나다에서 활동중인 IT비즈니스 컨설턴트 수잔 워드(Susan Ward)는 훌륭한 고객서비스를 위한 여덟 가지 법칙(8 Rules For Good Customer Service)이라는 글에서 고객서비스를 높이려면 앤서링 머신을 없애버리라는 충고를 첫 번째로 내놓고 있다. 고객은 녹음된 로봇이 아닌 사람과 대화하고 싶어하며, 앤서링 머신과 씨름하다가 기분을 망치면 그 고객은 떠나 버린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미국생활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일이라 많은 분들이 공감하리라고 생각한다. 고객은 앤서링 머신이라는 로봇의 놀이 상대가 아니다. 오히려 고객은 기업이 존재하는 존재이유이자 기업이익이 나오는 발원지이기에 마케팅 교과서에 나오는 고전적인 마케팅 믹스의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도 현대 마케팅의 거장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에 의해 몇 해 전 다시 씌어진 바 있다.
내용인즉 마케팅믹스의 4P는 4C가 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제품(Product)은 고객이 인정하는 가치(Customer Value)가 아니면 소용이 없고, 가격(Price)은 원가에 마진을 더한 수치가 아니라 고객이 기꺼이 지불하고자 하는 금액(Customer Cost)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소(Place)는 고객이 원하면 집에까지 배달하는 고도의 편의성(Convenience)이어야 할 것과 촉진(Promotion)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고객과 주고받는 양방향의 Communication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하시는 분들이 잘 음미해 보면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하지만 다양성의 나라 미국에는 세계최고의 서비스도 있다. 어떤 백화점에 손님 하나가 타이어를 들고 와 리펀드를 요구하자 점원은 두말 없이 돈을 도로 내주었다. 이유를 묻지 않고 리펀드를 해 주는 것이 그 백화점의 규칙이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 백화점은 그 때까지 타이어를 취급해 본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 엉뚱한 리펀드를 받은 고객이 지방신문에 이 일을 알려 그 백화점은 일약 유명해 졌다. 팔지도 않은 물건을 리펀드 해주는 백화점- 사람들이 최고수준의 고객서비스를 거기서 발견한 것이다. 백화점의 이름은 오늘날 유명한 노드스트롬(Nordstrom)이다.
서공렬/콜럼비아,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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