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면 워싱턴 총영사가 부임 100일을 맞았다. 올 2월말 워싱턴에 부임한 권 총영사는 1979년 외무고시에 합격, 외교부에 입부한 이래 대민 . 영사업무는 이번이 처음이다. 생소한 시간을 거쳐 한인사회에 열정을 쏟아 붓고 있는 그를 만나 한인사회 현안과 전망, 영사업무 등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았다.
▶부임 100일을 지났는데 소감은.
-동포사회의 규모와 질, 다양성 등으로 볼 때 어떤 일을 해야 하고 또 얼마나 할 수 있을지 고민과 부담이 많다.
▶그동안 지켜본 워싱턴 한인사회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워싱턴에 와서 각계각층의 훌륭한 분들을 많이 만났다. 이러한 인적자원은 동포사회의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다만 동포사회가 커지다 보니 불필요하게 경쟁하고 서로 비방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감투를 위한 경쟁, 포상이나 표창을 받으려는 경쟁은 지양되어야한다.
▶미국내 한인사회의 실질적 1세대가 마감되고 있다. 이 과도기적 한인사회의 좌표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단합과 세대간 소통의 확대, 열린 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많은 외국인들로부터 “한인들이 매우 단합(Unity)을 잘 한다”는 말을 들을 때는 뿌듯하다. 하지만 밖과 안에서 보는 데는 차이가 있다. 지식인, 기업인, 전문인, 자영업자 등 모든 한인이 전체 공동체를 위해 같이 나서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둘째, 한인들의 세대간 단절이 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대간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 2세대들은 1세대들의 희생과 노력을 평가하고 존중해야 하며 1세대들은 시대의 변화와 사회의 흐름을 잘 인식하고 새로운 세대를 격려하고 지원하는 자세가 있어야 하겠다.
셋째, 나 혼자 사는 게 아닌, 다민족 이민사회에서는 현지사회에 기여하고 한편으로 다른 민족과 화합하고 교류하는 열린 자세, 마음이 중요하다.
▶미국화된 2세들은 한인사회와 담을 쌓고 있다. 2세들을 한인사회와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실제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월드컵 응원시 어린아이부터 할머니까지 한데 모여 ‘대한민국!’을 외치며 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2세들이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어떻게 이어갈지 한인사회가 지혜를 모으고 함께 연구해야 할 것이다. 중국, 일본 등 이민역사가 오래된 민족들의 사례도 살펴봐야겠다.
▶워싱턴 한인사회의 요즘 이슈는 커뮤니티 센터 건립운동이다. 일부에서는 추진위의 맨파워와 컨텐츠에 고개를 가로젓기도 한다. 센터 건립은 어떻게 추진돼야 한다고 보나.
-한인사회는 자치단체와 같다고 본다. 교회가 수백개인데 한인 전체를 위한 시설이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한인 전체의 뜻과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매칭펀드의 규모는 어느 선인가.
-정부가 센터 건립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능력이 있는 자치단체로서 자신감을 갖고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떳떳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부의 지원을 위해 대사관은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영사업무가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평이다.
-지난 백년간 역사에서 국민은 정부를 불신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와 국민의 관계 등 우리 사회, 문화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앞으로도 몸과 마음, 머리를 바쳐 일하겠다.
▶향후 동포사회 업무에서 특히 강조하고 싶은 대목이 있다면?
-단순 친목 모임보다 봉사활동이나 의미있는 사업을 하는 단체, 어렵고 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까 한다. 또 동포들이 한인뿐 아니라 미국인이나 다른 외국인과 같이 하는 일을 장려하고 인류애의 정신을 갖고 함께 어울려 사는 문화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싶다.
▶한미 FTA, 비자면제 프로그램 가입 추진이 주미대사관의 주요 현안으로 대두됐다.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닌가 우려하는 한인들이 있다.
-비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체결 필요성에 대해서 반대하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서있는 위치, 앞으로 가야할 방향에 대해 정부와 같이 고민했으면 싶다.
▶주미대사관이 이같은 현안 처리의 필요성 때문인지 갑자기 동포사회에 관심을 둔다는 지적도 있다.
-이 현안들은 기본적으로 정부간 협상의 문제다. 하지만 현대는 전국민의 총합외교 시대다. 국민의 목소리가 국내정책은 물론 외교에도 반영된다. 한국인 전체를 위한 일이다. 동포사회도 알아야 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차원으로 이해했으면 싶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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