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몽’, ‘태왕사신기’ 등 역사극, 지자체와 손잡고 세트의 테마파크화 나서
드라마 촬영을 위해 제작한 세트장을 종영 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마케팅 방식이 드라마 제작의 한 방식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 가운데 이같은 대표적인 예는 MBC ‘주몽’. 주몽의 제작사인 올리브나인은 전남 나주에 4만 2,000평 규모의 오픈 세트를 짓고 드라마 촬영에 활용하는 한편, 종영 후 삼국시대를 주제로 한 ‘삼한지 테마파크’로 확대시켜 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리브나인 측은 이 세트장에 대해 2년이 넘는 기간동안 ‘주몽’을 기획하며 오픈세트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며 관광명소로 부상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거쳐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KBS 대하드라마 ‘서울 1945’도 경남 합천에 위치한 2만 5,000평 규모의 영상테마파크 안에 드라마 세트장을 만들어 1930~40년대 서울의 시가지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세트장을 유치한 합천군 역시 영상테마파크에 대한 관광객들의 반응이 좋자 드라마 촬영 후 오픈세트 내에 있는 각종 건물을 활용해 살아있는 테마파크로 만들어 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지난 3월 종영한 SBS ‘서동요’의 오픈세트도 충남 부여 지역의 관광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세트장 역시 부여군이 백제시대와 관련한 반영구적인 촬영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으로 60억원을 투자해 만든 것이다.
이밖에도 드라마 ‘해신’(전남 완도) ‘신돈’(경기도 용인) ‘대장금’(경기도 양주) ‘불멸의 이순신’(전북 부안) 등 드라마의 오픈세트가 꾸준히 해당 지역을 찾은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드라마 기획단계부터 세트장 마케팅 일반화
이처럼 오픈세트 조성이 드라마 제작의 한 과정으로 자리잡으면서 드라마 기획 단계에서부터 세트장을 마련해 놓고 마케팅을 펼치는 일이 일반화되고 있다.
탤런트 김희선, 박지윤 등이 출연할 예정인 퓨전사극 ‘해어화’는 아직 캐스팅조차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세트장 조성 계획을 밝혔다.
이 드라마를 제작하는 스타맥스 측은 26일 관광자원개발 전문업체와 세트장 유치에 관한 협약 체결했다며 여수시에 마련될 예정인 오픈 세트 역시 드라마 촬영 이후 관광 자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배용준의 출연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태왕사신기’도 제주도 북제주군 묘산봉관광지구에 부지 6만여 평을 확보하고 세트장 조성에 한창이다. 이곳 역시 일본인 관광객들의 한류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촬영장 건립, 제작사 방송사와 지방자치단체의 이해관계 맞아 떨어져
이 같은 관광지 조성용 드라마 세트장 건립은 지방자치단체와 제작사, 방송사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사업. 지방자치단체는 촬영장 건립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테마 관광단지 유치라는 이점을 누릴 수 있고 제작사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으로 세트장을 설립, 이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시청률의 전반적인 하락으로 인해 광고 수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지자체의 투자로 훌륭한 세트장을 지어 양질의 드라마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닐 수 있다.
시청자 측에서 볼 때도 드라마에서 화려한 볼거리를 볼 수 있는데다, 드라마 종영 후에는 직접 촬영장을 찾아 ‘체험의 기쁨’을 맛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드라마 촬영장은 매력적인 관광지다.
올리브나인의 김태원 상무는 현재 지어지고 있는 오픈세트는 지자체에게 좋은 관광 인프라가 되고 있다며 향후에는 단지 세트장을 보여주는 방식에서 진화해 미국의 ‘유니버설 스튜디오’처럼 테마놀이공원으로 발전, 해외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 상무는 이어 테마파크 운영 노하우가 축적되면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 수출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실제로 몇몇 드라마가 이같은 기획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제작사, 지자체 재원 유용 가능성도
물론 드라마 제작 과정을 잘 알지 못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지원하면서 제작사들이 지원금의 일부를 세트장 건립이 아닌, 제작비로 유용하는 문제점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한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지자체 지원금을 쪼개 제작비로 사용하면 세트장 건립이 부실로 이어지게 돼 지자체로선 드라마 촬영 후 세트장 활용을 적절히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며 재원 사용에 있어서 방송사와 제작사의 투명성과 정직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사제휴]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오미정 기자 om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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