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함성속에 “대-한민국” 물결속에
다함께 하나로 친구가 되는 시간
태극전사들(한국)과 알프스전사들(스위스)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2연속 2라운드 진출로 02월드컵 4강돌풍이 안방텃세를 등에 업은 거품이 아니었음을 입증하겠다는 태극전사들의 결의는 이글이글 타오른다. 축구대륙 유럽에 끼어있어 본선잔디를 밟을 기회가 드물었을 뿐이라며 이번에 알프스축구의 매운맛을 세계만방에 과시하겠다는 그들의 결의도 지글지글 끓는다.
양팀 응원단 또한 열기만점이다. 북가주 한인사회라고 예외일 수 없다.
산타클라라 갤러리아플라자 내 옛COMPUSA 자리에 마련된 합동응원장 등지에서 수천명이 모여 다함께 하나로 “대-한민국” 붉은 물결을 출렁이고 “대-한민국” 붉은 함성을 토해내며 그라운드밖 12번째 선수로서 한국의 짜릿한 역전승(13일 토고전 2대1)과 극적인 무승부(18일 프랑스전 1대1)를 뜨겁게 뒷받침했던 북가주 한인들은 합동응원을 통해 하나됨을 거듭 확인하는 등 독일월드컵 슬로건 그대로 ‘친구가 되는 시간’을 만끽했다.
합동응원의 알짜목적이자 알짜소득은 바로 이것이다. 승패에 울고웃지만 승패는 어차피 승리의 여신도 잘 모르는 것. 승패를 떠나 함께 모여 같이 울고웃는 그 순간순간 속에서 우리의식이 뿌리내리고 싹트고 줄기와 가지를 뻗는 것이다(응원의 사회성). 그에 앞서 일상의 분주를 잊고 열띤 함성과 박수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짓이겨버리는 기본소득 또한 한아름이다(응원의 유희성).
농구황제 마이클 조단이 시카고 불스 유니폼을 입고 NBA코트를 누비던 당시, 시카고 사람들의 지나친 조단열풍 혹은 불스열풍을 두고 시카고의 어느 경제학자는 경기 다음날(경기당일은 차치하고) 조단을 얘기하고 불스를 얘기하느라 일을 소홀히하는 등 경제적 손실이 자그마치 몇억달러라고 딴죽을 걸었으나 반향은 거의 없었다. 응원전후 응원도중 나타나는 보이지 않는 플러스 효과가 워낙 큰 덕분이다.
샌프란시스코한인축구협회와 실리콘밸리한인축구협회, 실리콘밸리상록축구회 등 북가주 한인사회 축구인들이 앞장서고 본보와 한미라디오 등이 미디어스폰서로 나서 뒤를 받치는 메인 합동응원은 23일 낮 12시 변함없이 산타클라라 갤러리아플라자내 옛COMPUSA에서 펼쳐진다. 북가주 한인사회는 다시한번 “대-한민국” 태극함성과 “대-한민국” 태극물결을 장전하고 킥오프 휘슬을 기다리고 있다. <정태수 기자>
==
목원대 연구팀이 발표한 응원의 7대 효과
1. 몸의 움직임이 좋아진다.
2. 자신의 몸을 알게된다.
3. 응원의 즐거움을 알게된다.
4. 응원하는 습관을 만든다.
5. 상대방이나 동료를 잘 알 수 있게 된다.
6. 안전에 대한 태도를 몸에 익힌다.
7. 좋은 예의범절을 몸에 익힌다.
사진/
<독립사진>
산사에서도… 월드컵열풍이 미치지 않는 곳이 드물다. 산사라고 예외가 아니다. 일요일인 지난 18일 낮, 카멜 삼보사에서 열린 북가주승가연합회 주최 제1회 어린이/청소년 템플스테이 2박3일 행사가 끝나자마자, 법당은 프랑스와 맞선 한국축구 응원장으로 변했다. 어린 불자들도 스님들도 보살들도 거사들도 법당 한쪽벽에 임시로 설치된 스크린에 몸과 마음을 고정한 채 때로는 숨을 죽이고 때로는 탄성을 지르며 태극전사들을 응원했다. <정희주 시민기자>
<연재>
인류의 대제전 월드컵 76년사 ⑫
◆제17회 한일월드컵(2002년)-3
<중간제목>
조롱투성이 ‘오대빵’ 별명 감수하며
작은 승부 연연 않고 태극호 대수술
월드컵 4강으로 능력입증 뒤 신천지로
세계축구 4대 빅리그(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사리에A,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뛰어보지도 못했다. 빅리그로 가는 징검다리쯤 되는 네덜란드의 아인트호벤 등지에서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던 이유의 절반쯤은 네덜란드 출신이었기 때문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그나마 여의치 않았다. MLS의 전신인 북미리그, 한국의 조영증 선수가 활약했던 이 신생리그로 떠밀려 워싱턴 디플로매츠와 산호세 어스퀘익스를 전전했다. 요한 크루이프, 요한 네스켄스 등 동년배 월드스타들이 즐비한 70년대 막강군단 오렌지군단(네덜란드대표팀)에는 그가 발디딜 틈이 없었다.
한국축구의 경기력을 향상시킬 자신이 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경기를 해나가며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겠다.
거스 히딩크? 구스 히딩크? 후스 히딩크? 2002월드컵을 유치해놓고 2000아시아선수권 자력4강 실패 등 위기의 늪에 빠진 태극호를 구출하라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2000년 12월17일 김포공항에 도착한, 발음조차 헷갈리는
이 낯선 중년의 일성은 월드컵개최국 최초의 1라운드 탈락불안에 휩싸인 태극팬들에겐 지극히 의례적인 인사밖에 안됐다.
앞으로 여러 경기를 치르면서 선수분석에 전념하겠다. 아시아지역을 벗어나 강팀들과 많은 경기를 가져야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2001년 말이나 2002년 초까지 팀을 안정된 수준에 올려놓겠다.
도착 다음날 대한축구협회서 가진 취임회견에서
한국축구에 대한 예습정도를 묻는 질문에 그가 내놓은 이 답변 또한 16강에 일본은 올라가고 한국은 떨어질까 조바심을 내던 태극팬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했다. 그의 지휘아래 치러진 경기결과는 참담했다. 한달여만인 01년1월 데뷔무대에서
1무1패(홍콩칼스버그컵에서 노르웨이에 2대3 패, 모로코와 1대1). 다음달 두바이컵 대회에서 아랍에미레이트를 4대1로 이겨 첫승맛을 보자마자 덴마크에 0대2 완패. 그해 4월 이집트에 2대1 승리뒤 카메룬과의 수원친선경기 0대0
무승부. 뒤이어 프레월드컵 성격의 안방잔치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에서 프랑스에 0대5로 참패. 멕시코전(2대1) 호주전(1대0) 연승으로 간신히 한숨을 돌렸다 8월 체코와의 친선경기에서 또다시 0대5 참패. 그에겐 ‘오대빵’ ‘오대영’이란 조롱섞인 별명이 붙었다.
특히 월드컵의 해인 02년 초 남가주에 특훈캠프를 차린 태극호가 LA갤럭시와의 연습경기 0대1 패배를 시작으로 골드컵 대회에서 미국전 1대2 패, 동네축구 쿠바와 무득점 무승부, 차포 떼고나온 멕시코전 무득점 무승부, 코스타리카전 1대3 완패, 캐나다전 1대2 패배 등 계속 허우적거리자 한국축구가 더 망신당하기 전에 갈아치워야 한다 그러고도 여자친구를 숙소로 불러들이지 않나, 뭐 잘했다고 휴가를 가지 않나, 이건 한국과 한국인을 무시하는 처사다 등 온갖 삿대질이 쏟아졌다.
그러나 그는 끄덕하지 않았다. 선수로는 그저 그랬지만 감독으로는 네덜란드최강 아인트호벤의 단골우승을 이끌어냈고, 78월드컵 준우승 이후 침체된 네덜란드를
98월드컵 4강에 올려놓았으며, 잉글랜드의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쌍벽을 이루던 스페인의 레알마드리드를 지도한 세계적 명장인데다 독불장군 소리를 들을 정도로 고집스럽게 ‘나의 축’구를 추구해온 그가 멋모르고 퍼붓는 비판이나 훈수에 흔들릴 사람이 아니었다. 승리맛 좀 보자고 팬들이 아무리 아우성쳐도 작은 승리(평가전)에 집착해 큰 목표(월드컵)를 그르칠 수 없다며, 내일 평가전인데도 오늘 평가전 대비훈련 대신 예정된 지옥의 체력훈련을 반복해 선수들을 파김치로
만들기 일쑤였다. 여론을 빗대어 은근슬쩍 태클을 거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대놓고 멍청한 질문 당신이 해보라 그 사람한테 맡겨라 등 직설적으로 쏘아붙이며 철두철미 자신의 로드맵을 관철했다. 마침내 그가 선사한 마지막 답변은 월드컵4강. 삿대질하던 손가락을 얼른 거두고 4년만 더 아니 평생토록이라고 외치는 태극팬들을 뒤로 한 채 그는 월드컵 마지막 승부가 끝나자 미련없이
태극호 지휘봉을 내놓았다. 떠나면서 남긴 그의 말은 이것이었다.
나는 나날이 새로이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다. <끝>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