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최우수 졸업 새라 반씨 ‘캠퍼스 체험담’
홀로 고민· 결단하는
새로운‘나’의 만남
철저한 시간관리로 학업과 활동 균형 이뤄야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학 입학을 앞둔 12학년생들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주위에서 축하도 받을 만큼 받았고, 교회나 친척 모임에서나 “그새 수고 많았다”며 등을 토닥거려 주는 덕담도 많이 들었을 것이다. 지금껏 뒷바라지에 진력해온 부모들은 명문대에 합격하고 나면 어느 정도는 모든 일이 저절로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게도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알려진 것처럼 입학 보다 졸업이 어려운 것이 미국의 대학들이다. 화려한 조명 속에 명문대에 입학하지만 소문도 없이 중도탈락하거나, 딴 대학으로 옮긴 경우는 허다하다. 대학은 성공을 향한 긴 항해의 출발점에 불과하다. 입학하려고 쏟았던 노력 이상의 헌신을 요구하는 ‘잔인한 곳’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 하버드 대학을 3.9 GPA로 우등 졸업한 새라 반(한국명 반은경)씨의 캠퍼스 체험담은 대학 진학을 앞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적지 않은 참고가 될 수 있을 듯 하다. <우정아 기자>
지난6월8일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새라 반씨는 경력이 화려하다. GPA 3.9로 전교생 상위 5%만 들어갈 수 있는 ‘피 베타 카파’ 회원이고, 최우수 대학생 논문에 수여하는 토마스 티 후프스 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하버드 시니어 상도 수상했다.
재학 중에는 하버드 아시안 학생회장과 MIT, 웰슬리 등 14개 보스턴 대학이 포함된 보스턴 아시안 학생연합의 회장을 지냈다. ‘하버드 우먼 인 비즈니스’단체에서 회원등록 디렉터를 맡았고, 하버드 입학사정국에서 아시안 학생 모집 담당자로도 일했다. MBA 학생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최고의 회사 맥킨지 컨설팅 회사로부터 취직 제의를 받아 오는 9월부터는 이 회사에서 일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명문대에 합격한 모든 학생들이 반씨와 같은 성취를 이룩한 것은 아니다.
반씨가 세리토스 위트니고교를 수석 졸업하고 하버드에 입학한 지난 2002년 당시 30여명의 한인 학생들이 함께 하버드에 입학했다고 한다. 이후 4년이 지나는 동안 7명은 휴학을 했다. 특히 2∼3명은 성적이 나빠 대학의 지시에 따라 강제휴학해야 했다. 올해 같이 졸업한 학생 중 5명 정도는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어디 취직을 하겠다는 특별한 계획없이 졸업장을 받았다.
최고 명문이라는 하버드에 진학한 한인학생 중 3분의 1 이상이 기대와는 다른 결과를 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많은 한인 부모들이 대학에 가기 전까지는 지나치게 간섭하고, 보호하다가 대학생이 된 자녀에게는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게 된다. 미국의 대학제도를 잘 몰라서도 그렇겠지만 대학에 간 자녀는 홀로 모든 것과 맞닥뜨리고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반씨는 오는 가을 대학에 진학하는 후배들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3면에 계속>
<1>과욕부리지 말고 조심스럽게 시작하자.
반씨에 따르면, 하버드에서 한인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처음부터 너무 무리한다는 것이다. 고등학교에서 항상 1등만 한 학생들이라 어려운 과목만 5개, 6개씩 택하지만 전국에서 내노라 하는 수재만 모인 대학은 고등학교와는 다른 곳이다. 결국은 지쳐 떨어져 아예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보았다.
반씨는 특히 1학년 때는 고등학교에서 택해보지 않은 다양한 과목들을 택해 볼 것을 권한다. 1학년부터 전공 과목만 하다가 나중에 적성에 맞지 않는 것을 느끼고 전공을 싫어하는 경우가 왕왕 생기는데 그 때는 너무 늦다. 그도 대학에 입학할 때는 의사가 될 생각이었으나 1학년 때 고교에서 택하지 않았던 경제 클래스를 수강하고서 경제학을 전공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1학년 1학기 때 화학, 수학, 경제 클래스와 함께 ‘한국문화정체’라는 클래스를 이수고 2학기 때는 심리학, 경제, 통계학, 아일랜드 문학 등의 클래스에 등록했다.
<2>클럽 활동을 통해 리더십을 발휘한다.
반씨는 클럽이나 사회활동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전공에 따라 다르지만 명문 법대, 의대에 가거나 인기 회사에 취직하려면 리더십을 발휘하는 활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학업과 활동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씨에 따르면, 대학에서 GPA가 3.75 정도 이상이 되면 GPA가 4점 만점인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인기 회사들은 대학 성적과 이력서 등을 토대로 지원자의 약 20% 정도를 추려내 인터뷰를 한다. 일단 인터뷰 과정에 들어가면 대학 성적은 더 이상 중요한 기준이 되지 않는다. 그 보다는 커뮤니케이션 스킬, 대인관계, 그 자리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 등이 더 중요하다.
백인 학생들은 공부보다 클럽이나 사회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반면 한인 학생들은 대학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활동이 부족한 편이고 일부는 공부만 파고든다. 반씨의 경우, 1주일에 40∼50시간을 클럽 활동으로 보낼 때도 있었다고 한다.
하버드와 같은 대학의 클럽 활동은 고등학교와 차원이 다르다. 활동상황이 뉴욕타임스에 실리기도 하고 모금 규모도 수 십만 달러에 이른다. 반씨가 하버드 아시안 학생회장을 지낼 때 처음으로 아시아 국가의 곳곳에서부터 동창들이 모인 행사를 주선했다.
각 대학에서는 학기초에 클럽들을 소개하는 페어가 열린다. 반씨는 3∼4가지 활동 중에 자신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1개 주요 활동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반씨는 이같은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을 이를 즐겼기 때문이라며 좋아하는 활동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인턴십을 활용한다
반씨는 1학년 방학 때 부모가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보잉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2학년과 3학년 방학 때는 골드만 삭스 투자은행에서 인턴십을 거쳤다.
그는 무엇보다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컨대 2학년 방학 때는 골드만 삭스사에서 3학년 이상 학생만 인턴으로 고용하는데도 지원했다. 회사측은 인터뷰에서 그의 학년을 보고는 제외하려 했지만 반씨가 적극적인 것을 알고는 유일하게 2학년생에게 인턴십을 제공했다.
그는 맥킨지 컨설팅 회사에 발탁된 것도 우수한 성적도 성적이지만 이같은 인턴십과 리더십 활동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맥킨지 회사는 뉴욕 오피스에 8명만 고용하는데 하버드 졸업생만 800명이 지원할 정도로 인기 있는 회사. MBA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회사 1위로 선정된 곳이다. 그런데도 반씨는 맥킨지로부터 먼저 연락을 받아 비교적 수월하게 취직할 수 있었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해도 인기 회사에 취직하려면 인터뷰를 수 차례 하는 등 스트레스가 엄청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한다.
<4>시간관리, 공부스킬 요령을 익힌다
대학생활은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절이면서도 스트레스도 가장 많은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하버드에서는 스트레스 때문에 1년정도 장기여행을 하거나 휴학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반씨에 따르면, 대학에서는 클래스도 고등학교보다 더 어렵고 더 많은 책임감을 요구한다. 클래스마다 매일 100페이지씩 읽어야 한다. 그러나 고등학교와 달리 숙제를 검사하는 사람도 없고 퀴즈가 3주마다 있어 진도를 측정해주는 것도 아니다. 그동안 제출해야 하는 과제가 없다가 마지막에 75페이지 짜리 에세이를 내거나 기말고사를 치러야 하는 클래스가 많다. 그러므로 스스로 보조를 맞출 수 있는 책임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대학에서는 고등학교와는 또 다른 시간관리가 필수적이었다.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생활습관이야말로 성공적인 대학생활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했다. 이같은 훈련은 사실 고교 때나 그 이전부터 이뤄wu야 한다.
반씨의 경우 매일 각 시간마다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을 짰다고 한다. 매일 시간별로 정리된 수첩을 들여다보며 “이 회의에서는 내가 해야 할 일이 별로 없으니 랩탑을 가져가서 이메일을 읽어야겠다”고 할 정도로 구체적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반씨는 또 대학에서 정식 클래스 외에도 학생들에게 공부요령 등을 가르쳐주는 클래스를 제공하는데 속독 클래스를 택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교수가 빨리 이야기하고 책에 나오는 정보가 너무 많으므로 노트를 정리하는 단순한 요령도 대학생활에 적응하는데 한 몫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슨 일이 있어도 금요일 저녁만큼은 영화를 보든지, 친구와 함께 샤핑을 가든지, 반드시 노는 시간으로 지켰다. 또 기숙사에서 소프트볼, 플랙 풋볼 등의 스포츠에 참여하는 등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출구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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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를 3.9 GPA로 졸업한 새라 반씨(왼쪽)가 동생 크리스토퍼군과 책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뒤는 어머니 이명희씨와 아버지 반제예씨. <진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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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프린스턴 학생 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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