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런 무더기 부상으로 울상이던 다저스
1년생들 기대 이상 용력에 디비전 선두 ‘콧바람’
다저스 농장 올 농사 풍년…미래는 더 밝아
믿었던 30대 베테런들은 모두 부상병동으로 들어가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웬걸 다저스는 더 잘 나간다. LA다저스의 지휘봉을 올 시즌 처음으로 쥔 그래디 리틀 감독은 베테런 에릭 가니에와 노마 가시아파라, 제프 켄트, 라파엘 퍼칼등 주력 선수들이 돌아와 주기를 가슴 졸이며 기다렸지만 지금은 안도의 숨을 내쉰다. 사실은 은근히 콧바람도 나온다. 주전들이 부상병동에서 ‘골골’ 하는데 어찌해서 다저스는 서부조 선두를 달릴 수 있단 말인가. 리틀 감독도 감독이지만 다저스 밖에서 보기에는 신기하고 놀랍다. 다저스는 36승30패(16일 현재)로 서부조1위다. 서부조가 한 게임마다 순위가 바뀔 정도로 대접전중이긴 하지만 어쨌든 주전들이 대거 빠진 상황에서 선두를 달린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어찌 이런 신통한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바로 기대치도 않았던 루키들이 용력을 뿜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베테런들의 부상은 신참들에게는 천금의 기회. 다저스의 루키들은 굴러온 기회를 탁월하게 소화해내며 베테런들이 빠진 공백을 훌륭히 메워주고 있다. 올해 다저스가 꿈을 가질 수 있다면 이들 루키들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저스의 러셀 마틴이 로키스와의 경기에서 홈런을 때린뒤 홈에서 리틀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 1년생 마틴은 뛰어난 기량으로 다저스의 앞날에 희망을 안겨주는 꿈나무다.
지난달 말 메이저에 올라온 21세 매트 켐프. 48타석만에 홈런을 7개나 뽑아내고 있다
루키 좌익수 안드레 에티어는 강한 어깨로 수비가 일품이다.
▶21세 루키 외야수 매트 켐프. 지난 미모리얼 데이때 올라왔는데 48타석만에 홈런을 7개나 날리고 있다. 최근 로키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홈런 두방을 뽑아내며 6-5 짜릿한 승리의 주역이었으며, 명예의 전당행이 확실한 특급 투수 페드로 마티네즈로 부터도 홈런을 뽑아내 큰 기대를 갖게 했다.
▶23세 루키 캐처 러셀 마틴. 애숭이 답지 않은 노련하고 세련된 투수 리드로 주전자리를 확실히 꿰찼다. 그가 캐처로 나왔을 때 다저스 성적은 23승8패로 그의 역량을 짐작케 한다. 타격에서도 거의 3할에 가까운 날카로운 배팅으로 다저스 상승세에 큰 몫을 하고 있다.
▶23세 루키 내야수 윌리 아이바. 최근 13경기 연속 안타를 때려내는 등 역시 3할에 가까운 고감도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24세 루키 외야수 안드레 에티어. 외야 깊숙한 곳에서 빨래줄 같은 송구를 뿜어내는 강한 어깨가 일품이며 역시 3할에 가까운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불같은 강속구를 뿌리는 21세 루키 조나단 브롱스턴은 다저스의 불펜을 든든하게 하고, 6피트6인치의 거한인 21세 루키 조엘 구즈만은 머지않아 다저스의 거포가 될 것이다.
이번 시즌 다저스 25명 로스터 중 루키 선수는 무려 8명. 대대적인 구조조정인 셈인데 현재로서는 대성공이다.
루키선수들이 하나같이 기대 이상으로 크게 기여하고 있다. 만약 다저스가 디비젼 타이틀을 따낸다면 이들 루키들의 맹활약 덕분일 것이다.
이들 루키들은 이번 시즌 시작을 메이저가 아닌 AAA 라스베가스나 AA 잭슨빌에서 했다. 처음부터 메이저도 아니고 중간에 꿈의 무대에 올랐으니 기를 쓰고 좋을 플레이를 펼친다.
일년전에만 해도 클래스 A 베로비치(플로리다주)의 훈련생에 불과했던 매트 켐프. 갑자기 큰 무대서 주목받는데 대해 “야구는 어린애 때부터 해왔던 것이다. 단지 5만 관중 앞에 선다는 것이 달라진 것인데 익숙해지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거물투수 마티네즈로부터 홈런을 뽑아낸 뒤로 리틀감독으로 부터 돈독한 신임을 받고 있다. 리틀 감독은 그를 클린업 트리오 중심타선에 포함시켰다. 신출내기를 타격의 중심에 세운다니 모험일 수 있다.
“밖에서 보기엔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그러나 이들이 어떤 플레이를 하는지를 지며보고 나면 믿을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리틀 감독은 자신의 선택에 자신이 있다. 다저스가 베테런들이 늙은 데다 부상으로 제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새 피 수혈은 불가피하다.
최근 부상자명단(DL)에 올랐던 다저스 베테런 선수는 무려 8명. 2루수 켄트(38)가 부상으로 뛰지 못하다가 지난주에야 겨우 그라운드에 복귀했고, 3루수 빌 무엘러(35), 센터필더 케니 로프턴(39)도 장기간 뛰지 못했다. 1루수 가시아파라(32)는 4월중 부상으로 내내 뛰지 못했는데 부상에서 돌아온 이후 타율 .351의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베테런들의 부상은 루키들에게 기회였다.
리틀 감독은 아틀랜타 브레이브즈의 마이너에서 선수들을 양성해본 경험이 있는데 “지금 다저스의 젊은 선수들을 보면 1990년대 초 브레이브스에서 키우던 어린애들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한다. 치퍼 존스와 라이언 클레스코, 하비 로페즈 등 스타선수들은 그 당시 브레이브스의 농장에서 무럭무럭 양육되던 어린 선수들이었다.
다저스에서도 비슷한 때가 있었다. 지난 1960년대 후반과 70년대 초 다저스‘농장’에서 키웠던 스티브 가비와 론 세이, 데이비 로페스, 빌 러셀과 같은 선수들은 훌륭한 선수로 자라 다저스가 1974년부터 81년 사이 내셔널리그 를 4번 우승하고, 월드시리즈도 한번 우승하게 하는 주역들이 됐다.
리틀 감독은 지금 다저스가 비슷한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고 본다.
“요즘 야구 판에서는 어린 선수들을 오래 보유하면서 키우기가 어렵지만 이들을 잘 키워 다저스의 자산으로 보유할 수만 있다면 다저스의 앞날에는 축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양키스가 이미 완성된 스타들을 돈으로 매입하는 스타일이라면, 다저스는 싹이 보이는 선수를 키워서 큰 무대에서 쓴다는 전통으로 유명하다. 이번 시즌 이미 큰 수확을 올리고 있는 다저스 농장. 앞으로 더 큰 풍작이 예상된다.
<케빈 손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