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월드컵 응원전 3천여명 참석 대성공
1500명은 자리없어 귀가
붉은 응원의 물결이 시카고 전역을 뒤덮었다.
13일 샴버그 소재 메디벌 타임스 레스토랑에서 열린 월드컵 한국대 토고전의 합동응원전에서 시카고 한인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축구를 통해 한마음을 이루었다. 손에는 빨간 봉을 들고, 얼굴에는 ‘승리’를 기원하는 다짐이, 입으로는 ‘대한민국’을 외치고 또 외쳤다. 신화를 창조하려는 듯 푸른 그라운드를 누벼대는 태극전사들과 호흡, 모든 움직임을 같이 하며 응원의 파도를 만들고 환호의 결정체를 이루어 냈다.
시카고 한인들의 이 같은 뜨거운 응원 열기는 응원전 시작 전부터 이미 감지됐던 것이었다. 응원전 행사가 시작될 즈음인 오전 6시경, 이미 수백대의 차량이 들어설 수 있는 메디벌 타임스 주차장은 더 이상 빈자리가 없었고, 미처 주차를 하지 못한 한인들은 인근 빈 공간을 찾아 차를 대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응원장를 찾은 한인들의 숫자만도 총 4,500여명. 불과 몇 분의 차이로 응원장에 들어가지 못한 1,500여명의 축구팬들은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발길을 돌려야했다. 응원장에 들어서기 위해 한 줄로 길게 늘어섰던 한인들의 모습은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새벽 나절이라 다소 쌀쌀함을 느끼게 하는 기온 이었지만 한국팀의 승리를 응원한다는 사명하나로 오랜 시간을 서서 기다리는데도 별로 피곤함을 느끼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주최측에서 마련한 2,300여장의 붉은 악마 티셔츠는 당연히 동이 났다. 응원장에 들어온 축구팬들이 모두 3천여명, 임원들은 본인들과 자원 봉사자들을 위해 준비해 두었던 셔츠들도 고스란히 한인 축구팬들에게 바쳐야 했다. 일부 주최측 관계자들은 본인이 입고 있던 티셔츠를 기꺼이 벗어 관람객들에게 기증하는 희생(?)을 보이기도 했다.
오전 6시 30분경, 사전 응원 연습이 시작 되자 행사의 분위기는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응원을 지휘하는 자원 봉사자의 구령에 맞춰 ‘대한민국’, ‘한국 만만세’, ‘힘내라 한국’을 외쳐대는 한인들의 모습에는 어느 한사람도 외면자가 없었고, 뒤처지는 이가 없었다.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은 물론 해외 한인 사회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꼭짓점 댄스 공연이 이루어 질 때는 평소 갈고 닦은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한인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일부 한인들은 ‘누구든지 나와도 좋다’는 인도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객석 앞 모래 공간으로 뛰어 들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꼭짓점 댄스를 추는 장면을 연출했다.
한국 대 토고의 경기가 시작되는 역사적인 순간, 대형 화면을 통해 한국 선수들의 모습이 보이자 장내는 술렁이기 시작됐다. 박지성, 이천수, 송종국, 조재진 등 낯익은 얼굴이 보일 때 마다 선수들의 이름을 일사분란하게 외쳐대며 필승을 기원했다.
경기가 시작되고 나서는 긴장과 박수, 환호, 탄성, 응원 구호가 쳇바퀴 돌 듯 계속되는 분위기였다. 한국 선수들이 공을 잡을 때 마다 훌륭한 몸동작을 기원하는 박수소리가 이어졌고, 상대선수들에 공을 빼앗겼을 때는 ‘괜찮아’, ‘괜찮아’를 외치며 다시 일어설 것을 주문했다. 전반 31분 경 단 한번에 이어지는 패스로 토고 선수에게 불의 선취 득점을 빼앗기자 응원장의 기운은 다소 가라앉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새 다시 분위기를 가다듬은 한인들은 또 다시 ‘괜찮아’, ‘대한민국’, ‘승리를 위해’를 외치며 태극 전사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마침내 후반 9분, 절묘한 프리킥과 함께 이천수의 첫 골이 터지자 한국 선수들의 빨라진 움직임에 뒤질 새라 축구팬들도 또 다시 열광하기 시작했다. 리드를 당하고 있는 동안 잠시 앉아 있던 한인들도 다시 일어났으며, 질까봐 행여 경기를 보지못하고 있는 한인들도 또다시 객석으로 자리를 잡았다. 후반전 27분에 안정환 선수의 역전골이 터졌을 때는 한마디로 흥분과 기쁨의 도가니였다. 태극기가 흔들리고 여기저기서 북소리, 음악소리가 터졌으며, 빨간봉이 이루어내는 다섯 박자와 함께 ‘대한민국’이란 외침이 포효하듯 울려 퍼졌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강찬성(30대 후반, 자영업)씨는 “합동 응원전이 열린다기에 별다른 망설임 없이 일은 직원들에게 맡기고 응원전을 찾았다”며“한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응원을 하는 모습도 보기 좋지만 더욱 기분 좋은 것은 한국팀이 이겼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웅진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