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좋아하는 편인데도 나는 음악회 가는 것을 싫어한다. 내 아내가 처녀시절 소위 피아노의 유망주였을 때 내가 끈질기게 따라 다닌 결과 결혼에 성공함으로써 결국은 음악가로서의 그의 장래는 망가뜨렸다는 자격지심 때문이다. 1960년 장면 정권 때 일본에 파견된 학생문화사절단 중에는 지금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정경화, 정명화 두 사람과 함께 피아노 트리오의 한사람이었던 게 바로 김경희였다. 그 이전에 벌써 서울 시향의 정기연주회에서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으로 무대에 섰었던 경험도 있었기에 일본에 같이 간 인연을 살려 매일 불러내서 보지 않고는 못 배기는 나의 구애작전에 넘어가지 않았다면 그는 연주가로서, 또는 음악교수로서 성공할 가능성을 충분히 갖추었던 셈이다.
정씨 자매의 줄리아드 유학시점에서 아내의 아버님은 남 기자와 교제를 끊으면 미국 유학을 시켜주시겠다고 회유책을 쓰셨지만 그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고 결혼한 지 얼마 안되어 장모님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자기 집에서 대주는 공부의 기회는 영영 사라져버린 것이다. 필자가 하와이 대학 교수시절 아내는 음악 석사과정에 들어갔지만 셋째 아이가 생기는 바람에 중도파산을 했고 노폭 주립대학 음악과에서도 석사과정을 밟다가 메릴랜드로 이사오게 되어 그나마 끝을 보지 못한 채 또 넷째 아이까지 낳게 되었으니 아내의 처녀 적 꿈이 나 때문에 망가졌다고 하는 것이 헛소리가 아니다.
조수미씨의 최근 독창회를 보고 역시 음악가로 대성하자면 여러 가지 요건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도 정명훈 씨와 그의 두 누님 뒷바라지를 하신 헌신적인 부모님의 역할 비슷하게 부모님들의 열성과 재력 후원이 있었던 것 같다. 어려서부터 하루에 피아노 치는 연습을 8시간 이상 시켰다는 것이고 1962년생이니까 한국 전체가 가난하게 살던 시절 성악 레슨, 피아노 레슨을 따로 따로 시킬 수 있었고, 또 서울음대 재학 중 이태리로 유학을 보낼 수 있는 집안이면 얼마나 풍족한 집안이었던지 짐작이 된다. 물론 본인이 타고난 목소리가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지만 스승들이 없었으면 제대로 발전이 안 될 것이며 또 끊임없는 연마가 없으면 콜로라추어 소프라노로 인기를 지속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로마에 있는 그의 집 식구라고는 일하는 사람들 빼놓고는 세 마리 개라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자가 소위 세계적인 음악인으로서 무대생활을 성공적으로 하려면 미혼 아니면 기혼이더라도 아이가 많아서는 어렵다는 점이다. 19세기의 유명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클라라 슈만 같이 아이들이 8명이라면 연주생활이 성공적이어서 아이들을 길러줄 보모들이나 하녀들 쯤은 있어야 될 것이다.
조수미씨의 성공은 정말 대단하다. 오페라 가수로 데뷔한 이래 20년 동안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페라 하우스에 출연했던 경험에 더해 세계 방방곡곡에서 수많은 독창회를 열었고 CD만도 48개 이상이란다. 그중 하나는 70만개 이상 팔렸다니까 조씨는 이미 억만장자 아니면 적어도 천만장자 반열에 올랐을 것이다.
야후 닷 컴에서 SUMI JO를 찍어보았더니 12만개 이상의 글들이 등재되어 있단다. Google에는 50만개 이상이고. 그 중 몇 개를 읽어보고 안 내용을 소개해본다.
일년에 집에 있는 기간은 고작 두 달이고 열 달은 연주여행이나 CD 취입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한번 연주회 때 받는 돈은 10만 불이니까 이번 북미 순회공연에서 60만 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 달에 두세 번 공연한다 치면 얼마나 경제적인 성공을 거둔 사람인지 금방 알게 된다.
그런데 조수미씨만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한국사람 특유의 지나친 자화자찬은 좀 생각해볼 문제다. 그를 발견했다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한 말이라고는 하지만 ‘a voice from heaven’을 ‘신이 내린 소리’로, 특히 자기자신 웹사이트 표어로 계속 쓴다는 것은 좀 심하다는 생각이다. ‘세계 정상의 성악가’라는 말도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프리마 돈나’와 함께 한국 특유의 ‘최고병’의 발로가 아닌가 한다. 최근 뉴욕 타임스의 평 중 서론만 소개한다. “진취적이라고나 할까. 당신이 뛰어난 경력을 가진 오페라 가수인데 뉴욕에서는 한동안 했었던 것처럼 노래할 기회가 없다. 당신은 무대 데뷔 20주년을 기념하고자 하는데 아무도 서둘러 그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당신은 심지어 지난달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열린 (총지배인) 조셉 볼프의 퇴직 축하공연 때 노래할 기회도 없었다. 어찌할 것인가? 만약 당신 콜로라추어 소프라노 조수미라면 카네기 홀을 빌려 당신 자신의 파티를 열 것이다.”
<남선우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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