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집값이 크게 뛰는 바람에 대다수 서민들에게는 LA에서 주거하는 비용이 더욱 가중됐다. 이런 사정은 앞으로도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
집값 뛰고 렌트 올라 서민들 LA 사는 비용 ‘위협적’
인구는 늘고, 집 지을 땅은 없고, 건축비는 오르고
장기적으로 집값도 안내려 주거 사정 앞으로도 ‘난망’
LA를 비롯 남가주 일원의 집값이 수년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있다. 집을 가진 사람에게는 주택가 앙등이 돈벼락을 맞게 하는 행운이었지만 그 이외의 사람에게는 내집 마련의 꿈을 더욱 멀리 밀어내고 주거비를 한층 죄는 고통으로 작용하고 있다. 집값도 도저히 살 수 없을 정도로 비쌀 뿐 더러 아파트 렌트도 생계에 큰 부담이 될 정도로 높아 LA에서의 거주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LA타임스는 최근 주택붐과 그로 인한 가격 앙등으로 더욱 어렵게 된 LA에서의 주거문제를 조명했다. 이 신문은 LA를 비롯한 남가주에서의 주택사정이 주택붐이 일기 전보다 훨씬 악화됐으며 앞으로도 주거문제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상존하기 때문에 민간과 정부의 획기적인 노력이 없는 한 조기에 개선될 가능성은 없다고 내다봤다.
LA일원의 주거문제를 악화시키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기록적으로 높은 주택가격과 이로 인한 넘치는 주택 수요, 인구증가, 한계에 다다른 개발 가능한 택지, 치솟은 지가와 주택 건설비, 그리고 정부의 주택건설 관련 각종 규제들이 한 묶음이 돼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주택개발회사인 시티뷰의 헨리 시스네로스 회장은 “2000년에 모습을 드러냈던 문제들이 지금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말한다.
주거문제는 이젠 고질적인 질환이 된 것이다. 최근 악화된 주택 사정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계층은 중간소득계층이다. 예전 같으면 집을 마련할 법도 하건만 이젠 극도로 오른 주택가격과 제한된 공급으로 인해 집을 살 엄두도 못내게 됐다.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LA시장은 주택개발을 위한 적절한 투자 및 개발 계획 부재가 문제를 심화시켰다고 말한다.
LA카운티에서 중간 평균 가격의 주택을 살 수 있는 주민은 고작 12%. 나머지 대다수는 집을 살 형편이 도저히 안 된다. 지난 2000년 여름에만 해도 38%가 집을 살 형편이 됐던 것과는 달리 주택 구매 능력이 현격하게 악화됐다.
원인은 물론 천정부지로 솟은 집값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중간 주택 가격은 2000년 4월 20만1천달러에서 2006년 4월 48만5천달러로 치솟았고 LA카운티에서는 같은 기간 19만5천달러에서 50만8천달러로 앙등했다. 오렌지 카운티에서는 26만2천달러가 62만8천달러로 솟았다.
◆앞으로도 내집 마련 어렵다
이런 사정은 앞으로도 변화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즉 집값이 크게 내려가 집 사기가 쉬워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2년 동안 집값이 대폭 하락한 경우는 단 한번 밖에 없었다. 1990년부터 1996년 사이였는데 이 때는 LA지역 산업의 근간이었던 국방 산업이 대거 이탈하면서 고용이 극도로 위축됐었다.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였다. “그렇다면 지속적인 주택가격 하락은 매우 드물다고 볼 수 있으며 앞으로 집값은 떨어지지 않고 여전히 비쌀 것이며 주택사정은 거의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칼폴리 포모나 재정및부동산 교수 마이클 카니는 말한다.
주택 수요과 가격을 급하게 끌어올린 원인인 초저금리는 이젠 오름세로 방향을 틀었지만 다른 요인은 여전하다.
▼ 인구 증가: 2000년 4월부터 2005년 7월 사이 사망과 출생을 감안한 자연적 인구 증가가 156만, 외국으로 부터의 이민자 증가가 142만명이다. 캘리포니아에서 다른 주로 빠져난 순유출인구가 늘긴 했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캘리포니아 인구는 1700만명으로 불어났고, 매년 20만내지 30만명이 늘고 있다.
▼한계에 다다른 개발 가능 대지: 인구 증가에 반해 남가주에서 개발가능한 땅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오렌지카운티의 경우 에이커당 땅값이 100만 달러내지 200만 달러를 호가하나 그나마 나오기 무섭게 없어진다. 주택 및 아파트 신축 허가는 지난해 7200여건으로 지난 2000년 1만2천여건 보다 크게 줄었다. 집 지을 땅 자체가 없다는 것이 허가가 줄어든 주원인이다.
남가주에서 거의 유일하게 집 지을 땅이 남아있는 곳은 리버사이드. 이곳에서는 지난해 크게 늘어난 3만4천 채 허가가 발급됐지만 남가주 일원의 주택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어림없다.
▼치솟는 지가와 건설비: 한 주택 건설업체 사장의 말. “랜초쿠카몽가나 온타리오의 허허벌판에서 집 한 채 지을 땅이 1만내지 1만5천달러면 큰돈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3만5천내지 5만 달러는 줘야 한다”
▼어려워진 주택 허가: 주택건설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집 가까이에 새 주택 단지가 들어서는 것은 반대하는 여론과 정부의 느려 터진 허가 절차가 주택 공급에 애로를 발생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지방정부의 학교, 하수도 등 시설 개선과 인프라 건설을 위한 수수료도 큰 부담이다. 새로 건설되는 커뮤니티에서는 2002년 이후 허가비용이 두배나 뛰어 주택이나 아파트 한 채당 평균 5만내지 7만달러를 내야 한다고 건설업자들은 불평이다.
▼서민주택 건설 부족: 중간 가격대의 서민을 위한 주택이 많이 지어져야 하지만 정작 건설업자들이 이익이 많은 고가 럭서리 주택 건설을 선호한다. LA다운타운에서 역사적 고층 건물을 주거용으로 개조했지만 고가의 럭서리 콘도라 서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에는 도움이 못된다.
◆개선될 가능성은?
그러나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건설업계는 강조한다.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다양한 가격대의 주택 건설이 이미 시작됐다. 남가주 7개 카운티에서 지난 2000년 7만3천 유닛이 허가 됐는데 2005년에는 10만6천채의 신축허가가 나왔다.
도심 인구 밀집 지역에 조밀형 주택을 증설하거나 타용도 건물을 주거용으로 개축하는 방안은 주거 문제를 해소하는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업계나 정부, 학계는 지적한다.
윌셔가와 헐리웃, 다운타운 LA, 애너하임, 풀러턴, 인랜드 왕국에서 건설되고 있는 조밀형 주거개발이 좋은 예다.
이런 노력과 움직임은 고무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다수의 주민들이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주거문제를 크게 개선시켜주지는 못한다.
한정된 수입으로 그나마 양질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장거리 통근을 감수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고가의 주거비를 부담해야 한다.
베이비부머들의 자식 세대들은 지금보다 더 심각한 주거사정에 고통받아야 할 것이다.
할리웃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테일러 스티븐(25)과 보이프렌드 니콜라스 바거(23). 월 1500달러 아파트 렌트는 이들 총 수입의 거의 50%를 차지한다. 집을 살 생각은 지금은 엄두도 못 낸다. “십년뒤가 되면 어떨지 모르겠다”고 말하지만 자신들도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케빈 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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