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길게 보는 쪽과 시간이 별로 없다고 보는 쪽의 갈림길은 확실하다. 오후 6시에 퇴근, 프리스쿨에서 아이를 픽업하는 엄마. 아이는 신발 끈을 매지 못하고 자꾸 꾸물대고 있다. 집에 가서 저녁을 지어야 하는 마음이 조급한 엄마는 얼른 아이의 신발 끈을 대신 매어주려고 허리를 굽힌다. 이때 선생이 옆에서 말린다. “어머니, 기다리십시오. 시간이 걸려도 아이가 직접 하도록...” 우리 부모들은 ‘시간이 없는 관계로’ 너무 많이 아이들의 인생여정에 개입하고 돌진하여 선두지휘하고 그들을 휘두르고 있다. 마치 인생을 대신 살아줄 것처럼. 이에 대해 ‘페어런팅’ 최근호는 전문가의 말을 빌려 ‘자신감을 심어주려면 아이 스스로 하게 하라’고 호소하고 있다.
자꾸 대신 해주다보면 독립심 집중력 키울기회 없어
할수 있는것 “못하겠다” 떼쓸땐 약간의 강제도 필요
전화벨은 울려대고 갓난쟁이는 먹거리가 급하다고 앙앙 울어대고 애완견은 볼일을 보려는지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는 시늉으로 갓 리모델링한 프렌치 도어를 박박 긁어대고 있는 상황에서 프리스쿨러가 셔츠 단추를 못 끼워 낑낑대고 있다면 대부분의 엄마들은 인내심을 잃게 된다. 아이의 셔츠 단추를 얼른 끼워주며 “지금 몇 살인데 아직 단추 하나를 제대로 못 끼우니 ? 이렇게 해야지. 어이구!” 꿀밤이라도 한 대 날릴 기색이다. 매일 급하다는 핑계로 아이에게 단추를 직접 끼워볼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줘보지도 않고서.
이런 식으로 부모가 아이의 역할을 대신해주면서 먹이고 입히고 재워서 학령기가 되면 학교에 보낸 후 공부 잘하라고 튜더 대고 학원 보내면서 또 아이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뺑뺑이를 돌린다. 아동심리발달 전문가들은 이런 식으로 자란 아이들은 겉보기는 멀쩡하고 공부도 잘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내심 스스로 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갓 태어나서는 아빠, 엄마를 보고 벙긋 벙긋 웃어주는 것이 아이 의무의 전부이지만 아이는 자라면서 자신의 연령에 맞는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고 또 그 일을 스스로 하면서 독립심, 집중력, 조정력, 질서를 배우게 된다고 터프트대학 아동학과 교수 프레드 로스바움 박사는 말하고 있다.
아이가 유아시절부터 놀고 난 장난감 치우고, 스스로 옷 입고, 이 닦고, 침대정리 하는 등의 사소한 일상은 나중에 학교에서 배우고 학습하고 스스로 공부하는 것과 아주 밀접한 상관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
■아이 감각에 의해 재구성하고 번역할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
아이의 시각과 감각은 어른과 다르다. 오려붙여 놓은 작품이 가위질이 서툴러 삐뚤빼뚤해도 이를 예술로 볼 수 있는 어른의 마음 밭이 필요하다. 급하다고 가위질을 대신 해주지 말라는 말이다. 아이의 세계는 널널한 것이 시간이므로 조급할 필요 없다. 부모의 시간에 대한 인식변화가 먼저 일어나야 한다.
■준비가 됐다고 판단되면 관철한다.
스스로 옷을 입을 수 있으면 비상시를 제외하곤 도와주지 않는다. 아이가 할 수 있는 대도 스스로 옷 입기를 거부한다면 “옷 입지 않으면 공원에 못 간다”는 식으로 약간 위협을 가해서라도 초지를 관철시킨다. 중도에 후퇴하거나 퇴각하면 부모가 조정권을 잃게 된다.
■아이가 직접 할 수 있도록 가구, 냉장고 안 등을 다시 배치한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아이 간식은 냉장고 제일 낮은 선반에 놓아서 스스로 꺼낼 수 있도록 하고 커보드 내의 아이 컵도 스툴에 올라가면 키가 닿을 수 있는 곳에 놓아두는 식으로 살림살이의 무게중심을 아이위주로 재 정돈한다.
■선택에 제한을 둔다.
아이의 가시권은 어른보다 좁다. “장난감을 치울래? 아니면 종이와 크레용을 원위치 시킬래?”라는 식으로 두 세가지중 한 가지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방 치워!” 이렇게 말하면 아이는 아무 것도 안 해도 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엄마가 항상 도와줄 수 있다는 암시를 둔다. 그러나 그 것도 아이가 요청할 때에 한해서.
■감독을 철저히 한다.
이 부분은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다. 꾸물대는 것 보느니 차라리 내가 하는 것이 낫지. 대부분의 어른들 생각이다. 그러나 아이의 행동을 객관화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일러주고 언제까지 해야 한다고 기억시켜 주고 자극도 주고 채근도 해야 한다. 어른이 하면 몇 분이면 끝낼 일을 아이에게 이 과정을 다 거쳐서 가르치려면 주름생기고 검은머리 파뿌리가 된다. 하지만 거쳐야 하는 과정을 건너뛰면 나중에 부메랑이 되어 다시 돌아와서 더 큰 무게로 앞에 놓이게 될지도 모른다.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육아는 도 닦는 과정이고 인내심의 한계를 테스트하는 풀무 불이다. 부모로서의 사생활을 탈환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참고 기다리고 아이 스스로 하나하나 매스터 할 수 있을 때까지 인내해야 한다. 그리고 그 날은 도둑처럼 소리 없이 어느 날 도래할 것이다.
연령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
연령별로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2세
어설프나마 테이블과 창문을 닦을 수 있다. 냉장고의 낮은 선반에서 시피 컵을 꺼낼 수 있고 양말, 윗도리, 바지를 입을 수 있다. 장난감을 바구니에 가져다 넣을 수 있다.
◆ 3세
작은 손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사용할 수 있다. 많이 쏟지 않고도 음료를 따를 수 있으며(스폰지 대기는 필요하다) 큰 단추를 채우기도 한다. 바나나를 자르거나 크래커에 크림을 바를 수 있다.
◆ 4세
바닥 쓸기와 물 따르기가 한층 세련되어진다. 테이블, 의자, 마무바닥, 선반의 먼지를 닦을 수 있다. 옷 입을 때 작은 단추, 똑딱 단추, 가끔은 지퍼까지 다룰 수 있다. 식사 시간에는 오이, 사과, 당근 등을 감독 하에 자를 수 있고 냅킨을 접거나 상차리기를 도울 수 있다.
◆ 5세
지퍼를 다룰 줄 알며 신발 끈 매는 것을 배우는 시기이다. 때론 자신감이 넘쳐서 눈을 감은 채 우유를 따르거나 단추를 잠그는 것 등을 시도해보곤 한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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