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코앞인데 한인사회 정치학습 낙제점
지역구도 소속당도 모르는 유권자들 수두룩
후보선택 발의안찬반 등 한인회역할론 대두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데 메리 정 하야시 후보를 찍을 수 있습니까?”
“리버모어에 사는 주부인데 (선관위가 보내온 부재자투표용) 용지를 받았더니 그 후보(메리 정 하야시) 이름이 없어요. 어떻게 된 거에요?”
“아직 시민권을 따지 않았는데 투표할 수 있나요?”
“(내가 사는 곳이) 더블린이니까 지역구(제18지역구)는 맞는데 메리 정 (하야시) 후보 이름이 없어서 궁금해 알아보니 내가 공화당원으로 등록을 했더라고요. 지금이라도 (정당을) 바꿀 수 있어요?”
미 본토 한인여성 최초로 주하원의원직에 도전하는 메리 정 하야시 후보(민주당, 제18지역구) 등 한인사회에 도움이 될만한 후보들을 밀어주자는 취지에서 본보가 지난달 중순 대대적인 캠페인을 시작한 뒤로 본보 편집국과 취재진에 이같은 전화들이 심심찮게 걸려왔다.
이것이 바로 북가주 등 재미 한인사회 정치학습 현주소다.
많은 한인들이 막연하게 정치력 신장을 외치면서도 그 첫걸음인 유권자등록조차 등한시하고, 설사 했더라도 투표에서 기권하기 일쑤다. 5•31 지방선거 등 한국에서 실시되는 온갖 선거는 물론 정치권 가십거리까지 꼬치꼬치 챙기면서도 정작 미국 정치에 대해서는 ‘보장된 내 한표’까지 포기하며 나몰라라 일관해온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투표방법 이전에 유권자등록방법을 아는 사람도 드물고, 자신이 속한 지역구나 정당까지 헷갈리고, 어느 자리에 누가 출마하는지, 어떤 발의안에 투표에 회부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최근 몇년간 각종선거 한인유권자 참여현황은 한인사회의 정치적 미몽상태가 얼마가 심각했던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본보를 통해 여러차레 소개된 대로 메리 정 하야시 후보가 출마하는 제18지역구의 경우, 한인유권자가 적어도 2,000명 이상으로 파악되고 있는데도 2년 전 예비선거 투표자는 불과 38명(메리 정 하야시 후보 선거본부 집계. 주정부의 주무부서인 총무처 선거관리국은 인종별 민족별 통계를 공식발표하지 않는다)으로 나타났다. 또 윤석기 오클랜드시 예산담당 커미셔너에 따르면, 4년 전 선거에서 코리아타운 후보1번지가 포함된 오클랜드지역 한인투표자가 약 150명밖에 안됐다. 지난해 가을 오클랜드시 교육위원 보궐선거 당시 한 후보캠프 코디네이터는 “한인들이 많은 줄 알았는데 유권자가 200명도 안되고 투표자 숫자는 파악조차 안된다”며 한인대상 선거운동을 사실상 포기했었다.
“이제는 달라지고 있고 달라져야 한다.”
본보 31일자 A1면에 한인사회가 기나긴 정치적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것과 때맞춰 주류정치무대를 노크하는 타커뮤니티 후보들이 한인사회 무시태도를 서서히 벗어던지고 한인표밭갈이에 나서고 있다는 보도가 나간 뒤 “이번 기회에 한인사회 정치역량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모두들 각성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힘을 얻고 있다.
SF한인회(회장 김홍익) 의뢰로 메리 정 하야시 후보에 대한 한인사회 공동선대본부장 격으로 물밑캠페인에 앞장서온 이정순 전 한인회장과 이제남 전 평통간사은 “업소록을 뒤져가며 아는 사람들 모르는 사람들에게 전화하고 이메일을 보내고 하는데 아무래도 조직이 안돼 있다보니 힘에 부친다”고 실토했다. 지난달 초 민주당 주지사후보경선에 나서는 필 앤젤리데스 후원회에 참석했던 제이슨 김 유니온자동차 부사장도 “우리몫을 찾으려면 선거때 제목소리를 내야 되는데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투표방법도 모르면서 어떻게 (제목소리를) 내느냐”며 “한인회가 정치위원회 같은 조직을 둬서 유권자들의 선택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홍익 한인회장은 “(한인회가) 정치활동을 할 수 없는 조직이라 공식적으로 그럴 수는 없지만, 축제 등 행사준비나 진행은 문화원에 넘겨주고 한인회는 정치문제 법률문제 같은 것에 집중하는 것이 한인사회에 더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미 몇사람들과 그런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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