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가주한인 문학동네 사람들 ‘해외동포문학선집’ 자축모임
28일 저녁 오소미 SF한문협 회장대행 자택
북미지역 동포작가 시소설 담은 6권 세상빛
김종회 교수 “우리말 지킴이 우리글 다듬이 노력에 감사…
수필 등 다른 장르, 중국 등 다른 지역 포함해 추가 출간 ”
대관령 저 밑으로 구멍(터널)이 뻥 뚫렸다. 꽉 막힌 찻길도 뻥 뚫렸다. 찻길보다 더 막혔던 보통사람 보통가슴 묵은 체증도 확 풀렸다. 좋아라 손뼉을 치고 신난다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시인들은 소설가들은 수필가들은, 마침내 문학동네 사람들 가슴은 되레 막혀버린 모양이다. 고개를 가로젓고 얼굴을 모로틀었다. 무지개로 둥지를 짓고 구름으로 다리를 엮는 별난 상상력의 소유자들이 거꾸로 가는 까닭은….
샌프란시스코한국문학인협회(회장 신예선) 주최 제9회 문학캠프에 특별강사로 초빙된 문학평론가 김종회 교수(경희대)가 몬트레이 한귀퉁이 퍼시픽그로브에서의 2박3일 문학캠프 마지막 밤(27일) 그 이유 한자락을 풀어놓았다. SF금문공원에서 열린 민속축제 공연을 마치고 특별한 추억만들기를 위해 밤길 더듬어 그곳을 찾은 강릉단오제 관노가면극팀을 보자 문득 생각난 듯, 대관령 참맛은 구비구비 아흔아홉 고개를 돌고 돌고 오르고 올라 그 꼭대기에서 발 아래로 눈 앞으로 펼쳐지는 동해바다 푸른물을, 오목조목 강릉 시가지를 보는 그것이라고 되뇌이며, 즉석에서 너울너울 모닥불을 장단삼아 시 한수를 읊었다.
“머리 허옇토록 늙으신 어머니 강릉에 계시는데/ 서울 향해 홀로 떠나가는 마음이여/ 고개를 북촌으로 돌려 때때로 바라보니/ 흰구름 날아내리는 저녁산은 푸르기만 하구나.” <얼추 500년 전 신사임당(1504-1551)이 다섯살배기 아들(율곡 이이, 1536-1584)을 데리고 시댁을 향해 그 고개를 넘다 되돌아보며 지은 ‘대관령을 밟으며 친정을 바라보다(踰大關嶺望親庭)’>.
그렇다. 깜박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눈을 지니고 전연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듣는 귀를 가진 문학동네 사람들은, 넘을 때는 비록 숨이 콱 막혔을지언정 그래서 눈물까지 흘렸을지언정, 돌아서면 금방 그 추억에 이끌려 울고넘던 그 고개를 또 찾는다. 그런 감성의 소유자들이 1년만에 모였는데 2박3일 만남으로 희망이 족할까 마침표가 찍힐까. 바닷가 숲속에서 지펴진 북가주한인 문학동네 모임은 28일 ‘눈이 큰 아이’ 오소미 회장대행의 꽃대궐 저택(길로이 소재)으로 옮겨졌다.
자연나이 일흔, 문단데뷔 40년, 타고난 몸집이 작아 안그래도 가벼운데 세월을 타고 담배에 쩔고 고독에 씻겨 잘 마른 짚뭇처럼 가벼워진 신예선 회장이 ‘아주 오래된 소녀’로 되돌아가 앞장을 섰다. 때로는 자상하게 때로는 근엄하게 학생들을 다독거리고 휘어잡는 이경이 교장(상항한국학교)과 김복숙 교장(산호제한국학교)도 과거행 타임머신을 타고 소녀학생이 되어 뒤를 따랐다. 발라드 트로트 가림없이 노래솜씨 일품인 신수진 수필가도, 좀체 들뜨지 않고 늘 낮은 음자리 목소리로 소곤소곤 말하는 홍인숙 시인도, 어찌어찌 단돈 23불밖에 없었지만 새크라멘토 어느 모임에서 오라는 기별을 받고 기름값 생각도 안하고 댓바람에 달려갔던 이미지 시인-이명수 화백 부부도….
문학캠프 떨이를 겸한 이날 모임은 김종회 교수로부터 4년 산고끝에 지난 연말 세상빛을 본 문화관광부 후원 해외동포문학선집 1차분 6권(미국 캐나다지역 시3권 소설3권, 편집위원 김종회 교수 등 3명, 작품선정위원 신예선 소설가 등 6명)의 탄생이야기를 듣고 거기에 작품을 올린 북가주 작가들이 인간의 향기와 문학의 향기를 더 나누기 위한 자리었다. 낮이면 만만하게 여겼다가 밤이면 된통 당하기 쉬운 바닷가 찬바람에, 날새는 줄 모르고 이어진 술 권하는 이야기잔치에, 더 멀리는 서울로 남가주로 북가주로 치달은 강행군에, 벌겋게 익은 얼굴에다 약간 코맹맹이 소리까지 한 김 교수는 “문학성이니 수준이니 하는 것을 떠나서 모국어로 작품활동을 하고계신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고 운을 뗀 뒤 “앞으로 길림성 등 중국동포문학,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옛소련권 고려인문학, 재일동포문학, 북한동포문학을 차례로 더듬고 수필도 포함해 우선 24권 1질 분량을 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기존의 4년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4년 더 연장하려고 문광부쪽과 얘기가 오가고 있다”며 “잘 되려면 ‘샌프란시스코한국문학’(SF한문협 작품모음집 이름)처럼 이렇게 실적이 있어야 된다”고 북가주한인 문학동네 사람들의 그동안 노력을 다독이고 앞으로의 더욱 분발을 기대했다.
1차분 6권에 작품을 올린 북가주 한인작가는 소설부문에 신예선 회장 등 4명, 시 부문에 홍인숙 정은숙 오소미 김복숙 정현 현원영 회원 등 18명이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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