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5.1이닝 3실점 호투로 시즌 3승
715 for BB
3 for BK
김병현(콜로라도 로키스)이 배리 본즈에게 베이브 루스의 기록을 깨는 역사적인 홈런 한방을 맞았다. 대기록의 ‘희생양’이 됐다. 그러나 전체적인 투구 내용은 좋아 시즌 3승째를 따냈다.
김병현은 28일 AT&T팍에서 벌어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5.1이닝을 6안타 3실점(3자책)으로 막아내고 승리 투수가 됐다.
하지만 이보다 더 부각된 것은 피홈런. 김병현은 이날 본즈에게 메이저리그 개인 통산 홈런 단독 2위에 오르는 715호 홈런을 허용했다.
지난 86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데뷔한 이후 21시즌만의 금자탑이다. 본즈는 또 통산 홈런 신기록 보유자인 행크 아론(755개)과 간격을 40개 차로 좁혀 선수 생활을 연장한다면 최다기록 경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김병현은 이날 경기 전까지 본즈와의 14차례 대결에서 볼넷 5개를 내줬지만 안타 1개를 맞지 않았다. 3회까지 선두타자를 내보내고도 삼진 1개를 곁들이며 병살타로 유도해 무실점 행진을 펼친 김병현은 4회 스스로 1타점 적시타를 때리는 등 팀타선이 6점을 뽑아 기선을 잡았다.
그러나 김병현은 6-0으로 크게 앞선 4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 두 번째 타석에 오른 본즈와 풀카운트 대결 끝에 6구째 바깥쪽 직구를 통타 당해 2점 홈런을 허용했다.
경기 후 대기록의 희생양답지 않게 김병현은 여유가 넘쳤다. 소속팀 로키스가 6-3으로 이겨 5연패를 끊은 데다 자신도 시즌 3승에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홈런은 야구경기의 일부분일 뿐이다.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나중에 내 아들이 이날 홈런 장면을 보면서 ‘아빠가 TV에 나왔다’고 하면 ‘오케이’라고 말해줄 것이다”라고 오히려 미국 기자들을 상대로 농담까지 했다.
“4회초에 우리 팀이 한꺼번에 6점을 뽑아 6-0으로 앞서자 (김)선우형이 ‘구원투수들이 부담 느끼지 않게 홈런 한 개 줘라’고 농담을 했다. 내가 그만 하라고 했지만 선우형은 저녁을 열 번, 아니 스무 번이나 사겠다며 계속 놀렸다. 농담대로 됐으니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다”라는 김병현의 말에 김선우는 “병현이가 본즈를 거르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정면 승부를 하라고 말했을 뿐이다”고 변명을 늘어놓았다. <백두현 기자>
김병현을 상대로 통산 715호 홈런을 때린 배리 본즈(왼쪽)가 동료의 박수를 받으며 베이스를 돌고있다.
찬호·병현
‘본즈 도우미’
배리 본즈(41·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홈런포로 메이저리그의 새 역사를 아로 새길 때 결정적인 순간 그를 도왔던 이들은 박찬호(샌디에고 파드레스)와 김병현(콜로라도 로키스)이었다.
본즈가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 신기록(73개)을 세울 시절이던 2001년 10월6일 AT&T팍에서 열린 경기에서 당시 LA 다저스 소속이었던 박찬호가 1회와 3회 각각 우중월, 중월 솔로포를 허용하며 71호와 72호 홈런을 연달아 내준데 이어 28일에는 김병현이 같은 장소에서 본즈에게 통산 715번째 홈런을 허용, 야구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김병현은 본즈에게 홈런을 맞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421번째 투수로 기록됐다.
김병현의 경우 이 전까지 본즈를 상대로 볼넷 5개를 내줬을 뿐 9타수에 안타를 한 개도 맞지 않았고 이날 홈런도 철저히 잡아 당기는 본즈가 이례적으로 바깥쪽 공을 밀어서 홈런을 쳤다는 점에서 “공교롭다”는 표현이 어울릴 듯하다.
하지만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은 홈런과 관련 된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명장면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박찬호는 2001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그해 은퇴를 선언한 ‘철인’ 칼 립킨 주니어(전 볼티모어)에게 ‘고별 홈런’을 내주기도 했다.
김병현 역시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을 때 뉴욕 양키스와 4, 5차전에서 티노 마르티네스, 데릭 지터, 스캇 브로셔스 등에게 연속으로 동점, 역전 홈런을 얻어 맞아 메이저리그 팬들의 뇌리에 깊게 각인된 바 있다.
그러나 안 좋은 기억만 있던 건 아니다. 김병현은 2002년 공 9개로 세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 역대 내셔널리그 23번째 진기록을 세우며 레코드북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김병현이 홈런을 친 배리 본즈가 베이스를 도는 동안 마운드에 서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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