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 연루 말고 브로커에 속지 말고…”


“마켓에서 병김치를 사들고 낑낑대며 버스정류장으로 걸아가다 놓치는 바람에 그만 깨지고 말았다. 땅바닥에 쪼그려앉아 냄새 펄펄 나는 김치를, 조각난 유리병을 쓸어담으며 울었다. 그놈의 불체자만 아니라면 면허를 따고 차를 사고, 그러면 이 고생 안하고 그 차를 몰고 마켓나들이를 할 수 있었을텐데…”(어느 불체자의 고백)
합법체류자라고 김치병을 안놓치랴. 그러나, 겉으로는 아무일이 없는데 속으로는 무슨일이 있는 것처럼 늘 가위눌린 듯한 불체자들의 눈물샘은 그런 별것 아닌 일로도 요동을 친다. 본보 25일자 A1면과 10면에 소개된 박영순(가명•여•50) 씨 말고도 한숨짓고 가슴졸이며 하루하루 넘겨가는 불체자들은 세고 셌다.
공식통계는 없지만, 불체자들에다 체류신분은 합법이되 끼니를 때우기 위해 학비를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죽어라 일하고 몰래몰래 품삯을 받는 불법취업자들까지 합치면 북가주 한인사회에 줄잡아 서너명 짜게 쳐도 대여섯명 가운데 한명은 될 것이라고 한다.
기막힌 사연들도 가지가지다. 이제나 저제나 볕들날을 기다려왔건만, 불법체류자는 물론 고용주까지 처벌할 것이라는 등 요즘 돌아가는 형국은 이들의 마음을 더욱 옥죄고 있다. 그렇다면 불체자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땅도 골라 딛고 숨마저 골라 쉬며 죽은 듯이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그럴 것까지는 없다. 그런다고 달라질 것도 없다.”이민전문 변호사들은 “하루하루 들려오는 암울한 뉴스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고 평소와 마찬가지로 남들과 마찬가지로 일상생활은 담담하게 유지하라”고 조언한다. 다음은 알렉스 박 변호사(사진)가 지적한 불체자 유의사항.
형사사건에 연루되지 마라. 경찰을 부를 정도 혹은 경찰이 출동할 정도의 사소한 시비나 싸움도 삼가야 한다. 특히 가정폭력이나 1년이상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폭행, 피해액 1만달러 이상의 사기 등 형사사건에 휘말려 적발되면 한마디로 길이 막힌다. 이 경우 자동적으로 이민국(INS)에 피의자의 신분이 통보되고 해당자는 보석신청도 불가능해지며 징역 벌금 등 살 것 다 살 고 낼 것 다 낸 뒤에 애리조나주 플로렌스의 불체자 수용소로 이송돼 추방재판을 통해 십중팔구 쫓겨나게 된다. 여기에 해당되는 형사범죄는 마약판매, 강간, 살인, 방화, 흉기사용 폭력행사, 대절도, 매춘, 돈세탁, 불법총기소지, 폭탄물소지, 스파이행위 등 안보법위반 등이다. 캐나다나 멕시코 국경 등을 통한 불법밀입국자들도 마찬가지다.
브로커들 농간에 속지 마라. 아무리 홍보를 해도 수없이 피해사례들이 보도돼도 브로커들 농간에 속아넘어가는 불체자들이 의외로 많다. 몇천불만 혹은 몇만불만 내면 소셜시큐리티넘버(SSN)를 받을 수 있게 해준다거나 심할 경우 영주권까지 만들어준다는 브로커들이 한인사회 곳곳에 독버섯처럼 횡행하고 있다. 가짜ID를 소지하고 있거나 그것을 행사하다 걸리면, 가벼운 잘못으로 걸려도 중범죄 형사범과 같은 취급을 받게 된다. 브로커들이 해주는 가짜SS카드사용, 가짜출입국사인, 위증죄를 저지른 사실이 탄로나면 설사 영주권을 받은 뒤라도 영주권이 박탈되고 추방된다.
예비ID를 만들어라. 신분증이 오직 운전면허증 한가지뿐인 불체자들이 많다. 그러다 사고를 내 압수당한 경우 자신을 증명할 길이 없어져 고생하는 수가 있다. 만일에 대비해 DMV에서 발급하는 캘리포니아ID(불체자도 가능) 등 복수ID를 갖춰야 한다.
공식적인 체류흔적을 남겨라. 숨어사는데 흔적을 남기라니? 앞서의 예비ID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체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차량할부금을 낸다든지 주택융자금을 갚는다든지 택스ID를 이용해 세금을 꼬박꼬박 낸다든지 자신이 실제로 일정기간 미국에 체류했음을 공신력있는 서류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언젠가 불체자 사면특혜가 주어질 때 체류근거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신분노출 두렵다고 이마저 안하면(인력 등 여러가지 여건상 투망식 일제단속은 사실상 어렵다) 사면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