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전 여권신청등 난감한 경우도
해외 주재 영사의 업무 중 가장 우선적인 것은 ‘자국민 보호’다. 주시카고 총영사관도 마찬가지. 각종 민원업무 처리에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이지만 영사를 필요로 할 경우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음은 시카고 총영사관이 전하는 몇가지 민원사례들이다.
▲사례1: 몇개월전 공항에서 음주후 난동을 부리다가 체포된 한인 P모씨. 추방에 그치지 않고 구속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 영사관은 일단 몸수색 등 인권침해 부분이 없었는지 확인하고 구속여부에 관해 공항측에 이의를 제기, 구류 결정을 철회하게 했다. 물론 P씨는 미국땅을 밟아보지도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이 정도도 매끄럽게 처리된 것이라는 게 영사관의 설명이다.
▲사례2: 적법하지 않은 비자를 갖고 들어와 입국시켜달라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다. 영사관에 따르면 입국 심사는 영사의 업무 영역이 아니라고 설명해도 막무가네였다고. 한국에서처럼 ‘떼를 쓰면 되겠지’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끔씩 있어 영사관이 곤란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혜정 영사는 이 경우 추방조치는 어쩔 수 없다해도 다른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사례3 : 시카고 총영사관은 한인 변호사들 중에서 법률자문관을 위촉, 교민들에게 법률 상식이나 간단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OPT 기간에 한국에 갈 수 있는지’ 여부를 물어왔던 K모씨도 이에 도움을 받은 경우. 영사관에서 알아본 결과, 관련 미국 법령은 매우 관대하지만 이민국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문제였다고 한다. 한편 K씨는 상담 과정에서 ‘영사가 그런 것도 모른다’며 면박을 주곤했는데 사실 법률 자문은 영사의 고유 업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영사관에서는 ‘도와주고 욕만 얻어먹었다’며 기막혀했다는 후문이다.
▲사례4: 영사관에 따르면 미주 한인들 중 여행갈 때 여권 만료기간을 확인 안하고 있다가 하루 전날 와서 여권 만들어내라는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원칙대로라면 거절해야 하지만 사정이 딱할 경우 퇴근도 미룬 채 인도적인 조치로 발급하기도 한다고. 영사관측은 안그래도 최근 방학을 맞아 여권과 비자 업무에 정신 없는 와중에 그런 요청이 있으면 매우 난감하다며 여행 준비 시 반드시 여권 기한을 확인하시라고 당부했다.
▲사례5: 3주전 30대 초반 여성 K씨는 시카고 경유 뉴욕향 비행기에 탑승했다가 오헤어공항에서 짐을 도둑 맞았다. 여권은 물론 돈도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경찰을 통해 연락, 영사관측은 공항에서 잔다는 K씨를 공관 직원의 집으로 데려가 재우고 다음날 공항까지 데려다줬다. 하지만 영사관에 따르면 나중에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어 직원들이 내심 실망했다는 후문이다. 안영사는 바라고 한 것은 아니지만 힘이 빠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사례6: 미국 시민권자인 한인 L씨는 억울한 일을 당했다며 영사관에 호소했다. 그는 인종 차별을 당했는데 관련 미국 오피스에서는 무성의로 일관하고 있다며 영사관에서 나서서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영사관측은 아무리 한인이라 해도 미 시민권자이기 때문에 한국영사관에서 관심을 가질 이유가 안되는 것이라며 영어가 미숙한 한인들이 비슷한 문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사실 우리도 많이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또 이런 경우엔 기본적인 정보만 제공하는 등 형식적인 최소한의 도움만 주고 돌려보낼 때가 대부분이라는 귀띔이다.
▲사례7: 같은 미 시민권자라 해도 입양 출신인 경우는 영사관에서 최대한 편의를 봐주곤 한다. 미조리주 스프링필드에 거주 중인 H씨도 그런 경우. 자신을 7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한인 여성이라고 소개한 그는 출생증명서가 필요해서 영사관을 찾았다. 그것 없이는 오피스에서 신분증을 발급해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알고 보니 양부모가 이혼한 뒤 이사를 많이 다니면서 어릴 적 서류를 모두 분실한데다가 얼마 전 집에 화재가 나는 바람에 있던 신분증도 소실된 상황. 그나마 기한 만료된 운전면허증이 있었지만 오피스에서는 한국 출생증명서가 없다면 본인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졸지에 ‘서류미비 이민자’와 같은 처지가 됐다고. 막막하던 차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카고 한국 총영사관에 연락, 20년전의 기록도 찾을 수 있는지 문의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영사관에서는 본국과 복지단체에 수소문, 결국 증빙서류를 찾은 뒤 출생증명서와 호적등본을 일단 팩스를 보내고 나중에 우편으로 원본까지 발송했다. 이와 관련, 안혜정 영사는 당시 서류를 찾았고 우편으로 보냈다는 결과를 알려줬는데 전화기 너머에선 한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울기만 하더라며 나중에 하는 말이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는데 너무나 고맙다. 지금까지 한국이 나를 버렸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나는 한국인이었다. 지금 한국말은 모두 잊었지만 고국을 다시 찾아가고 싶어졌다’고 해 안쓰러우면서도 뿌듯했던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영사관에서는 한국의 친부모를 찾거나 한국에 간 뒤 자기 뿌리나 근거 찾으려 하는 입양 한인에게는 최대한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봉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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