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들의 ‘사회성’
사람의 내면은 누군가와 맞닿아 있을 때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누군가와 함께 함으로써 마음에 쌓인 고단함이 사라지고 그럴 때 인생은 몹시 맑고, 푸른 사과처럼 감미로울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의 내면은 끊임없이 ‘누군가’를 찾아 헤맨다. 그 ‘누군가’를 필요로 하는 인간의 사회성은 모태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아기는 태어나기 전부터 엄마의 목소리를 다른 사람의 것과 구분할 줄 알고 태어나서는 물건보다 사람의 얼굴에, 그것도 표정에 가장 관심을 가지며 얼마 후엔 감정이입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상대의 감정을 내 것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감정이입도 말 못하는 아기 때부터 이미 시작한다니 인간의 사회성은 놀랍기만 하다. 아기의 사회성은 어떻게 개발되며 부모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걸음마 훨씬 전부터 ‘누군가와 맞닿고 싶은 욕구’ 꿈틀
눈 가리고 까꿍·가벼운 간지럼 등으로도 ‘사회성’ 키워져
부끄럼쟁이라면 비슷한 성향 소그룹에서 천천히 적응시키도록
아기의 첫 웃음을 본적이 있는가?
산고의 고통과 기저귀 갈고 젖 먹이느라 시달리던 불침번의 밤과 온갖 신산한 인생고를 한방에 날려버리던 그 해맑은 미소를!
아동발달 전문가들은 아기의 미소는 “나도 이제 사람 사는 세상으로 진입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탄이라고 말한다. 아기는 말하고 걷고 밤새워 춤추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말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을 귀띔한다. 쉬고 있을 때도, 움직이고 있을 때도, 그리고 보채고 칭얼대면서도 그들의 사회성은, 누군가와 맞닿고 싶은 욕구는 끊임없이 내달린다는 것이다. 이를 5월호 ‘페어런팅’지가 다뤘다.
■사회성은 본능이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 물건이 찍힌 사진과 사람의 얼굴이 찍힌 사진을 동시에 보여주면 아기는 사람의 얼굴에 훨씬 더 강한 관심을 보인다. 6주가 지나면 완전히 얼굴모양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특히 눈과 입에 관심을 집중시킨다.
생후 두 달이 되면 얼굴표정만 보고도 행복, 분노, 공포, 놀라움 등을 구분할 줄 알며 엄마가 웃으면 웃는 얼굴로 반응하고 아기 본인이 웃는데도 엄마가 웃지 않으면 당황하기도 한다. 6∼8개월이 되면 얼굴표정을 더 확연히 읽을 줄 알게 된다.
■아기는 잠시도 엄마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생후 하루가 지난 아기도 엄마 얼굴 사진과 낯선 이의 얼굴 사진을 구분할 줄 안다. 눈만 뜨면 엄마를 주시하는 아기의 눈동자, 이것만으로도 엄마들은 충분히 보상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아기의 사회성은 엄마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장난은 사회성을 발달시킨다.
아기와 함께 노는 눈 가리고 까꿍하는 Peekaboo놀이는 아이의 ‘별리의 고통’(Separation Anxiety)을 줄여줄 수 있는 한 방편이다. 엄마 아빠는 없어졌다가도 금방 나타날 수 있는 존재라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치지 않은 간지럼 태우기, 넌센스 대화 등도 아기의 사회성을 기를 수 있다. 아기의 어설픈 옹아리를 받아주면서 표정과 목소리와 웃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라는 스킨 터치로 대화를 하다보면 아기의 마음 밭도 쑥쑥 자라게 된다.
■엄마의 감정을 감지한다.
우정과 사귐을 경험하기 훨씬 이전부터 인간은 아기 때부터 초보적인 감정이입이 가능하다. 옆에서 다른 아기가 울 때 그 울음소리만 듣고도 따라 운다든지 그 눈물만 보고도 같이 우는 것 등이 여기에 속한다. 아기들은 울음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고 동정심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온 세상 사람이 모두 놀이상대이다.
특별히 내성적인 아기를 제외하고는 처음 대부분의 아기들은 감정이입 상대를 고르지 않는다. 자연그대로의 아기는 편견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수도 검침원, 우편배달부 심지어 옆집 강아지에게까지 아기는 마음을 열고 있다. 누구를 봐도, 무엇을 봐도 관심이 가는 것이면 방긋 방긋 웃어댄다. 특히 아기는 웃는 얼굴에 관심이 많아 누가 자신을 보고 웃어주기라도 하면 부처님 같은 환한 미소로 응답하곤 한다.
■나중에는 엄마 아빠에게로만 관심이 쏠린다.
온 세상을 향하던 아기의 관심은 7개월이 되면서는 엄마 아빠에게로 집중된다. 낯가림이 시작되고 데이케어에 떼어놓고 오는 것이 전쟁이 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친절한 할머니마저 따돌리면서 오직 엄마 아빠에게만 매달려야 마음이 편한 시기라 세상을 향해 벙긋 벙긋 웃어대던 미소도 사라지고 헤어짐의 고뇌에 가슴앓이를 하기 시작한다. 낯가림은 첫 돌 무렵 절정에 달하고 떨어지지 않으려는 애착은 13∼15개월에 최고조에 달한다.
■여자아이보다 사내아이들이 더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
자궁 내 호르몬 분비 과정에서 사내아이들이 여자아이들보다 성숙이 느리게 진행된다. 여자아이에 비해 남자아이들은 화가 났을 때 달래기가 더 힘들며 엄마의 눈 표정에도 덜 예민하며 엄마가 즉각 반응을 하지 않았을 때 기다리지 못하는 측도 남자아이들이다. 당연히 사회성도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보다 뒤쳐진다. 같은 연령의 남자아이들은 엄마 목에 머리를 파묻고 있는 순간에 여자아이들은 엄마 무릎에서 아줌마 무릎으로 기어다니며 재롱을 피운다.
따라서 남자아이는 일순간에 팔에서 내려놓지 말고 자신이 엄마 품에서 기어 나가거나 걸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혼자 앉혀놓을 때도 장난감이나 가짜 젖꼭지(pacifiers)를 물려 놓을 필요가 있다.
■부끄럼쟁이 아기도 완충지대를 거치면 덜 부끄러워 질 수 있다.
사회성은 타고나기도 한다. 성인들도 문제가 생겼을 때 바깥으로 나가는 형이 있고 ‘방콕’으로 칩거하는 형이 있듯이 아기들의 길들여지지 않은 사회성도 각자 타고난 특질이 있다. 타인의 감정에 개입하는 일에 소심한 형이 있는가 하면 ‘소화기’를 들고나서는 트러블 슈터형이 있다. 이는 아기의 선택을 존중하라는 말이기도 하다. 아기가 터질 듯이 와글대는 대형 그룹을 싫어하는 형이라면 처음에는 기질이 비슷한 조용한 아기 한 두 명과만 놀게 하고 프리스쿨도 교사 한 명에 클래스 크기가 작은 학교를 선택하는 것도 요령이다. 어려서부터 소그룹에서 자신 있게 적응하면 사회성발달은 물론 자신감이 생겨 점차 애벌레가 고치를 뚫고 나와 화려한 나비가 되듯이 당당하게 대처로 걸어 들어갈 것이다.
낯가림은 7개월부터 시작, 13~15개월 때 절정에 이른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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